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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책 만들기의 어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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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8 12:5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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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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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책 만들기의 어려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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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 [가입일자 : 2006-10-25]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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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효, 잠시 짬을 내서 넋두리 좀 하려고 합니다.
제가 출판사 시작해서 처음으로 낸 책이 '핀란드 초등수학교과서'입니다.
뭐, 부자가 될만큼의 매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1인 출판사에서 다양한 실험과 수업료를 지불할 수 있을만큼의 매출은 기록을 해주고 있습니다.
나온지 꽤 된 책인데도 처음 아는 사람들은 놀라워하고 매출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이제 대중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의 매니아층은 형성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 와싸다 회원님들의 공도 꽤 있습니다.
늘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핀란드 초등수학책을 하면서 다시는 수학책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진짜 단행본 만드는 것에 비해서 너무 힘이 듭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당연하고 별거 아니게 여겨지는 것들이 디테일한 곳에서 많이 힘들거든요.
그런데 어쩌다가 핀란드 중등 수학교과서를 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힘들었던 것을 잊었던 것이 아니라, 한 번 수학책을 내놓으니까 상황이 피할려고 해도 피해지지 않더군요.
계약해 놓았었는데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데다, 책이 초등학교 책에 비해서 수준이 높고 어려워서 판매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수학사이트의 운영자분께서 중등 책을 보시고는 출판하라고 하더라구요.
이런 콘텐츠가 사장되는 것은 진짜 너무 아깝다면서요.
그래서 비용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니, 자기 사이트에서 펀딩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펀딩이 이루어졌고, 수학선생님 한 250분 정도가 기꺼이 선판매의 형태로 돈을 송금해 주셨습니다.
정말 큰힘이 되었고, 여전히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번 달 말 정도에 책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데, 정말 죽을 것처럼 힘이 드네요.ㅜ.ㅜ
그 석 달여를 이 책에 매달려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을 동원했고, 여러명의 인원이 달라붙어 있어도, 교정을 볼 때마다 보이는 오류와 아쉬움들 때문에 매일 야근에 집에 가서도 새벽 두시, 세시까지 교정을 보고보고 또 봐도 책이 잘 나올지 걱정에 잠을 편히 못잡니다. 문과출신인 제가 수학책을 내니.....ㅜ.ㅜ
책을 만들면서, 문제를 보다보면 희열이 느껴지고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문제가 많습니다.
20년 동안 고교 수학교사를 하는 친구는 책을 보더니 자기는 여태 수학 헛 가르쳤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나라는 왜 교과서를 이렇게 안만들어주냐고 안타까워도 하구요.
기본에 충실한 문제와 거의 수리논술에 가까운 문제, 생활과 연계된 문제들의 참신함, 꾸준한 반복과 더불어 수준은 깊어지고, 때로 지적희열을 느끼게 하는 문제 등, 수학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완벽히 바꿔주는 책입니다. 도대체 사칙연산 이외에 수학이 우리에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문과출신들의 한탄에 답을 해 줍니다. 왜 수학이 세상에서 이토록 필요한 학문인가를 말이죠.
수학을 잘 못하는 친구들은 기본과정만 해도 되고, 수학을 잘하고 흥미를 느끼는 친구들은 심화까지 해도 되는데, 다만 이 심화쪽의 수준이 높아서요. 그게 걱정입니다.
거의 잠도 못자고, 하루종일 입에서는 담배가 떠나지 않고, 아침마다 눈은 충혈되어 있고, 어깨는 잔뜩 뭉쳐서 건들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책이나 무사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류없이 책만 나온다면 좋겠고, 책이 인쇄소에서 인쇄되기 시작해서 제 손을 떠나면 한 일주일 음악이나 듣고 영화나 보면서 잠도 많이 자고 쉬고 싶네요.
가을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책이 나오면 저도 만추의 감성을 조금만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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