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BoB 의 후속작인 더 퍼시픽을 이제서야 다 봤습니다. 원래 예전부터 몇 번 시도는 했었는데 이상하게 에피소드 1 에서부터의 흡인력 부재로 그만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었죠. 시리즈를 완편 감상한 느낌도 역시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냥 잘 만들어진 전쟁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입니다. BoB 같은 재미나 감동이 없으니 감상 후 남은 여운이랄게 별로 없군요.
사실적인 전투 영상이야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특히 페렐리우 비행장 탈환을 위한 미 해병대의 노출된 개활지에서의 돌격 도중에 가해진 일본군의 포격과 기관총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장면에서는 그 압도적인 공포감에 소름이 끼치더군요. 이런 포격에 노출된 보병들이 느껴야만 하는 공포감은 BoB 에서도 이미 충분히 느꼈던 것인데, 그나마 BoB 에서는 참호 속에 들아가 있었기라도 하지 더 퍼시픽에서는 포격과 총격을 맨 몸으로 받아내며 전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서 그 무시무시함은 훨씬 더했습니다.
더 퍼시픽은 주인공이랄 수 있는 인물이 세 사람 있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집중도가 조금은 분산되버린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BoB 에서는 에피소드에 따라서 드라마를 조명하는 시선이 조금씩 바뀐다고는 하지만(예를 들면 의무병 유진이라든가 하사관이었다가 전시임관 소위가 되는 립튼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 기본적으로는 같은 이지 중대 소속이라는 점과 어쨌든 윈터스라는 인물이 항상 중심을 잡고 있는 데 반하여 더 퍼시픽의 세 주인공들은 미 해병대에서의 소속이 다른지라 10편의 시리즈 내내 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분산되어서 중심적인 인물이 없는 드라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나름 부수적인 효과가 있더군요.
전 에피소드 다 보고 한 번 더 보기 전에 배경 지식이라도 얻고자 태평양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을 웹에서 찾아보았더니 과달카날, 이오지마, 괌, 미드웨이, 오키나와 등등 이름으로는 알고 있었어도 도대체 태평양상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도통 몰랐던 여러 지명들에 대한 확실한 지리적 정보를 얻었다는 것이죠. 이런 지명에 더하여 마샬 제도, 길버트 제도, 마리아나 제도, 솔로몬 제도 같은 여러 섬들과 필리핀,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버마, 인도차이나 같이 태평양 전쟁의 무대가 되었던 여러 국가들의 위치가 머리 속에 들어와버렸습니다.
즉, 태평양 지도 한 장이 제 머리 속에 복사되어 있더라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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