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적엔 농촌에 살았더랬습니다.
추석 쇠고 나서 추수가 끝나면,
옛날에는 볏짚을 논에 ㅅ 자로 세워 놓아서 말리곤 합니다.
지붕 이엉 이을려고 그런가 봅니다.
오후에 해살이 어느덧 기울면,
혼자 논에 갑니다.
5살인가,여섯살때인가 가물가물하지만요.
볏짚단에 혼자 숨어 들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 9달 동안 숨어 있던 그런 아늑함이
느껴집니다.
깜깜하게 어둡지만 아늑하고 포근하며,
절대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편안한 감정......
너무 오래 있으면 스르르 잠이 들어 어두워지지만,
지금도 그 추억을 떠 올리면 저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 오릅니다.
그 공간에는,욕심도 없고,미래에 대한 갈망때문에 생기는 갈등도 없고,
나 자신의 못남에 비롯한 타인을 향한 시기심도 없고,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심도 없이
오롯이 나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지금 나이가 들어 세파에 시달려
모가 나고 부정적인 ,의심,질투,욕심 ,그런것들로
때가 묻어 행복하지 못한 이 시점에
더욱 더 그리운 추억입니다.
다들 때를 벗고 난 뒤,그런 광장에서 만난다면
모두 다,하나가 되고,친구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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