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영혼이라는 말, 언젠가 들은 적이 있던 말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하얀 나비가 참 자주 눈 앞에 나타납니다.
혹시 우리 어머니 영혼이신가 생각해서 일까요?
작년 유월 기운이 없으신 어머님을 병원에 모실 때만 해도,
예전에 그랬듯이 링거도 맞으시고,
기운 회복하시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패혈증세가 있으시다고 하더니,
의사샘께서 "만나고 싶은 분들 만나게 해드리고, 드시고 싶은 것 드시게 해드리라."
는 묘한 뉘앙스의 말을 듣고,
외가의 형제들에게 연락을 하였고, 번갈아 외사촌형제들이 다녀가고 그랬습니다.
그 날도 아버지를 모시고, 언니와 함께 어머니께 갔는데 영 안 깨어나시고 잠만 주무시더군요.
나중에 우리가 억지로 깨우는데, 일어나시질 못하고,
간병인이 '어젯밤 잠을 못 이루셔서 곤히 주무시는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댁에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는 어느 사거리에서 잠시 좌회전을 위해 멈춰 서 있는데
하얀 나비가 한 마리 폴폴 날아 오르더니, 제 유리창에서 아른아른 거립니다.
곧 차들이 지나가면 낮게 날아다니는 나비가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이 게 드라마 였더라면 어떤 죽음을 위한 복선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무심하게 생각하고 돌아왔다가 차를 두고 강남 쪽에 가는 길에
언니, 오빠들로부터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마침 어디를 가는 중이라 어찌할 까 하다가
병원으로 전화를 했더니, 그 곳에서 이미 우리 어머니가 운명하셨다는 겁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연락하고, 외사촌이며 이종사촌들에게 연락하고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서는데
또 하얀 나비가 나폴대며 우리 앞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 어머니를 보고 통곡을 하며, 다른 식구들은 어머니 유해와 함께 장례식장으로 가고
저는 아버지를 댁에 모셔다드리고,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데 여전히 또 하얀나비가 있습니다.
여름내내 한번도 눈에 띄지 않던 나비가 그렇게 여러번 보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날 밤, 첫날이라 비교적 한산하게 넓은 홀에 오빠가 마시는 소주잔 앞에 앉아 있으니
우리 아이들도 오고, 형제들이 죽 둘러앉게 되어서 제가 문득
나비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망확인서를 보고, 제가 나비를 보던 시각이 어머님 운명하신 시각과 거의 비슷했거든요.
그랬더니 딸애가
"어 나도 학교에서 나오는데 하얀 나비가 따라왔어."
하는 겁니다. 이어 큰오빠도
"나도 그랬는데."
형제들이 줄줄이 그날 다 나비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이어 신기하게 나비는 장례식장 안인 홀에서도 있었고,
장례 이틀쨋날 무엇을 사러 시장을 다녀오라는 부탁을 받고
오빠의 차를 운전하여 시장으로 가는데
와이퍼 앞에서 또 하얀나비가 나폴대서 친척 언니와 신가하게 보라보았죠.
요즘도 저는 간혹 나비를 봅니다.
특히 아버지께 당번인 금요일이면 유난히 흰 나비가 저를 따라다니듯이 날아오는 걸 보고,
제가 옆에 누구라도 있어 보라고 하면 저 멀리 날아 어느새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제게만 자주 날아오고, 운전을 할 때도 바깥에 보면 늘 나비가 날아다니는 신기한 기분.
정말 나비는 제 어머니의 영혼이신 걸까요?
종가집의 맏며느리로 온갖 고생을 다 하시면서
모든 일에 모범을 보시셨던 어머니.
제가 남편과 아직 한 번도 부부싸움을 안 한 것이
"싸워서 이기면 승전비 세우냐?"
고 일러주신 어머니 말씀도 있지만, 괜한 불화로 어머니 심려끼칠 것이 두려워 아예 시비거리를 안 만든 까닭도 있었다 생각합니다.
진 자줏빛 끝동의 한복 치마 저고리가 유난히 잘 어울리셨던 어머니.
국민학교 졸업의 학력이시지만,
어떻게 우등상을 타셔서 외삼촌께서
"책보만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줄 알았는데..."
하시면서 떡을 해주셨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정말 지혜로우신 분이었죠.
회원님들은 올 해 나비를 몇 번 보셨나요?
작년 올 해 유난히 나비가 흔하게 날아다녀서 제게 그리 자주 보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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