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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9-23 18:21:51
추천수 23
조회수   1,246

제목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글쓴이

이민재 [가입일자 : ]
내용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릅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묵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출처: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아침책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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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enteur@hotmail.com 2014-09-23 18:35:42
답글

문학소녀 취향의 가벼운 글?인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 분은 글이 더 멋진 것 같습니다. 이 분의 문학 강연은 그저 그랬습니다. 문청? 일 때는 너무나 새털처럼 가벼워서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는 가을을 타는 외로움을 아는 세월을 살아 왔습니다.

작년에 꼭 대학로 마로니에 거리를 바버리 코트를 걸치고 낭만을 만끽 하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틀려 버린 듯 합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제 마음조차 심란하군요. 시간이 지나가니 그런대로 '지란지교를 꿈꾸며'도 봐 줄만 하군요. 이 저녁 잠시 하시던 일 멈춰 놓으시고 잠시만 쉬어 가시지요.

염일진 2014-09-23 18:50:03
답글

정말 좋 은 친구 항개가 피료함다

최대선 2014-09-23 19:09:17
답글

절친한 친구 여럿보다 가까이서 아무 전제없이 마주하고 길가 테이블에서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더군요.
너무 맘속에 두고 있는 사람은 갈라지게 될 때 아픕니다...

김주항 2014-09-23 20:59:49
답글

그런 칭구가 다들 멀리 있으니....~.~!!

lalenteur@hotmail.com 2014-09-24 02:13:42

    멀리서 찾으실 필요 없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삼봉 어르신이 계시잖아요.일생일대의 생사를 건 대전을 대선님께서 잡을려 하오니 그때 사생결단을 내십시요. 주항 어르신 화이팅 입니다!!!

변선희 2014-09-24 12:19:34
답글

저도 참 좋아하는 글입니다~ 때론 난 저렇게 살아야지~ 하면서 추억에 잠기는데.
사실 저도 이상하게 학창시절 쫌 진하게 친했던 친구들은 다 멀리 해외로 가버렸습니다.--그 이후 제 아이들에게 말하죠. 고루고루 친구를 사귀어라. 넘 잘 나가는 친구들은 죄다 해외로 가더라. 인재를 남의 나라에 뺏기는 현실에 대해 한탄도 하고요.
그러나 전 나이는 좀 어리지만, 혹은 저보다 나이는 위지만, 애들 친구 엄마 몇과는 몇십년 우정을 나우며 동기간처럼 지내는데,
어찌 된 것인 지 더 좋은 우정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입은 옷 그대로 손님을 맞아도, 흠이 되지 않고 에 딱 맞는 동네 애들 친구 엄마랑 어제는 우이천 변에서 볶아주는 커피라는 제목의 아주 후미진 곳에서 손님도 없어 아주 한산한 곳이라 마음껏 수다를 떨다 밤늦게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켈리포니아와 엘에이에서 친구가 둘 와서 밤 광화문을 걸으며 실컷 이야기도 하고, 광화문시대란 곳이 민박수준으로 묵기에 좋아 거기 묵는다고 해서 주차도 거기하고요.
토요일은 아들 문제로 걱정인데 상해에서 또 한 친구가 와서 보느라 상계동을 쏘다니며 옛집 구경도 했죠.--00 못가린다고 남편에게 욕을 먹었으나, 구차한 저의 실정을 이야기하기보다 나가서 만나는 것이 속이 편했고, 우선은 반가웠죠.

대신 친구들에게 조선참깨를 볶아서 보내주고, 작년 남해서 친구가 보내온 유자로 담근 정말 향기로운 유자청도 주었더니, 정말 좋아했습니다. 저도 꽤 좋은 선물들을 받은 터라..
친구가 그리운 나이라는 말 실감하며, 저렇게 지란지교를 꿈꿉니다, 민재님.

lalenteur@hotmail.com 2014-09-24 15:04:51

    좋은 친구와 사귀는 이익


아난다가 어느 골짜기의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다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만일 내게 좋은 친구가 있고, 함께 수행할 수 있다면
내 수행의 절반은 좋은 친구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다."

아난다는

곧바로 부처님께 가서 자신이 한 생각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러나 부처님은 뜻밖에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난다야, 넌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아난다는 의아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평소 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하시지 않으셨던가요?"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아난다야, 네게 좋은 친구가 있고,
그 친구와 함께 있게 되면 수행의 절반을 이룩한 것이 아니라
전부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느니라.

