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님께서 에디뜨 피아프 정정해주신 것을 보다가 문득 옛날 곡하던 놀이가 생각났습니다.
대낮부터 무슨 곡 이야기인가 하시겠지만, 도시 친구들은 여간해서 들어보지 못한 것이 곡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언젠가 프랑수와 부아예의 금지된 장난을 보며, 그게 서양쪽의 향수라면 저는 그와 유사한 곡하던 놀이가 생각나며 무척 공감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곡이란 그야말로 애통해서 크게 소리 내어 울어대는 통곡소리인데, 저의 고향 여주 장흥에는 이 곡에서 만큼은 세상 어디에도 내놓아라 하는 3대 명창이 계셨습니다.
이미 동네에서도 인정한 세분이신데, 그 세 분이 첫 번 째가 저희 할머니이시고, 또 한 분은 새댁이라는 택호를 지니셨던 순석이 할머니 즉 새댁아주머니이신 친척분이었으며, 또 한 분은 독립군 고 이범석장군의 사촌동생이시고, 수퍼주니어라는 아이돌 그룹의 최0원의 외조모되시는 우리 집안 아주머니 셨죠~--고로 최0원맘과 제가 동갑내기 친척으로 고향에서 같이 자랐음.
어릴 때 무슨 상사가 나면 이분들의 곡은 얼마나 호소력이 있었는 지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눈물 흘리게 할 정도로 흡인력 있는 슬픈 목청으로 곡을 하셔서 지나가는 사람들 조차 눈물을 흠뻑 흘리게 할 정도로 기막힌, 차라리 그건 기막히게 듣기 구성진 창 같은 것이었습니다.
근데 좀 웃긴 것은, 실컷 곡을 하신 할머니 옆에 가서 무얼 물으면 눈에 묻은 물기를 금방 슥 닦아 내시고는 "뭐?" 하시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에 눈물 자국 하나 없는 것이, 어린 시절에도 쫌 위선(?)적 느낌도 났습니다~
어느 해인 가, 제일 먼저 최0원외조부이신,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동네는 슬픔과 곡 속에 보내었습니다. 와세다대학 출신이셨던 분으로 워낙 고향에서는 우리들 정신적 지주같으신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후 또 상사가 났습니다. 조용한 집안에 갑자기 우리 뒷 울타리로 다급한 소리가 나서 가보니, 이천 댁 아줌마라 부르던 당고모가 서울서 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울먹이는 것입니다.
곧 그분의 유해가 동네로 실려 오고 또 이 3대 명창의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곡하는 목소리는 얼마나 목소리에 애닯은 지, 저는 그 분들의 곡소리를 들으면서 무슨 깊은 슬픔을 나누는 것 같아, 어린 것이 같이 따라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또 일가 중 어느 분이 돌아가시고, 근 한달 여 기간을 우리는 상사와 곡소리에 묻혀 지낸 것이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저는 우리집 대청마루에서 최0원맘과 함께 베개 하나를 가져다 놓고, 둘이 곡을 하였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고 배운 것이 그거이다 보니 둘의 곡은 꽤 호소력이 있었던 지 작은 오빠도 우리들의 곡을 경청하며 감탄까지 해주었습니다.
곧 다른 식구들도 모여 칭찬까지 할 정도 였죠.
"애가 절만 잘하는 지 알았더니, 곡도 되게 잘하네~“
ㅋㅋ 우리는 그런 칭찬에 힘 입어 정말 매일 곡을 하며 놀았습니다. 머리도 빗지 않은 부스스한 어린 애들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마치 애기귀신처럼 울어댔습니다.
ㅋㅋ 그러자 제일 먼저 저희 어머니께서 부지깽이를 들고 저를 위협했고,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엄중하게 경고하셨습니다. 잠시 저는 기 죽었지만 그 재미있는 곡 놀이를 멈출 수는 없었던 것이 최0원맘 그 친구—이거 시중에 안 알려진 사실인데 탈랜트 채시라와 흡사한 외모의 스튜어디스출신 임다. 쉿! ㅋ-
아마 동갑 당숙 정도는 한 번 쯤 우리에게 붙잡혀 홑이불을 덮고 누워있지 않았나 싶습니다.당숙—시체 역 배우. 0원맘과 저 –상제. 어린애 둘은 완전 스릴러를 찍고 있었습니다.
