대학수학능력고사大學修學能力考査(줄여서 수능)가
과거의 학력고사보다 나았던 것은
학력고사가 과거지향형 평가이었지만,
수능은 미래 지향형 평가라는 점입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수학’은 수학을 다루는 학문의 ‘數學’이 아닌,
학문을 닦다, 연마하다의 ‘修學’입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 수학을 공부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배움을 넓히고 익히기 위한 여행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언어(국어)영역의 수능 문제는
정규 고등학교의 텍스트에서는 다루지 않은
제시문이나, 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출제하기도 하고,
인문, 사회, 경제, 예술, 과학 등에 관한
교수님들의 글이나 저널리스트의 글도 얼마든지 선정됩니다.
다양한 텍스트를 얼마나 정확히 읽고,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할 줄 아느냐를 측정하는 하는 것이죠.
말하자면, 너희들이 대학 가면 수많은 텍스트를 접해서 공부할 건데
그 텍스트를 읽는 능력을 보겠다는 취지이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취지가 무색해지기 시작하더니만
이번 수능에는 무개념에 가까운 문제가 출제 되었습니다.
13. 밑줄 친 부분이 한글 맞춤법에 맞게 쓰인 것은?
① 엇저녁에는 고향 친구들과 만나서 식사를 했다.
② 그가 발의한 안건은 다음 회의에 부치기로 했다.
③ 적쟎은 사람들이 그 의견에 찬성의 뜻을 보였다.
④ 동생은 누나가 직접 만든 깍뚜기를 먹어 보았다.
⑤ 저기 넙적하게 생긴 바위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대학 가려는 학생들이 우리말을 정확히 알고, 구사해야 함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를 측정 해볼 수도 있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국어 시험에나 나올법한 수준의 문제라 봐야겠지요.
영어 문제로 치자면 철자법 묻는 문제이지요.
또한, 박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만나,
통합 교통카드 만들자고 제안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적어도 대학교에 가려는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치르는 시험문제면,
맞춤법의 취지나 원칙을 주고 그에 대한
적절성을 따지고, 어떤 사례가 그에 부합한가 아니한가를
비판 검토하는 문제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한 나라의 대학 입시 시험의 수준은 그 나라 교육 의식과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도 있기에 최고의 권위를 가지기도 합니다.
바칼로레아의 철학 문제는 200년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그 권위나 수준 또한 높이 평가 되지요.
그런데 요즘의 수능 문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교육 경감이란 허울을 내세워
하향 평준화를 시키는 것이 요즘의 수능 시험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