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렸던 먼지가 되어라는 음악에 댓글이 달려 쓰려다 보니 머리 속의 생각이 어려가지가 겹치네요.
옛날 생각이 납니다.
90년대 초반에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는데 누가 소개시켜주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대학을 갓 졸업한 여자와 소개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소개팅이나 미팅은 우아하게 경양식집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돈까스를 썰면서 몇 년만에 처음보는 다른 전공의 여자와 이야기를 하였지요. 그 여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로 어느 공연단에서 키보드를 치는 사람이었는데 음악이야기를 하다가 자기는 이윤수의 ‘먼지가 되어’가 좋다고 이야기를 하였지요. 저 역시도 음악은 관심이 있던지라 이쁘장한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급관심을 가지게 되고 헤어지자 마자 레코드가게에서 창신동 어쩌구 하는 앨범을 산 적이 있습니다. 그 여자가 당시에 그 노래를 소개해 주면서 이윤수가 리메이크한 노래라고 소개해 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게에서 산 창신동 어쪄고 하는 앨범 제목은 어린 시절 창신동에 살았던 아련한 기억을 불러 내주는 그런 앨범이었습니다.
제가 그곳에 살던 시절 동대문에는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이 있었고, 동대문 너머에 동대문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어서 사람으로 북적북적 대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실내스케이트장에서부터 동대문까지 길가에는 카바이트 불빛으로 밝게 밝혀 놓은 니어커며 좌판에서는 야채, 떨이 옷, 간편한 요깃거리를 팔았었지요. 가끔 신구판 선데이 서울을 팔던 니어커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가서 아저씨 좋은 것 있어요 하면, 니어커 속을 뒤적거려 플레이 보이나 펜트하우스 잡지를 고가에 팔곤 하였죠.
당시 저희는 관심사가 만화였던 것 같습니다. 마성기(당시 말XX라고 했고 발기하면 팬티를 찟고 나오는 용맹을 부리곤 했지요)라는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였는데 철필로 그려서 등사기로 찍고는 스탬플러로 대충 찍어 제본하여 파는 것인데 당시 중학생들에게 공전의 희트를 쳤던 것이었지요. 당시 좀 놀았다거나 용기가 있는 아이들은 동대문에 가서 신판나온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사오기도 하였는데, 그 동네에 살던 저에게 아이들이 신판 나왔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오라고 했는데, 시골에서 올라와 얼마되지 않았던 저는 니어커 근처에는 갔지만 무서워 말도 못부쳤던 기억이 납니다.
월남전 파병에서 돌아온 외삼촌이 사다 준 노란 고무줄로 라디오만한 6V 밧데리를 묶은 가죽커버가 있는 일제 내쇼날 라디오에서 들었던 산울림의 “아니 벌써”(당시 저는 그 노래를 듣고 벌떡 일어나서 ‘이거다’라고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는 아무리 고급 시스템의 오디오에서 들어도 동일한 감동이 되지 않고, 당시 그 라디오로 들었던 이수만, 조경수, 김만수, 고 최헌, 채은옥 등의 입담과 노래는 지금의 어떤 음악프로도 대신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었지요.
시간은 지나가고 컴퓨터를 연결하여 음악을 듣거나, 고급 오디오로 음악을 듣지만 기계가 고급화되었다고 하여 어린시절 머리를 때리던 감동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주는 편안함과 감정, 어드선가 들려오는 낯선 선율에서 실타래처럼 풀려나오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 이만큼을 살아왔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것은 음악이 아니면 줄 수 없는 편안함이라 생각됩니다.
언니네 이발관 - 가리봉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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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 서울의 부심이였던 동대문이지만 조금 벗어난 창신동은 마치 가리봉시장과 같은 느낌의 그런 곳이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