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은 횟감으로도 으뜸이고 매운탕거리로도 특유의 고소한 맛으로 그 어떤 생선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다에서 갓 잡은 우럭을 회로 먹으면 그 쫄깃거리는 식감은 광어나 놀래미 참돔등의
생선보다도 뛰어나다고 봅니다.
올핸 아직 선상낚시를 못했지만 작년에 아이스박스에 채워 온 조피볼락으로
열 댓명의 집안식구들을 모두 불러 모아 세시간여에 걸쳐 제가 직접 제작한 회칼루다가
다리가 저리도록 선채로 회를 떠서 멕이는데 먹는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해
젓가락 놓고 기다리다 상 위에 올라오면 폭풍 젓가락질로 인해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바람에
나중엔 어른들을 위해 술안주와 따로 구별해서 아해들은 접근금지시키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게 배에서 잡은 후 숙성이 되어서 그런지 더 맛있는 거 같더군요.
우럭은 대가리가 커서 횟감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탕을 끓여 놓으면 먹을 게 많은데요.
그 날 들통에 끓인 탕이 바닥나 다시 재 제작할 정도였는데
별다른 양념 필요없이 원 재료에다 소금간만 해도 고유의 구수하고 단맛나는 국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기를 손질할 때 물로 너무 씻어버리면 맛이 감소하기 때문에 손질하기 전에 잘 씻고
내장을 만진 후엔 물을 대지 말고 그대로 냄비에 투하하는 게 좋습니다.
씻는다면 흐르는 물에 살짝 갖다 대는 정도..
내장을 열면 퍼런 쓸개가 보이는데요. 이건 반드시 제거하고 꼬깔콘같은 엄지손가락만한
위장을 칼 끝으로 째서 그 속에 있는 소화되다 만 치어류들을 칼 끝으로 긁어 제거하고 그 뒷부분을 제거하면
손질 끝입니다. 나머지 내장부위는 빈드시 같이 넣어야 국물 맛이 좋아지죠.
횟집에서 내오는 탕은 양념이나 마늘 고추기름등을 과다하게 투하하기 땜에
우럭탕 특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은 덜합니다..
서해쪽에서 운영하는 삼십인승정도의 낚시배는 인천쪽에 많은데요.
그 보단 충청권 작은 항구 근처에서 운영하는 소형 배들을 더 선호합니다.
배라기 보단 모터보트라고 부르는 게 맞는데 육인승 정도로 보트용 휘발유엔진을 사용하며
기동성이 좋아서 바다위를 샅샅이 탐색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되고
조과도 좋은편이죠.
그냥 아무 바다에다 낚시줄을 드리우는 게 아니고 철저하게 선장들이 입력해놓은 좌표에 의해
움직입니다. 고기들이 선호하는 바닥지형들이 있기때문인데 평평한 곳 보다는
움푹 패인 곳, 암초들이 있는 곳, 높아졌다가 꺾여 내려가는 곳들을 오랜 출조로 자료를 축적해서
정확한 좌표에 의거해 배를 대는 거죠.
여기서 선장들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정확한 좌표도 중요하지만 조류의 흐름, 수심, 물때등을 고려해서 선상에서 채비를 내렸을 때
무게를 가진 추와 미끼가 바닥에 안착하는 지점을 고려해서 배의 방향, 지점을 잡아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좌표위에서 물이 오른쪽으로 흐르면 채비가 경사지게 내려가기 때문에
좌표보다 왼쪽으로 배를 고정시키며 물흐름의 속도에 따라 미세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고기들이 모여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미끼가 그 지점을 벗어나 버리면
입질받기가 힘든거죠.
심지어는 손바닥만한 배위에서도 앉은 위치에 따라 조과가 차이납니다.
가장 명당이 선장의 바로 옆인데 자기 몸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행을 모아 배를 빌리게 되면 승선할때부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한데요. 가방 던져놓기, 몸빵으로 밀기 등 다양한 작전이 시도됩니다.
그러나 대개 최후의 결말은 서열입니다.
즉 사회에서의 서열이 조막만한 배위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슬픈 사실이죠.
간혹 명당을 너그러이 양보하는 신사들도 존재하지만...
거래처랑 가게 되면 갑을관계도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자기가 잡은 고기는 절대 남에게 주지 않는 냉혹한 정글의 세계입니다.
손님들의 면면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친분관계가 있거나 어려운 고객이 승선하면 철저하게 좌표를 훓고 다니고 별 볼일없다 싶으면
대충 돌아다닙니다. 시즌이 시작되는 봄에 이미 그 해의 주말예약이 끝나버리기 때문이죠.
좌표는 한정돼있는데 오늘 그 좌표에서 고기를 잡아버리면 그 곳에 다시 물고기가 터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포인트에서 채비를 내리라는 선장의 부저신호가떨어진 후 한 번의 캐스팅에서 대부분의 우럭이
올라옵니다. 모여있는 고기를 어군탐지기로 보며 한 두번의 캐스팅 후 바로 근처로
이동하면서 낚시하다 조과가 시원치 않을 때 고객을 봐가며 비장의 포인트로
배를 돌리기도 하죠.
거긴 약속의 땅입니다. 씨알좋은 놈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걸 여러번 목격한 바 있습니다.
낚시중 가장 신기했던 게 그 선장의 먹성이었습니다.
점심때 다라만한 냄비에다 회뜨고 난 우럭을 투척해서 라면을 끓이는데 우린 보통 라면만 건져먹고
물러나는데 그 사람은 바다에 생선가시 퉤퉤 뱉어가며 남은 생선을 샅샅이 흡입하며
남은 라면을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일년내내 주의보 뜬 날을 제외하면 배를 모는 게 일과인데 그렇게 수십년을 똑같이 먹고도
질리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뿐이었습니다. 물론 우럭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잡은 고기는 즉시 바로 아가미 아래부분을 칼로 그어서 피를 빼낸 후에 박스에 넣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선도나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서해바다는 비교적 잔잔하고 멀미걱정도 덜해서 하루 기분전환 겸 선상낚시하긴 좋지만
전동릴을 장만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 쪽은 일제가 꽉 잡고 있어서 가격이 만만치 않죠. 수동으로도 가능하지만
팔뚝에 근육이 자동생성될 겁니다. 다인승의 큰 배에서는 대여도 되니 한번쯤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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