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계림의 사내 아비를 지우고 어미를 돌려세워 하늘과 땅을 갈라 계림을 떠나왔다
마하보리사를 나서는 남천축국의 밤 마음이란 펼치면 손으로 석 자요 접으면 아픈 만큼 가깝다 뒤돌아보면 내가 모래 산처럼 지워지고 있다 나는 흙의 처음이며 마지막이다
죽어가는 제 몸을 들여다보는 눈이 젖은 짐승들 모래바람 속에서 살을 빠져나가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번 생은 어떤 형상으로 우주의 한쪽으로 기울어질 것인가
이국의 풍경 밀어놓고 시퍼런 칼 갈아 머리 깎으면 마가다국 강 한쪽에서 내 눈이 환해진다 나는 내 몸을 보지 못하므로 내 눈물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안이며 길의 바깥이다
ㅡ서안나, ?나의 천축국 1? 전문
제가 워낙 공돌이 체질이라 문학 쪽으로는 둔해서 시 같은 것은 거의 읽지 않는데 이상하게 이 시는 잘 모르겠는 뭔가 느낌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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