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 년전에 동네 안경점에서 맞춰 쓴 안경이,
지난 여름부터 얼굴에 땀이 나면,
금속으로 만들어진 안경다리가 관자놀이를 짓누르면서, 그 부분이 땀에 산화가 되는지 피부를 자극하며,
양쪽 귀 옆부분이 조금씩 헐기 시작하더군요.
머리카락으로 덮여지는 부분이라 대수롭잖게 생각했는데,
이게 아물어 딱지가 생길때쯤이면, 그 부분이 또 가려워져 참지 못하고 긁었더니,
그게 다시 덧나 헐어서 딱지가 생기면,
가려워서 또 긁고 이러기를 몆 번 반복했더니 나아질 기미가 없더군요.
원인은 피부에 닿는 안경다리때문입니다.
처음 안경을 맞춰쓸때부터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신경을 자극했지만, 좀 쓰다보면 나아지겠거니 했더니,
여전히 불편함은 가시지않고, 피부까지 헐어버리는군요.
진작에 안경점에 찾아가 AS를 부탁했어야 하는건데,
이러다 낫겠지 하는 무신경함이 일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결국 어제 그 안경점을 찾아갔습니다.
30 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고 잘생긴 직원이 밝은 웃음으로 맞아주더군요.
이러고저러고해서 불편하고 피부까지 헐어서 안되겠으니,
안경다리만 뿔로 덮여진 것으로 교체해주실수 없나요? 했더니,
교체는 안되고, 비닐막으로 된 부품을 주문하여 안경다리를 덮어 씌워야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주문하면 이삼일 걸려야 하니, 부품이 오면 전화를 드리겠다고 하면서,
그동안 불편하지않게 안경다리가 관자놀이에 닿지않도록 잡아주겠다며 안경을 달라고 하더니,
일 이분 정도 조물조물하여 작업을 해서, 이제 써보세요 하며 주시는데,
햐! 거참 신기하게도 피부에 닿지도 않고, 그렇게 편할수가 없는겁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부품이 오면 수리비는 얼마나 드려야하나요?" 하니,
"저희가 불편하게 해드렸으니 그냥 해드릴게요~ " 이러는겁니다.
햐! 거참 부품값이야 얼마 되지않더라도, 그래도 소중한 시간을 내어 수고하는건데 그냥 해준다니,
그 마음이 참 고맙더군요.
어쨋거나 다 고치고나면, 응당한 수리비를 지불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안경점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 3 시 경 쯤 전화가 와서 받으니,
그 청년 목소리더군요.
"부품이 도착했는데 오실수 있으세요?"
"아 그래요.. 내일 오전중으로 가면 안될까요?"
"내일은 제가 쉬는 날이라 오늘 오셨으면 좋겠는데요.."
자기가 맡은 일은 자기가 해결하려하는 책임감까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오늘 몆 시까지 근무하세요?" 하니,
"열 시 까지 근무합니다."
"알았어요.. 그럼 그 시간 안으로 갈께요~ "
봉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젊은 사람이 하고싶은 일도 많을텐데 밤 10 시까지 근무를 한다니,
안경점 직원으로 생활한다는 것 또한,
많은걸 포기하며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며 힘들게 근무하는 곳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며,
저 또한 쉬운 삶을 살아온게 아니기에,
그 고단함이 피부로 와닿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종업계에 계신 이곳 회원이신 1진을쉰께서도 밤 열 시까지 근무를 하신다는데,
힘든 내색없이 항상 밝고 좋은 글을 올려주십니다.
그 좋은 글에 은근 장난기가 발동한 제가,
가끔 산으로 가는 댓글을 달았던게 생각이 나 살짝 뜨끔하기도 하는군요... ㅎ ㅎ
저녁 7 시 쯤 안경점 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그 직원과 또 한 분의 젊은 직원이 둘이 구석진곳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제가 들어가니 식사를 하다말고 일어서기에,
"아 이런.. 제가 때를 잘못 맞춰왔군요.. 저 신경쓰지마시고 식사부터 편하게 하세요~"
이러면서 그 분들이 식사를 마칠때까지 진열장의 안경테며 색경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부품을 꺼내 안경다리에 씌워 주시는데,
깔끔하니 맘에 쏙 들더군요.
수고비를 얼마나 드려야할지 물으니 그냥 가시라는데,
이게 참 그냥 나온다는게 제 상식상 있을수 없는 일이라,
"그냥 가는건 제가 미안해서 안되니 두 분이서 커피라도 사드세요." 하며,
만 원을 꺼내 드리니,
그 직원이,
"그럼 이 천 원만 받겠습니다." 하며,
한사코 팔 천 원을 꺼내주시더군요.
수리해온 안경이 마음에 참 쏙 듭니다.
이제 피부에 닿지도 않아 가렵지도 않으니, 긁을 일이 없어 상처도 바로 아물을 겁니다.
그 젊고 얼굴까지 잘생긴 직원이,
자기의 직분을 다하여 정성껏 수리해주고 친절하게 대해 주어,
기분까지 더 좋아집니다.
정말 흐뭇한 하루네요.
아마도 저 포함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사는분이 많지는 않을겁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힘든 면은 뒤로 하고,
대하는 사람마다 친절하기가 쉽지는 않을겁니다.
오늘 그 젊은 청년의 밝은 미소를 본 후,
저도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여 하는지를 또 하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