왜냐하면 순수하고 원만하며 깨끗하고
바른 행동은 언제나 좋은 벗을 따라다니지만
나쁜 벗 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출처: 잡아함, '선지식경' 에서

변선희 2014-09-24 15:17:09

    (선희야
어제 엄마가 택배 받아두셨다고 ...
놀고 있는 중에 택배를 보내주는 친구
넘 부러워 하시더라남해 찍고 상경중 .)

사실 전 이 친구가 부럽습니다. 아주 이쁘고 단정하며 공부또한 최상위를 달리던 친구.
게다가 동네에서 한 오십칸은 될 것 같은 기와집에 살던 친구였습니다.
이번에 광화문 세월호 유족들 특별법 촉구를 하는 불꺼진 천막 앞에 나란이 앉아 이야기하는데,
은근 보수적인 발언을 하여 중간에 화제를 돌렸는데,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시국이야기는 잠시 접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였고,
그간의 공백에서 다른 것들에 대하여는 조금 이해해 주고싶은 여유도 있었죠.
그런데 이 친구가 오자, 이 친구는 초등학교는 저와 다른 학교라 그 학교에서는 귀국 플랭카드까지 걸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듣고 부러웠죠.
내가 한동안 안 보이면 이렇게 환호해주는 친구가 있었을까.

단언컨데, 제 고교시절부터 친구였던 남편은 기꺼이 무엇이든 그렇게 해 주었음직한 친구입니다.
근데 결혼하여 가족이 되어버렸으니....
그래서 결론은 그런 친구인 남편이 내 가족이다라는 자랑질이겠죠? ㅎ

110.35.***.135 2014-09-24 16:22:43
답글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부처님 말씀이지요. 친구도 어릴 때에 친구이고, 세월이 가면 변치 않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는 친구도 더러 있지요. 자신이 중산층? 으로 알고 기득권의 주장을 펼치는 친구(자신이 기득권의 일원이 실제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도 있고 동창 친구들을 만나보면 가지각색으로 변해 있지요.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이 말씀이 맞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에 맞게 처신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요. 사람들의 이력과 사상이 다르니 정치색도 다를 수밖에요. 그러니 친구를 만나면 정치나 종교 등 논란이 될 만한 것은 서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나이를 먹으니 점차 느껴지네요. 그리고 이러한 것도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현재의 위치를 말입니다.(줄임)

lalenteur@hotmail.com 2014-09-24 16:23:16

   

이종호 2014-09-25 10:06:52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정말 제 인생의 절반을 바꾸어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했던 친구로 인하여
제 인생과 저희 가족들이 휘청하게 되었던 아주 안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주었던 그 놈은 얼마전 폐결핵으로 채 60도 못살고 갔습니다.
역시 인간이 남을 어렵게 하면 꼭 그 죗값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상가에 가서 가족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앞으로 당신들을 볼 일은 없을겁니다"
"과거의 당신들과 그렇게 가까이 지냈던 정으로 마지막 측은지심에 온 것입니다"

그 가족들도 그 놈이 저와 저희 가족에게 어떠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혔는지
알고 있었기에 아무말도 못하더군요,
어머니는 치매, 아버지는 반신불수, 동생들은 죄다 이혼하고.....

측은하기는 하더군요...종손에 맏아들이 결혼도 못해보고 먼저 갔으니....

제작년 제 메추리알 친구이자 죽마고우였던 녀석이 스스로 목을 메어 자살을 했습니다.
딸녀석도 우리 아들과 무척 가까이 지내고 친했었는데, 그녀석 시집보낸 그 이듬해에
먼저 가더군요....
얼마나 이야기 하고 싶은 벗이 그리웠으면 죽기 열흘전 술이 거나해서 제게 전화로

"종호야! 너 나랑 고등학교 때 C.C.R의 'Who'll stop the rain' 치면서 같이 노래부르던 거
생각나지? 그때가 참 좋았는데...서로 바쁘니 얼굴보기도 힘들다 그치?
조만간 함 만나서 옛날이야기 하면서 술한잔 하자...사랑한다 친구야.."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그와의 이승에서 마지막 대화였습니다...ㅠ,.ㅠ^

그녀석 장가갈 때 제가 함진애비였었는데....

작년엔 몇번 납골당에 가보았는데 올핸 기일날 가보질 못했네요...
시간내서 집사람과 같이 다녀올까 합니다.

lalenteur@hotmail.com 2014-09-26 16:13:56

    슬픈 사연이군요. 사연 없는 무덤 없고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어찌 그리 딱 맞는지요. 우리들 사람으로 나는 것이 어렵다고 하고 그리고 착한 일을 하고,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삶, 이러한 삶은 다시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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