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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리에 만족하고 계십니까?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1-04 14:02:52
추천수 0
조회수   2,356

제목

나의 소리에 만족하고 계십니까?

글쓴이

이현창 [가입일자 : ]
내용

어제 오늘 게시판에 '천상의 소리'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딱 한 번 그 천상의 소리를 경험했습니다.

국민학교 3학년 때였나요. 친구네 집에 놀라 갔다가 친구 형이 들려주었던 소니 워크맨에서 들려 나왔던 토토의 '아프리카'....

헤드폰에서 들려나오던 그 사운드는 제 평생 최고의 선율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아름다운 추억이었지만, 전 그 일로 인해 음악을 듣게 되었고 제 인생에서 음악이라는 존재는 절대 저와는 띌래야 띌 수 없는 의미가 되고야 만 것이었죠.

부도가 난 집안 사정 때문에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경매로 모든걸 날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저는 제가 모아온 시디와 엘피만은 밤새 친구집으로 날라다 숨기며 지켜냈고 월세방으로 시작한 신혼집에서도 음반만은 그렇게 소중한게 간직해 왔습니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오디오를 들으며 이런저런 바꿈질을 한것도 벌써 20년이네요. 타고난 부자가 아니라, 없는 살림에 들어볼 수 있는 기기의 수준이란 천만원대를 넘기지는 못해 정말 부자들의 하이엔드지름과는 비교할 순 없지만 참 바꿈질 하느라 미친 짓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단 한 번도 저는 제 기기에 만족을 해 본 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늘 궁금하고. 늘 목마르고. 늘 아쉬웠던...늘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소년같은 모습같았습니다.

어느날. 새로 가게를 준비하느라 오디오도 다 처분하고 많이 줄였습니다. 얼마 있다 돈이 필요해 한 번 더 줄였습니다. 어라...시간이 지나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줄 알았건만. 그 상태에서 또 줄였습니다. 파워케이블과 전원장치에만 2,300만원대를 운용하던 장비들이 인제 모든걸 다 합쳐도 중고가로 100만원도 안되는 입문기 수준으로 바뀌는 날이 왔습니다. 웃긴건...이런 기기에 모아둔 시디는 만장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한 때 자괴감도 들고 짜증도 나고 집에 오면 쳐다도 보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끔 심심하면 서브로 듣던 서브기기가 이제 부동의 메인이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이전보다 더 음악을 많이 듣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늘 듣던 음악, 듣던 소스의 선율을 즐기느라 바빴는데 이젠 여러가지 다양한 음악을 듣기 시작하게 되더군요. 소리에 신경을 안쓰니 비로소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게 되는것이었습니다. 예전같으면 뭘 바꿀까 늘 신경 쓰던 스트레스도 없고 너무 편했습니다.

내 오디오의 소리에 만족하려고 노력해오던 내 자신이 내 오디오를 포기하니 내 오디오가 나를 만족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서브라고 생각했던 기기는 미운오리새끼마냥 이제는 백조의 날개짓으로 황금빛선율로 제 귀를 만족시켜주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리클라이닝쇼파에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과 함께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들과 함께 장난치고 뒹굴면서 소리치고 떠들면서 그냥 듣습니다. 좋아하는 곡이 지나가면 다시 들으면 되고 시끄럽다고 뭐라고 하면 조금 작게 들으면 됩니다. 그냥 편하게 들으니 모든게 좋습니다.

천상의 소리는 없습니다. 그저...우리들 마음속에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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