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간적으로.. 제발.. 쫌.. 반찬 재활용. 하지 맙시다.. |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 |
2014-10-20 00:29:43 |
|
|
|
|
제목 |
|
|
인간적으로.. 제발.. 쫌.. 반찬 재활용. 하지 맙시다.. |
글쓴이 |
|
|
최대선 [가입일자 : 2009-01-25] |
내용
|
|
평소 저녁으로 순대국에 반주 한 잔 즐기는 편이라 먹을 게 마땅치 않으면 발길이 자주 향하는데요.
마침 근처에 체인으로 오픈한 국밥집이 생겨 두어 번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예민한 제 촉각에 뭔가 찜찜한 게 걸렸더랬죠.
김치 및 깍두기의 때깔이 좀 꺼림칙하다고 해야하나, 암튼 좀 그랬어요.
저녁 때우러 세 번째 가던 날, 가게에 들어서는데 한 테이블이 있더군요.
자릴 잡고 앉아서 주문을 마치니 그 한 테이블 손님이 계산하려 일어섰습니다.
곧바로 서빙용 카트를 끌고 빈 접시를 치운 후 주방 쪽으로 끌고 가는 것 까진 여느 평범한
식당에서 처럼 그렇고 그런 광경이었죠.
공개 된 주방은 깨끗하게 스텐류로 단장하고 주방에 연하여 안팎으로 식기를 주고 받는
테이블과 그 옆에 김치와 깍두기를 보관하는 김치통이 홀을 향해 있더군요.
카트를 끌고 간 서빙 아주머니가 빈 식기를 주방 쪽으로 밀어 넣더니
손님이 대부분 남기고 간 고추,양파 접시와 깍두기 접시를 안 쪽으로 접수 안 시키고
김치통 옆 테이블 한 쪽에 슬며시 밀쳐두는 걸 예민한 제 안테나가 포착한거죠.
아마 제가 시킨 메뉴가 나오기 전이라 멍하니 주방 쪽을 바라보던 제 눈길을 의식해서
남은 깍두기를 곧바로 김치통에 붓지 않고 살짝 보류한 듯 보였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곁눈질로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마침 두 테이블의 손님이 연이어 들어왔습니다.
이 아줌마, 새로 온 식탁에 아까 그 고추접시를 태연히 그대로 카트에 다시 올려 서빙하더군요.
양심은 조금 남아선지, 아니면 예의 남겨진 접시의 깍두기가 조금 양이 적었던지,
깍두긴 새로 담아서 갔습니다.
그러더니 서빙하고 돌아와선, 한참을 테이블 위에서 고독을 씹고 있던 그 남기고 간
깍두기 접시를 집어들어 노련하고 잽싼 손놀림으로 김치통에 투하하는 거였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보고 나니 입맛이 싹 달아나 김치엔 손도 안 댄 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나와버렸죠. 다신 안 갈거라 다짐하며..
사실 이건 돈 몇 푼이 아니라 요식업을 하는 마인드의 문제이긴 한데 제법 큰 규모의
업소들도 그러는 곳이 많을겁니다.
해골에 담긴 물을 모르고 달게 마셨다는 어느 선사처럼 식당에선 주방을 등지고 앉는 게
정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눈에 보여서 그나마 알 수 있지만 재료 준비나 음식 준비하는 과정은?...
사람 몸 속에 들어가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지 전혀 모르고 사 먹는다는 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인데 보통은 그냥 무감각해져서 내 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엔 관심없고 오로지 맛만 중시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 봅니다.
결국 결론은 뭐든 사먹는 건 이래 저래 믿기 힘드니 집밥이 최고라는 거죠.
몇 만 달러 소득이면 선진국이네 뭐네 해도 진정한 선진국,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되려면
해지기 전 하루일과를 끝내고 일찍 퇴근해서 재료준비하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음식냄새 풍겨가며 같이 식사준비를 해서 아이들과 얼굴 마주보고 한 끼 저녁을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원에서 밤 늦게까지 시달리고
부모는 부모대로 팍팍한 사회생활 하느라 야근에 술 회식까지 이어져서
고작 한 주일에 몇 번도 식탁에 둘러 앉지 못하는 게 대부분 가정의 모습이라면
선진국은 고사하고 행복지수도 지구전체 하위권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고 앞으로도 변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여 암담하기만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요...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