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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골배 참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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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8 14:5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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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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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골배 참 좋습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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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선희 [가입일자 : 2005-04-21]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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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에서 덕릉고개만 하나 넘으면 남양주이고,
이 남양주 덕릉고개에는 배밭이 많습니다.
이 먹골배라고 불리는 배, 물이 많아 달고 참 시원합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주먹 두개보다 큰 배를 만원어치만 사면 일곱개 이상 주고,
가기서 먹는 것은 대개 공짜이고,
덕릉고개 넘어 첫집에는
시아버지께 배밭 물려받으셨다는 아무머니께서 워낙 인심을 좋으셔서
못생긴 배는 또 따로도 담아주시고 그럽니다.
언제 태릉에서 퇴계원으로 의정부 이르는 길가에서 시원한 먹골 배 맛 한 번 보십시요~
배는 감기 걸렸을 때 가운데 속을 좀 파내고 꿀을 넣고 중탕해서 먹으면 즉효입니다.
어릴 적 상계동에 살았을 때 그 배밭가운데 제일 큰 배 밭이, 당시 우리나라 최고부자인 이병철의 소유라는 삼화농장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어머니들은 그 높은 덕릉고개를 걸어 넘어가 배를 받아 머리에 이고 상계동 중계동 공릉동까지 이고 다니며 팔아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습니다.
저보다 머리 하나는 작으신 단신이신데도,
그 무거운 배를 이고 중랑천에 오면 배삵이 버스비보다 비싼 삼십원이어서
그 더러운 중랑천 물을 그냥 배를 이고 건너셨다고 합니다.
"워낙 배가 무거워서 그런지 떠내려가지는 않더라."
그렇게 개천을 건너면 마음 좋은 마을 사람들은 펌푸물을 퍼주면서 씻으라고 자리를 내어주고 그러면서
그 배를 다 팔아주고 그랬답니다.
저는 지금 월계동에 사는데,
유독 동네 노인분들과 친한데, 그게 그렇습니다.
혹 그 중에 그 옛날 우리어머니께 펌푸물 퍼주셨던 분이 계시지는 않을까.
무거운 배 팔아주시던 고마운 분 계시지 않을까.
수퍼에서는 늘 어느분이고 다 댁까지 짐도 실어다드리고,
샀던 떡도 나눠드리고,
집을 알아 놓으면 매실청을 들고 찾아가기도 합니다.
내일 시누님 댁에 간다고 하면서 배를 사가자고 간다고 호언장담했는데,
덕분에 내일은 배밭에도 갈 것 같습니다.
먹골배 많이 드세요~
무엇보다 참 맛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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