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십년 넘게 사교육 외길을 걷고 있는 강사입니다.
지인의 부탁으로 몇 달 정도는 개인 과외를 하긴 했지만
이십 년 넘게 칠판 앞에 서서 좀 클래식한 강의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인기도 별로 없었고,
수입도 모자라 늘 궁상맞게 지냅니다.
하지만, 강사로서의 직업 의식은 항상 깨끗했다고 자부합니다.
오늘 사교육에 대한 글을 읽고 동의하는 부분도 많지만
원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뜻을 주장하기 위해
필요 없는 비판과 편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에
글을 읽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공정한 시각을 드리고자 몇자 적어봅니다..
원글
www.wassada.com/bbs_detail.php
[예약한 학생이 몇 달씩 기다리는 정도 됩니다. ]
-> 제가 보기엔 원글은 쓴 사람은 고액 과외 선생으로 보이는 군요.(추측)
아래로 갈수록 과외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하고,
어느 정도의 규모 있는 학원에서 학생이 몇 달을 기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강의실을 늘이든가 강좌를 늘이면 됩니다.
물론 학원 수업을 겸하기는 하지만 그건 장식용(?)일 수도 있겠지요.
과외 강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액 과외라면 사회 통념상 문제가 달라지죠.
[제발, 제발, 사교육으로 성적 해결하려 들지 마세요.]
-> 맞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사교육이 아니고는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교육과정이 너무 무겁기도 하고,
그나마 있는 교육 과정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않는 학교(선생님)가 부기기수입니다.
(고등학교 부모님이라면, 교과서 자체를 팽개치고 수업하는 학교도 많음은 다 아실 겁니다.)
사교육 한다고 성적이 다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 좋은 학생치고 사교육 안 받은 학생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최소한 제 삶의 반경 안에서는요..
또한 이글을 쓴 사람은 사교육의 개념을 어떻게 적용시키는지 모르겠지만
학교 외에서 자비를 들여 하는 교육은 모두 사교육입니다.
과외, 보습학원만 사교육이 아닙니다.
방과 후 학습, 학습지, 피아노, 미술, 체육, 각종 특기 적성교육 모두가 사교입니다.
[초딩들 학원 뺑뺑이 돌리지 마세요.]
-> 지극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학습은 내면화의 과정(기회, 시간)을 거쳐야 하는데
학원을 코스 찍듯 다니면, 성적은 고사하고 주체성이 없는 학생이 되더군요.
학생과 상의 하여 필요한 만큼만 다니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도 이런 부분은 상의가 가능하고
또 상의 하는 그자체도 교육이며,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초딩 때부터 기초를 잡아야 한다구요?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구요? ]
-> 당연합니다.
초등학생도 초등학생에 맞는 교육 과정이 있습니다.
그 교육 과정에 맞는 기초는 잡아 주어야 합니다.
특히 도구 과목이라 할 수 있는 국어와 수학이 중요합니다.
한 과목 추가 하면 역사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 학년일수록 국어(좁게 말하면 어휘와 개념)가 중요합니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수학이 중요합니다.
수학이란 하나의 과목 자체도 중요하지만
수학을 좀 해야 학교 생활 자체가 좋아지고, 다른 것에도 자신감을 많이 갖습니다.
수학이 차지하는 심리적 비중이 엄청납니다.
초5,6학년 중2~고1까지가 특히 그 비중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전반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초등 5,6학년이 있으면
부모님이 집접 수학 책을 보고 연구를 해서라도 수학 만큼은 성적이
좀 나오도록 해주세요..
성적 그자체보다도 아이의 정신적 만족과 자신감이 대단합니다.
초등 수학이 많이 어려워 졌지만 아버지가 직접 가르칠 만합니다.
또한, 요즘 학생들이 우리말 어휘가 약하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상 약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학습과 관계된 어휘들이 약한 겁니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 이를테면 게임, 연예, 스포츠 등등의 어휘개념을
기준으로 한다면 왠만한 성인들보다 더 많은 어휘를 알고 구사하죠.
그러니 학습과 관계되는 어휘 개념들을 많이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휘 개념이 좋으면, 기초를 잡기가 쉬워 지고,
기초가 잡히면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가 쉽습니다.
만약 주변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단어 테스터부터 해보세요..
대게는 뭐가 문제인지 보일 것입니다.
