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제게 사는동안 가장 충격적인 일이 뭐냐고 물어온다면
전 이제 담담하게 그 날의 충격적인 실화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그게 어떻게 충격이냐! 나도 그런 충격 좀 당해봤슴 원이없겠다.. 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고
다른 이는,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느냐!
나같음 식음을 전폐했을 중대한 사안이다..
라고 저를 위로해주는 척만 하시리라 막연하게 추측할 뿐입니다..
사실 지고지순, 청렴결백, 순수가련하게 인생을 살아온 본인은 그런 일을 겪은 이후로
심대한 인생관의 변화를 맞이하였고 지금도 그 날의 아찔했던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쓰잘데기없이 장황하게 서론이 길어져버린 점 깊쑤키 꽉차게 사과드리며
이제 그 날의 아픈 기억을 다시 되살려보려합니다.
몇년 가지못한 직장생활을 때려 치우고 나름 청운의 꿈을 안고 내 사업을 시작한
총각시절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양평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있었는데 일층은 사무실, 이층은 가정집, 삼층은 건물주가 사는
건물이었는데요.
제 업장엔 지인들이 밤늦게까지 들락거리는 경우가 많았고 족발이며 치킨을 시켜다
술을 마시며 음악틀어놓고 밤새 떠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건물 2층에 갓 결혼한 새댁부부가 이사를 왔더랬습니다.
하얀 피부에 새초롬해 보이는 인상의 새댁이었는데 이사온지 얼마 되지않아
제 사무실의 출입문을 빼꼼히 열고 한마디 일갈을 날려주셨습니다.
"늦게까지 넘 시끄러운데 조금 조용해주심 안되나여..."
"아.. 그래요.. 조심하겠씀니다..."
간단하게 인상착의만 확인한 채로 그날의 조우는 그렇게 막을 내렸지만 그 이후로도
두 번쯤 몸소 출두하시어 덕담을 나누어 주셨죠..
그렇게 우리의 슬픈 인연이 계속되는 와중에...
어느 날 재계약 문제로 건물주와 만나야 할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낮엔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던 관계로 아침 일찍 상봉하기로 하고
출근시간을 조금 당겨 사무실의 셔터도 올리지 않은 채
주차하자마자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향해 사뿐한 발걸음을 디뎠더랬죠..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아침의 공기도 무쟈게 상큼했고 컨디션도 괜츈했더랬습니다.
보통 한개의 층을 오르려면 계단이 한 번 꺾이는데요..
일층에서 이층으로 오르며 한 번 꺾고 제 시야에 이층 현관문이 포착되는 순간.....
그 순간......
제 얼굴이 이층 바닥면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순간.....
2층 새댁이 현관문을 열고 고운 자태를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그것도..
완전무결한 나체로..
머리엔 터번같은 수건을 두르고...
한창 더운 여름이었기 때문에 간밤의 왕성한 피지분비로, 또는 한바탕 뜨겁고 끈적한 쎄쎄쎄 후였는 지
알 길이 없지만
암튼 션한 쌰워를 끝내고 그 상태로(옷 입음 땀나니깐) 현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우유를 수거하러 문을 연 다음
우유통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은 현관 손잡이를 잡고..
왼발은 현관 손잡이쪽에.. 오른발은 문지방쯤에 좌표를 둔..
계단을 바라 보고 가랑이가 18도가량 벌어진 상태..
큰 대자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상태..
난 발치에서 올려다 보고 있는...
전부다.. 모조리 시야에 확보되는 상태..
그 순간 완전히 얼음 땡 이었습니다.
서로 눈이 마주친 상태로 약 2초동안 꼼짝 못했죠.
더 이상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후진하기도 어려운..
그 새댁도 몸을 돌려 들어가지도 못하고 꼼짝않고 서 있더군요.
그 후로도 화장실이 2층 올라가는 중간에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두번 맨 얼굴로 마주치긴 했지만
서로 모른 척 아닌 척 스쳐 지나갔습니다.
정해진 기간을 다 채워 이사갈때까지 우리의 말없는 해후는 계속되었습니다.
머리 속 하드에서 정작 중요한 자료는 잘도 날아가는데 그너므 자료는 지금도
화소하나 변치않고 풀 hd 화질로 꼼꼼하게 저장돼있는데요.
어서 빨리 지우개로 싹 밀어버리고 싶은 아픈 기억입니다.....
두 번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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