그 곁 어느 쯤..한식군도. 아마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을 거구.
"쯧 재들 맛탱이가 갔꾼.쩝.“
하면서 같이 놀고 싶었을 겁니다. 근데 저희들은 항상 둘이만 놀았죠~
다시 친구와 인적이 드문 사당이라던 가 어느 건물 뒤쪽으로 가서 곡놀이를 하기도 하고, 만만한 우리 작은 오빠를 꼬득여 시체라고 이불을 덮어 놓고 아예 진짜처럼 상사 놀이로 진종일을 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진짜 어느 날, 저는 어미니한테 끌려가 된통 혼나고 우리 둘은 온 친척들 앞에서 정식으로 한 번 혼나고 어느 덧 시들해 졌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어느 해인가 친구하고 프랑스 대사관에 영화를 보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쯤 프랑스 대사관에서는 프랑스 영화를 프랑스어 그대로 영어 자막을 넣어 공짜 상영을 했습니다.
나는 뭐 영어 실력이 없어 이해불가 상태지만,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상상력으로 영화를 그럴 듯하게 너무 잘 해석하기에 철없는 저의 친구들은 저의 영어 실력이나 뭐 숨은 불어 실력이라도 있는 줄 알고 꼭 저와 함께 영화를 보며 순간순간 해석을 부탁하고.. 그럴 때마다 전 뭐 그럴 듯한.. 사기..성 짙은 해석을 .. 해주었습니당~
근데 어느 날 본 게 금지된 장난이었죠. 금지된 장난.. 로망스란 음악은 우리들도 즐겨 듣던 음악일 테니, 영화 소개는 차치하고.. 이 금지된 장난이란 영화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의 상황이 우리 어릴 적 곡하던 상황과 너무 많이 닮아있었던 것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 됩니다. 전쟁이 발발하고 피난민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우리네 이불보따리 지게에 지고 가는 모습과는 다르게 하이힐에 정장 차림의 세련된 부부는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피난 행렬에 끼어 불안한 얼굴로 급히 발걸음을 서두르고 그 때 엄청난 소음과 함께 그 부부가 쓰러집니다. 이어 다른 피난민들도 쓰러지고, 소녀는 쓰러진 부모를 보며 우는데,
다른 피난민이 급히 이 소녀를 데리고 황급히 사라지고 결국 이 소녀는 근처 어느 시골마을에 맡겨집니다.
이쁜 도시 소녀는 그 곳에서 한 남자 아이를 만나고 점차 친해지는데, 전쟁 중 어린 아이들이 본 것은 죽음뿐입니다. 어느 날 놀이감을 찾아 다니다가 아이들은 신세계같은 너무나 멋있는 곳을 찾았는데, 그 곳은 온갖 십자가로 장식된 공동묘지였습니다. 그 곳에서 무언가 영감을 받은 아이들은 작은 새의 죽음을 계기로 직접 십자가를 만들어 새의 무덤을 만들어 추모해 줍니다.
그리고 그 추모의 의식은 나날이 발전하면서 점차 더 근사한 추모를 꿈꾸고 마침내 공동묘지로 가서 십자가며 무덤가의 물건들을 훔쳐 꾸미기 시작하죠.
그 어린 아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꾸미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는 무덤인지 무언지 보다는 흥미롭고 아름다운 장식인 것에 더 열광하며 어떤 낡은 집 하나를 빼곡하게 온갖 무덤의 십자가들로 장식해 놓고.. 그 것은 결국 마을 어른들에게 발각되어 소녀는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름을 묻는 소녀에게 그녀는 아무 말도 않다가 결국
"미셀"
하고 외칩니다. 고아원으로 넘기지는 않겠다던 마을 사람들이 결국 그녀를 마을에서 보내버리고 배신감을 느낀 걸까 소녀는 절망하여, 불안한 시선으로 그 소년 친구 이름만을 부르며 어디론가 걸어가며 미셀만을 부르는 모습의 애잔한 장면은 아직도 떠오릅니다.
이 두 개의 놀이가 동 서양을 가르는 놀이 같으면서도 좀 유사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