[학원 뺑뺑이 돌려봐야 기초도 안 잡히고,
공부하는 습관도 안 듭니다.
그저 시험 문제 푸는 요령, 답 외우기만 배워올 뿐입니다.]
-> 전체 학원을 폄하 하는 말입니다.
학원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도 없을 겁니다.
답 외우기만 시켜서 그 학원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수학이 숫자만 바꾸면 답이 달라지는데 답외우기가 가능한가요?
국어는 제시문만 바꾸어도 출제할 수 있는 문제 자체가 달라지는데
답 외우기가 가능할 까요?
일부 그렇게 보이는 학원이 있을지언정
간판 안 바꾸고, 원장 안 바뀌고 십년 이상 유지하는 학원이 있다면
요령 익히기, 답 외우기 식으로만 지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글 쓰는 사람이 오히려 사교육을 욕먹게 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모든 공부의 시작은 외우기입니다.
그 바탕을 외우지 않고 되는 공부가 있던가요?
오히려 요즘은 안 외우는 공부를 해서 더 탈이지 싶습니다.
창의성의 너무 강조하다보니 외우기가 등한시 된 탓도 있습니다.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뭘 좀 외우고 집어넣아야 공부가 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독해력이 안 됩니다. 헐~, 한글 독해가 안 됩니다. 문제가 뭘 묻는지, 그거 이해를 못 합니다.]
-> 맞는 말입니다. 내신이나 수능이나 4등급 이하의 학생은 특히 심합니다.
위에서 제가 말한 어휘 개념이 안 되어 그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변에 공부 못하는 학생이 있다면
시간 내서 무조건 단어(국어, 우리말) 개념부터 익히게 해야합니다.
[논술요? 교과서만 충분히 이해하면 다 쓸 수 있습니다.]
[제시문의 주제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 이게 쉬운 일이 아니죠.. 논술 문제가 다루는 개념은 교과서에 다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논술의 제시문은 특정 교수나 학자들의 관점이 적용 된 글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죠.
그것을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가르쳐 준다고 생각합니까?
즉 학교 교육 과정에서 ‘논술’이란 과목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죠.
교육과정에서 논술은 가르치지도 않는데 대입 시험에 논술은 있습니다.
그럼 논술은 사교육을 받든가, 최소한 학교 방과후 논술 수업은 들어야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제 말이 믿기 어려우면
각 대학의 홈페이지 입시 정보 사이트에 가면 논술 기출 문제들 다 있습니다.
그 제시문 몇 개만 읽어보면 이런말 못합니다.
글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돼먹지 않은, 학원 강사가 여기저기서 베껴낸 참고서 보죠. 그 학원 강사들이 우리나라 교과서 집필진보다 실력이 더 낫겠습니까]
-> 아마 저한테 하는 말이라면 저는 명예 훼손으로 고발할겁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그래도 학생을 가르치는 동업자들에게
돼먹지 않은이란 표현을 쓰는 것만으로도 기본 이하의 강사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실력을 말하는데 실력이란 것도 분야를 두고 논해야 할 사안 아닌가요.
전문 연구 업적이나 자기 관점에 대해 권위 있는 실력자이겠지만,
현장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작하는 것이 학원 교재입니다.
물론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인정합니다.
학교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사교육 종사자들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으며,
시중에 유명한 문제집, 참고서들은 학원 강사들이 집필한 것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 참고서나 문제집을 공교육 현장에서 받아들여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들으면 다 아실만한 유명한 출판사 문제집, 참고서들은
처음에 학원 강사들이 집필해서 만든 것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린 것입니다.
제 이름이 공동 집필진으로 올라있는 문제집이 히트(?)를 친적도 있습니다.
집필에 꿈을 두고 있는 많은 무명 강사들의 노고를 함부로 폄하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소규모 대안 학교나, 자치 단체의 배움터에서 무보수로
강의하는 학원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선생님은 출판사에 사정사정하여
무료 증정본을 제공 받아 배움터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하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고액 과외를 전문으로 하는 강사들에겐 이런 선생님들이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습니까?
그 시간이면 시간당 몇백을 더 버는데 말입니다..
[과외, 학원 오래 다닌 애들, 고딩 되면 어느 강사의 말도 안 먹힙니다.
그거 시험 비법만 찾게 되죠. 비법 안 가르쳐주면 다른 선생으로 바꿉니다.
