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부터 비가 오락가락 하고 올듯 하다 안오고 그런가보다 하면 와장창 내리고..그랬던 것 같습니다. 서울엔.
여름장마라고 부르기에도 우스운 그러한 장마가 지나니 가을장마가 시작되고..이놈도 오락가락 하네요..
한 두달전부터 출근전에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잔차로 3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코트가 있고 두달전부터 이곳이 활성화되어서 굳은 마음을 먹고 새벽 5:30분에 기상해서 씻고 6시부터 약 1시간 정도를 치고 있습니다.
테니스를 쳐보신분은 아시겠지만..이 운동이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 운동이다보니 초보자들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그들만의 리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입죠.
특히 마을 난봉꾼으로 자처하는 경훈을쉰이 좋아라하는 젊은츠자들은 눈을씻고 봐도 별로 없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햇살이 무서버 나름 자기를 가꾸는 젊은 츠자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운동입니다. 배우는데도 상당히 시간이 걸리다보니 마음먹고 들어는 왔는데 이미 시작한 중, 고수들과의 갭이 커서 선뜻 먼저 치자고 할 수도 없고...코트 한 귀퉁이에서 빈 스윙이나 하며 누가 불러주지는 않나....눈치보게되는. 물론 비용을 내고 유료강습을 받으면 좀 더 고속으로 그들의 리그에 접근하는 방식도 없진 않습니다.
테니스 라켓을 잡은지 30년이 된 듯 한데 사람이 무던(?)해서 그런지 그 오랜기간을 초보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 한결같죠? ^^
지난 수요일 일이었습니다.
전날 회식이 있어 진창 마시고 먹고 있는 동안 비가 상당히 왔습니다만, 늦은 귀가시간때 집근처에 오니 소강상태더군요..취중에도, 잘하면 내일 테니스 칠 수도 있겠네..하며 5:30 알람을 확인하고 늦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얹뜻 잠에서 깨니 4:30 쯤이더군요..그래서 버릇같이 게슴츠레하게 제대로 떠지지도 않은 눈으로 베란다 근처로 가서 문을 열고 영혼이 없는 손짓으로 손을 내밀어 보니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아..비가 안오는가 보다하고 은연 중에 눈을 떳습니다..(근래 비가 자주오는통에 새벽에 깨어 비가 오는지 확인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일 술좌석이 있는날은 가끔은 비가 좀 와서 핑계대고 더 자고 싶은 마음도 더러 일곤 합니다.)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눈앞에 오리온 별자리의 몸통과 그 안에 선명하기 그지없는 삼태성이 환하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맑은 하늘에 그야말로 내가 이렇게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서와라~하고 말하듯 말이죠.
그 별자리를 바라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아 ~ 견명성오도.......부처는 새벽 별빛을 보고 득도를 했다고 하던데.....바로 이게......그.....
하지만 그러한 오해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득도는 계산과 암기로 되는게 아닌 듯...전율 이상의 그 무엇이 오지는 않더만요..그져 전율만..Just 전율.
무언가 별빛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게 있을 것 같은데....하며보니..그져 공상이었습니다.(혹은 주고 있는데 못 받는거겠죠..술먹은 놈이 무신....) 그래서 득도는 패쓰 ~
하지만 그때 보았던 그 맑은 하늘에 눈앞 바로 가까이 펼쳐진듯한 오리온 자리의 감동은 긴 시간까지 마음속에 자리매김하더군요...(참 좋은 기억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교감이 없는것을 한참 후(?) 느끼고..부스럭대며 씻고 준비하여 아파트를 나서는데....
여지껏 보지못한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아침이 기다리고 있는겁니다..
입에서 저절로 " 야~~~~아 "가 외쳐질만큼.
사실 전일 비가온 후 구름이 걷히고 하늘은 높아졌고 바람은 상쾌하게 바꼈을 다소 논리적으로 가상이 될 상황이지만...온몸으로 느껴지는 그러한 아름다움에 별로 논리를 갖다 붙힐 필요는 없다고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서 신나게 테니스를 쳤다는 얘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적어봅니다.
즐겁게 운동하세요...별이 냇물처럼 흐른다는 별내에서 소식 전합니다.
* 그날 아침 사진입니다. 제가 흥분한(?), 정말 아름다운 아침.
* 단순한 사람이 복잡한 감수성을 죄다 동원하여 쓴 글이 홀라당 날라가 버리면..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