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독 교민께서 2007년 샘물교회 아프간 피랍사건이 일어났을때 쓰신 글이라는 것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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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가 독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독일에서 비춰지는 기독교 - 그러니까 여기서는 개신교지요 - 는 한국에서와는 너무나도 틀린 모습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프로테스탄트의 원조는 독일입니다. 부패한 카톨릭을 비판한다는 취지에서 출현한 개신교는 그 태생적 특성상 비판정신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비판의 대상에서 개신교 자신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독일 정신계 특유의 지적 분위기가 이러한 비판의 날을 더욱 더 날카롭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예수의 역사적 실존에 대한 의문과 성서에 대한 독일 신학계의 비판적인 연구들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급기야 기독교의 근본적인 교리들을 완전히 붕괴시키기에 충분한 학술적 결과물들을 내놓게 됩니다.
이러한 연구의 중심에 서있던 신학자이자 의사인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쳐 박사는 이 같은 붕괴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내부의 모순적 문제들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신학자라 불리는 루돌프 불트만에 의해 기독교의 탈신화화가 진행되면서 이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독일 개신교는 현재 대단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분 중 최근 은퇴하신 고등학교 교사분이 계십니다. 얼마 전 아프간 피랍 문제로 이 분과 얘기를 했었는데, 당신의 형님 얘기를 해주시더군요. 이 분 형님은 카이저스라우터른에 위치한 교회의 목사님인데, 자신의 교회를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더 이상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도들이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서 설명해달라고 부탁하면 "그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적, 신화적 상징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더군요. 즉 한국 교회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근본주의적 교리를 포기한지 오래라는 얘깁니다.
이 목사님이 혼자 유별난 게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독일 목사님들이 이 분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독일 신학계의 철저하고 비판적인 신학에 강하게 영향을 많은 독일 개신교 교회들과 목사님들은 교회의 존재 이유를 더 이상 신앙 그 자체에서 찾지 않고 사회적 봉사의 차원으로 이해합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독일 개신교는 60~70년대의 학생운동과 80년대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 한국과는 달리 분위기가 대단히 진보적입니다. 제가 보기에 전도 같은 것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오늘날 독일에서 기독교는 날로 쇠퇴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믿고 싶으면 아무거나 믿으면 된다. 꼭 기독교 믿을 필요없다."라고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말씀하시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말 인상 깊게 느끼는 것은, 그냥 근본주의적 교리를 펼치면 신도가 떠나지 않을텐데, 이러한 단순한 방법을 놔두고 스스로의 몰락을 자처하는 목사님들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합리성에 대한 추구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래도 끝까지 근본주의적 교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이른바 '자유교회'라고 불리우는 교회를 다닙니다. 독일은 종교의 강제성은 없지만 국교가 기독교(카톨릭 포함)이고, 교회가 국가소속입니다.
따라서 자유교회라는 것은 국가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교회를 지칭함과 동시에 한국식의 근본주의 교회를 뜻하기도 합니다. 자유교회 대부분이 기존 교회의 합리적 종교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자유교회를 보는 사회 일반의 시각은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위험천만한 발상을 하는 이상한 종교집단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얼마 전 TV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를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한 대학의 저명한 신학교수가 나와서 말하길, 기독교 근본주의는 그 교리상 민주주의, 그리고 현대 문명과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더군요.
아프간 피랍 한국인들에 대한 뉴스가 이곳 독일에서도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리 크게 비중을 갖고 다뤄지지는 않지만 몇 주 전 공영방송인 ZDF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평소 보다는 다소 비중 있게 다뤄진 적이 있는데, 전 이 방송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피랍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앵커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런데 이들은 왜 그토록 위험한 아프가니스탄에 자발적으로 갔을까요? 이들은 자유교회 소속의 신도들이었습니다."
전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게 쓴 것 같습니다. 한국 기독교의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고 이것이 세계기독교 전체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노파심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트의 참 모습은 한국의 개신교와는 참으로 다른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이미 다 알고 계셨던 내용이라면 송구스럽습니다.^^;;
어찌되었던 기독교는 자기희생과 사랑의 종교이니만큼 이러한 기독교의 소중한 가르침이 어떻게 전파될 수 있을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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