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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일대.. 낚시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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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6 01:4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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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일대.. 낚시의 추억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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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가입일자 : 2009-01-25]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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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우리 4인방의 손에는 회사에서 어렵사리 빼돌린(?) 승합차의 키가 들려 있었습니다.
황금 연휴를 맞아 벼르고 벼르던 의암댐 출조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길 수 있었죠.
그러나 뉴스엔 이틀간의 호우가 예보됐었고
이미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장마의 끝물이었습니다.
낚시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의암댐 중류 쯤으로 차를 달려
금요일 늦은 저녁, 민박하기로 한 댐 옆 민가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날..
구릿 빛 얼굴의 칠순 노인이 저어 주는 나룻배를 타고 댐 건너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황토물이 되어버린 포인트 상황에 우린 적잖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렵게 여기까지 출조했는데 과연 낚시가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었죠.
예상대로 조금 씩 댐 수위가 불어나고 있었고 간간이 동자개만 올라오는
기대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질펀한 장마비가 다시 시작 되고 낚시를 포기한 우리 일행은 포인트 옆의
작은 골짜기와 본류가 만나는 평탄한 곳에 텐트를 펴고 본격적으로 술추렴을 시작했습니다.
낮에 잡았던 동자개 매운탕을 안주삼아 만취할 정도로 마신 일행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죠.
그렇게 꿈 속을 헤매고 있을 무렵
커다란 소리와 함께 거칠게 텐트를 뒤흔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술이 덜 깬 채 비몽사몽간에 눈을 뜬 우리는 텐트 속 발 끝까지 차오른 누런 황토물에
아연실색하고 말았습니다.
이미 텐트 바닥은 흥건하게 젖어 있었고 조금 늦었더라면 일행까지 잠길뻔 한 위급한 순간이었죠.
산 중턱에 딱 한 채 민가에 사는 노인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급히 우리를
깨우러 온 것이었습니다. 등 뒤로는 산비탈이었기 때문에 갈 곳이 없어서 결국 노인의 집
마루에서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밤새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다음 날 일요일 아침은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그냥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웠던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대를 펼쳐보기로 했죠.
이미 만수위 가까이 도달한 포인트 주변은 긴 대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모두들 네칸 이상의 글래스 로드 장대를 두 개 씩 펼치고 아무 욕심없이 마음을 비운 상태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찌가 초릿대 끝까지 올라오는 수심에 자리가 좁아 대를 세우기도 힘든 악조건 속에서
말없이 던지고 걷기를 반복한 지 한 시간 쯤..
물이 불어 올라 조금씩 뒤로 이동하며 낚시를 이어가던 일행에게 일생일대의
폭풍입질이 찾아들었습니다. 무턱대고 덤벼드는 화끈한 붕어들의 입질 공격이 시작된거죠.
그로부터 거의 두 시간 동안 던져넣기가 무섭게 올라오는 붕어들의 급습에 우린 파김치가 되어버렸습니다
무거운 유리섬유 재질의 장대를 쉴 새 없이 들고 던지는 중노동에 더해서
바짝 끌어 당겨도 발 밑 받침대 아래서 도무지 멈추질 않고 좌우로 치고 나가는 월척 붕어들의
믿을 수 없는 끈질긴 활력에 일행이 먼저 항복해야 할 판이었죠.
그렇게 두 세 시간의 낚시 후엔 더 이상 던져 넣을 힘도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치열한 사투를 끝내고 보니 저마다 4짜 포함 10여 수가 넘는 월척붕어를 살림망에 데리고 있었고
부러진 낚시대가 속출해 있었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 곳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하루를 더 묵기로 하고 어둑해진 물 가장자리에서 후레쉬를 비춰
손가락 만 한 징거미 새우를 바가지 가득 잡아 가지고 간 기름에 튀겨 소주와 함께 원 없이 즐기며
그 날의 엄청난 수확과 즐거운 낚시를 만끽했습니다.
결국 같은 과원 4명이 동시에 결근하는 바람에 회사는 발칵 뒤집혔고
시말서와 함께 사장실에 불려 가 오전 내내 반복되는 훈계를 들어야만 했구요.
요주의 인물로 찍히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기 힘든 즐겁고 특별한 낚시의 추억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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