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석은 되도록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바닥 흙이 주저 앉거나 봉분의 흙이 여러 계절을 지나면서 수축과 팽창을 거듭해 돌의 이음새가 벌어지는 등 폐단이 생깁니다. 가신 분의 자취 조차 없으면 섭섭하니 약소한 규모로 비석을 세워서 생몰시기 정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돌 업자들 말씀 듣지 마세요. 봉분이 가끔 허물어 질 수 있는데 한식날 간단하게 보수하면 됩니다. 돌이 문제를 일으키면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제가 장손이라서 산재돼 있는 조상님들 이십여 기 되는 봉분을 한 데 모으는 작업을 십 여년 전에 했습니다. 사물함처럼 석곽을 짜서 유골 항아리를 대별로 모셨고 봉분을 씌운 다음 둘레석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접합부가 갈라지고 지반이 무른 쪽은 주저 앉는 등 손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올 봄에 둘레석과 석곽을 걷어 내고 봉분을 반원형으로 약간 높인 다음 평평하게 만들어서 그 밑에 유골을 묻어 드렸습니다. 물론 조상님들의 명판은 평평한 봉분 위에 정렬을 했드렸습니다. 명판 외에는 돌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아들 놈이 모든 작업을 지켜봤으니 간단하게 장례를 치르면 될 것 입니다. 저도 풍수지리 강의를 지관에게서 일 년 동안 들었지만 이현령 비현령일 뿐입니다. 진리는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든지 보편성을 지녀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장례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가 부유하게 잘 사는 모습을 얼마든지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