요령 가르쳐주면 선생 실력 있다고 하구요.
이렇게 요령만 배우려고 드니까 수능 망치고 징징 거립니다. ]
-> 같은 말을 해도 참 밉고, 독선적으로 하십니다.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답니까?
이 글을 쓴 사람은 과외 선생도 못되는 그저 과외꾼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죽 선생이 못났으면 배우는 학생이 어찌 선생의 말을 신뢰하지 못합니까?
학업을 게을리하는(선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겠으나
선생의 말이 안 먹힌다는 것은 무슨 경험인지 참 의아합니다.
강사도 스승일 수 있습니다.
제 주위에 제자들과 오래오래 연을 이어가는 강사분 수두룩합니다.
참 부럽기도 합니다..
[수능, 공부 엄청 해서 치르는 것 아닙니다.]
-> 2007년 당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깁니다.
지금도 치르는 대수능, 즉 대학수학능력시험
이것은 미래 지향형평가입니다.
지금은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그때는 그나마
본 취지대로 진행 되고 있었습니다.
이 미래지향형평가 학생과 현장에서 어려우니까
수능이 쉽게쉽게, EBS 반영, 물수능이 되버린 것이죠.
요점에 맞춰 다시 이야기하면,
학교 중간 기말 평가는, 과거 지향형 평가인데
대수능은 미래 지향형이라 이게 대수능과 안 맞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신 따로, 수능 따로란 말을 많이 들었을겁니다.
그 따로인 수능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엄청 늘었고,
사교육을 안 하기에는 벅찬 시험이 되었죠...
그래서 공부 엄청 해야만 수능을 제대로 칠 수 있습니다.
94년부터 2000년까지 8번 치러진 수능에서
언어영역(지금의 국어영역) 만점자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그만큼 수능은 어려운 공부였습니다.
그런데 적당히 공부해서 수능을 본다고요?
수능 1교시 치르고 수험장 근처에서 투신한 학생들 기사는 무엇을 반영할까요?
오죽하면, 자살 방지용 문제란 말이 있을 정도였을 까요?
글쓴 사람이 강사 맞나 모르겠군요..
죽도록 해도 점수가 제대로 안 나오는 학생이 많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ㅈ니니
이명박 정부 이후 학습 경감 대책, 사교육비 경감 대책 등으로
물수능, EBS 수능이 된 것을 모르시는지.
[공부한 후에 자기가 공부한 걸 체크해보고, 이게 답니다. 이걸 안하고 학원에서 뭘 합니까? ]
-> 학원에서 많은 것을 합니다.
강사 연수도 받고, 학생 개별 상담도 하고,
고민도 들어주고(집에서 못하는 얘기 학원에서는 종종 합니다),
진학 지도도 하고, 자기 소개서도 봐주고,
개인별로 자주 틀리는 문제 뽑아서 복습 과제물로 내주고,
또 결과 누적 시켜 통계내고...
물론 사업적인 면이니까 한다고 볼 수도 있겟지만
위에서 말한 좀 오래된, 이름 있는 학원들 그저 먹는 것 아닙니다..
저의 요지는 이겁니다.
학원이든 과외든 다 필요합니다.
공고육과 사교육은 상보적인 관계입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다 사교육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학생이 원하고, 원하진 않더라도 최대한 학생과 학부모가 상의하고,
경제적 여력이 되거든 시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에게 맞는 커리큘럼과 강사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궁합(코드) 이런 것이죠.
이전 몇몇 학원에서 공부 안하고, 문제 일으키고, 쫓겨나고 그런 학생도
어떤 학원에 가거나 선생을 만나면,
인간 되었다는 소릴 들을 만큼 변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세상에 학생보다 실력 자체가 없는 선생이 있겠습니까?
(천재성이 있는 학생은, 천재 선생이 가르쳐야 합니다.
천재적인 학생은 사고 자체가 평범한 우리와는 다르더군요.)
학원이나 강사를 선택할 때는 실력이나 학벌을 볼 것이 아니라
학생과의 궁합이 더 중요합니다..
보통 강사는 어른이므로 궁합이 맞지 않는 학생이라도
맞추어 주거나 표시를 내지 않습니다..
그러면 돈 버리고, 학생 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기에 이끌어 주는 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가 부모가 되었던, 과외 선생이 되었던, 학원 선생님이 되었던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