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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투표는 잘하고 봐야... 전화위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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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8 20:4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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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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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투표는 잘하고 봐야... 전화위복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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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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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대기 하나 달고 자대배치받아 갔더니 충청, 경상, 전라, 강원등
오만데서 모인 인간군상들이
저마다 독특한 꼬라지를 자랑하며 득시글 대고 있었다.
수송부대여서 당시 열아홉 나이에 지원해 온 어린애들도 있었고
연기 하다 하다 막차타고 들어온 애 둘 딸린 아빠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압권은 갈매기 세개짜리
인사계였다.
이 잉간은 그 지역 반경 30킬로 이내에 그를 모르는 군인이 없을 정도였는데
성질도 거지같고 음흉하고 간교하기가 이를데 없었으며
중대장 알기를 우습게 생각했고 어떻게 갈궈야 사병들을 자기 손아귀에
쥘 수 있는 지 훤히 꿰뚫고 있는 노회한 인간이었다.
당시 일병 갓 달면 개밥당번이란 걸 맡았는데 이게 개장청소, 남은 짬밥 긁어 모아
개밥주기, 개 컨디션 살피기등 완전 개뼉다구를 상전 모시듯 해야하는
당번중에서도 3디 직종이었는데 추운 겨울에 개가
출산이라도 할라치면 왠 부대에 비상이 걸리고 불쌍한 쫄다구 당번들은
밤새워 돌아가며 개장옆을 달달 떨며 지키다
새끼 받아가며 지극정성으로 개들의 안위를 보살펴야 했다.
그러다 새끼 한 마리 죽기라도 할라치면 화난 인사계의 폭풍뒤집기로
온 중대가 초상집이 되기도 했다.
여름이 되면 개들이 한 마리 씩 사라졌는데 아마도 인사계외 간부들이
짭짭했을 것이며 종종 팔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부대 한쪽 창고엔 비밀의 작업장이 있었는데 중대원 중 한 사람은 보초면제,
훈련면제, 점호면제를 받아 가며 뭔가 비밀스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원도 산에서 주목을 캐다가
갈고 깍고 다듬어서 페퍼질 니스칠을 한 후 탁자나 식탁으로 만들어
어디론가 반출되었다.
제법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 팔아먹던지 아부용으로 진상했으리라 보는데
여튼 그 일을 맡으면 재대하는 그 날까지 페퍼질로 날이새고 니스칠로 해가 저물었다.
그 인사계가 주번하사 완장을 차는 날은 고참들부터 눈치를 살피며
설설 기었는데
한 번 찍히면 내무반을 왕복으로 쪼인트 줘 터지며 작살나게 깨졌으니
다음 날 퇴근할 땐 근처 급양대에서 싸바싸바한 소고기 덩어리를 오도바이 뒷자리에
꽁꽁 붙들어 매 놔야 풍파없이 넘어 갈 수 있었다.
일병 갓 달고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선거 하루 전 중대원을 모아 놓고
정신교육인가 뭔가를 할 때 공교롭게도 탄약고 보초를 서게 되었다.
투표함을 행정반에 갖다 놓고 한 놈씩 들어 가 가리개 비슷한 곳에서 도장찍고
나오는데 문 열고 들어 가면 인사계는 투표함 옆에, 중대장은 안 쪽 자리에서
투표하는 녀석들을 유심히 바라다 보고 있었다.
용지를 받아 드니 첨 보는 이름들...
걍 그중 야당 여자후보한테 꾹 눌러 주고 말았는데 이게 나중에 큰 사단이 되고 말았다.
전 중대원 중 야당 찍은 놈은 나 하나 뿐이란 걸 알아챘을 땐 이미 엎질러 진 물이었다.
그 인간들이 투표함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놓고 한 놈 나가면
누구 찍었는 지 들여다 보고 있던 겄이었다.
전날 교육을 빠지는 바람에 아무 것도 모른 채...
여튼 그 날 이후로 간부들은 날 이상한 놈 취급하는 듯 했다.
어느 날 아침 기름수송하러 나가기 위해 트럭 본넷위에 올라 타서 엔진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저만치 뒤에서 누군 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 보니 멀리서 한 사람이 뒷짐을 지고
"야 ! 거기..."
하며 나를 부르는 듯 했다.
확실하지 않아서 누구지? 하며 쳐다 보는데 그러다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 가는 게 보였다.
그날...
수송작전을 끝내고 중대로 돌아 오는데 고참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야.. 인사계가 너 복귀하면 행정반으로 오라던데..."
행정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오만상을 잔뜩 찌푸린 인사계가 돼지같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이런 시구 달구 맵구 짜구 떫은 놈의 자식이 내가 부르는 데 나를 째려 봐? "
"쌔카만 쫄따구 새끼가 죽을라고 환장했나?"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조인트를 까이며 행정실을 한 바퀴 돈 후에야 간신히 손아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나는
그 후 중대사상 처음으로 일병 갓 달고 카고트럭을 몰아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하조대로 양구로 정처 없이 수송지원 파견근무를 떠나게 되었고 그 덕에
남대천에서 시원하게 멱도 감고 하조대에서 망원경으로 해수욕하는 비키니도
구경하며 양구 선착장에서 lst 선을 타고
소양댐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심심찮게 기나 긴 군대를 보낼 수 있었다.
제대 하루 전 전역신고하러 자대에 돌아 왔을 때 떵싸계는 이미 정년퇴직한 뒤였다.
그것도 수송부대 전역으로 개인택시까지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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