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기가 인터넷 = 하루 800초 짜리
KT가 기가 인터넷 상용화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KT와 SKT, LG U+ 같은 동종 업체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사용자와 컨텐츠 제공자들이 결사적으로 막고자 했던 종량제의 함정이 숨어있는데, 바로 기가 인터넷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건 하루 100GB에 불과하며, 그 이상의 데이터를 쓰면 100Mbps 속도로 줄어드는 QoS(Quality of Service)를 시행 한다는 것.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KT의 기가 인터넷이 광랜(100Mbps)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하루 100GB 용량의 1Gbps 속도를 구매하는 변칙 종량제로 볼 수 있으며, 상품 이름 때문에 100GB 용량 제한이 '1Gbps 속도로 사용한 용량'을 기준으로 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100GB 용량'을 기준으로 속도를 제한한다.
즉, '1000Mbps 속도로 100GB'를 보장 하는 것이 아니라 '100GB안에서 1000Mbps 속도'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속도는 얼마가 되었든 하루 인터넷 트래픽이 100GB를 넘게되면 그 이후로는 최대 속도가 '100Mbps'로 제한된다.
하루 100GB 용량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1Gbps (=125MB/s) 속도로 100GB(100,000MB) 용량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800초로 약 13분에 불과하며, 현재 광랜의 속도인 100Mbps (=12.5MB/s)로 2시간 12분을 쓰면 100GB 용량을 다 쓰게 되는 것이다.
결국, KT가 그렇게 강조하는 광랜 보다 열 배 빠른 기가 인터넷은 길어야 하루 13분에 불과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가 속도를 쓰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 KT 기가 인터넷 QoS 하루 100GB, 충분할까?
앞서 살펴본 KT 기가 인터넷의 QoS 적용 시간은, 이론상 최대 대역폭으로 계속 컨텐츠가 오가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므로 실제는 이보다 더 오래 기가 인터넷의 속도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최근 대용량화되는 컨텐츠를 감안했을 때 100GB 용량이 과연 만족할 만큼 기가 속도를 쓸 수 있는 용량일까?
최근 게임들의 용량을 살펴보면, 타이탄 폴과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설치에 50GB 용량을 요구하기에 이 두 가지 게임만 받아도 하루 제한 용량을 다 쓰게 된다.
물론 게임은 한 번 설치하면 계속 설치해 놓는 경우도 있지만, 대용량화에 맞물려 스토리지 공간이 부족해지면 새로운 게임 설치를 위해 지우고 다른 게임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며, 기존의 10 배 속도를 체험하게 되면 대용량 컨텐츠 소비에 대한 부담이 덜해진다.
즉, 기가 인터넷 환경에서는 대용량 컨텐츠를 수시로 다운로드 받고 즐긴 후 지우고 다시 다운로드 받는 식의 소비 패턴을 보이면서 QoS 제한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터넷 동영상 컨텐츠의 경우 이미 이미 유튜브나 판도라 TV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4K 서비스를 실시 중으로, 앞으로 4K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되면 자연히 그에 맞춘 컨텐츠 또한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가비트 속도 활용이 가능한 100GB 용량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개인의 인터넷 방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개인용 클라우드라는 NAS라도 운영한다면 하루 QoS 용량 100GB는 생각보다 쉽게 소진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메인보드에는 자체 NAS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 아직 접근성이 낮은 NAS 전용 하드웨어와 달리 누구나 쉽게 NAS 환경 구축도 가능하다.
기가 인터넷 신청자라면 단순히 속도가 빠르니 좋을 것 같다는 느낌에 신청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기가 인터넷의 빠른 속도로 대용량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서인 경우일텐데, 갈수록 대용량화되어가는 인터넷 컨텐츠 환경을 고려하면 KT 기가 인터넷의 QoS 100GB 용량은 결코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 대중화된 스마트폰 데이터 플랜, 기가 인터넷 QoS에 대한 저항감 누그러뜨려
그동안 간간히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간 보기를 시도한 KT의 행보와 지금까지 어떻게든 종량제를 막기 위해 QoS도 종량제 라며 반대해오던 여론이 이번 KT의 기가 인터넷 QoS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조용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는 이미 익숙해진 모바일 요금제의 데이터 플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화기는 유선 시대부터 피처폰 시절부터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가 적용되어 왔으며, WIPI 탑재가 의무였던 2009년 4월까지는 활용할 만한 컨텐츠가 제한적이었기에 당시 일반 사용자들에게 휴대폰은 말 그대로 집 전화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었다.
즉, 당시만 해도 사용자들이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기 위해서는 유선 인터넷 망이 거의 유일한 통로였으며, 이미 정액제에 익숙해진 사용자와 정액제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컨텐츠 서비스 업체들에게 종량제와 QoS 도입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당시 종량제를 요구하던 KT의 주장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게 반박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종량제 요구는 나오는 족족 강력한 반박에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WIPI 탑재 의무화가 폐지되고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바일 사용자들은 데이터 종량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미 스마트폰 전부터 유지되어온 모바일 데이터 요금제가 패킷형 종량제를 그대로 이어 받은 탓도 있지만,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는 모바일 인터넷이 정액제로 운영되는 유선 인터넷의 보조 서비스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큰 저항 없이 종량제가 이어져올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도입 이후 모바일 데이터 플랜은 패킷형 종량제를 기본으로 추가 데이터 용량에 따라 비용에 차이를 두는 종량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런 요금제는 기사 초반에 언급했던 기가 인터넷의 QoS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특히, 하루 기준 용량이 초과될 경우 QoS가 적용되는 데이터 무제한 LTE 요금제와 KT의 기가 인터넷은 요금제의 설계 계념이 완전히 똑같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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