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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이민을 가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이 계속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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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9 19:57: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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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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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이민을 가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이 계속 듭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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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윤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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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들 보도이지만...세월호 비극 이후로 이민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삽십 대 초반에 캐나다나 호주 이민을 짧지 않은 기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기억으로는 나이, 경력, 학력, 영어 등으로 점수화한 이민기준치를 충족했던 것 같습니다.
신청하고 몇년 기다리면 이민 갈 수 있었는데...용기가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냥 흐지부지 되었지요.
그리고 이십 년 가까이 흐르며 이민이란 단어를 잊고 살았습니다.
세월호 비극이 발생한 이후....멘붕이 강타하고 한동안 헤메다가 이민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사람 살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내 조국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긴 시간 암울할 것 같은....
제 정치적 성향을 고려할 때 맨정신으로 살아가기에는 우중정치와 비민주적인 경제시스템의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다른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둘인데...평소에 공부하라고 닥달하지 않고 철이 들고 스스로 느끼면 하겠지란 생각을 가지고 지켜 봐주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저 학구열이 높다는 학원가 동네로 이사 오는 것 정도만 해주고 마음 속으로는 다급한 마음을 억누르며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 자식들이니 평범하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게 살아가겠구나 하는 안심도 컸고요.
학교 가는 걸 즐거워 하고 방학 때도 매일 개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왕따 당하지 않고 사회성 좋은 아이들도 커주는 것이 제일 고마웠지만...
중1까지는 친구와 놀기 바쁘고 공부를 게을리 하다가 중2가 되더니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전교생 400명 중에 중1 때 200등도 안 되던 놈들이 반에서 2등하고 전교 20등 정도를 하더군요.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매년 특목고에 이삼십 이상을 보내는 곳이라....얼마나 기특하던지.
중3이 되면서 아이들이 공부에서 조금식 멀어지더군요. 3학년 1학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 봤습니다.
여름 방학을 허송 세월하더니 2학기 되어서도 방황을 하더군요. 학원 수강을 거부하고...
며칠 전 드디어 속내를 털어 놓더군요.
"1학기 때 영재학교에 지원하는 애들이 있었다. 그 때 조금 좌절을 느꼈다. 곧 특목고 지원 시기가 온다. 괴롭다. 난 어려서부터 특목고 준비를 안해서 특목고 못 간다. 괴롭다. 근처 일반고 가봤자(근처 일반고도 특목고 못 간 아이들이지만 공부를 제법 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별볼 일 없다. 친구 언니가 인근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서 전교 4등인데 인서울도 불확실하다더라. (어떤 분들께는 불편한 표현일 수 있지만 아이 표현 그대로 옮기면) 지방대학은 안 간다. 그러니 고등학교도 가기 싫다. 차라리 중졸로 살겠다."
저는 시쳇말로 깜놀했습니다. 한편으로 기특하더군요. 내 새끼가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지 않구나하는...한편으로는 안쓰럽고요.
제 아이의 문제가 한국 전체의 교육문제라고 말씀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못난 부모가 자식을 잘 인도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 어린 나이에 벌써 저런 종류의 좌절을 느껴야 한다니 뭐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이십 년 정도...그 이후 남은 인생은 그 이십 년의 세 배에서 다섯 배가 긴데...
철이 늦게 드는 놈도 있고 일찍 드는 놈도 있고..공부가 적성인 놈도 있고 적성이 다른 놈도 수두룩한데..
일찍 철 들고 공부에 적성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고 해서 저런 좌절을 느껴야 한다면....매우 슬프더군요.
그래서 이십 여년을 잊고 살았던 이민을 다시 꿈꾸고 있습니다.
곧 오십인데....사실 이제는 좀 쉬엄쉬엄 살고 싶은 유혹이 자주 드는데....
자식 새끼들 위해서 크나큰 고생문이 활짝 열리는 곳을 향해 발을 옮겨야 하는지...
이민이 정답은 아니지만....못나거나 잘나거나 이렇게 어려서부터 좌절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있지 않을지.....때마침 독일 거래처 사장님이 연로하셔서 사업을 매각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몸이 부웅 뜨는 느낌입니다. 저걸 사서 이민을 가야하나....
올해 들어 혼자 반주 겸 술 마시는 짓은 하지 않았는데....PC 앞에 앉아 소주, 맥주로 혼자 폭탄주를 제조해 마시고 있네요.
세월호.....휴우....
지금은 정말 답이 없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내 조국이 왜 이 모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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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중3 학부모입니다.
꼭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게 서열화 금전화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고, 갈수록 더 심해지는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과외와 학원을 다녀야 특목고에 갈수있느냐의 문제는, 100%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유사한 코스를 밟고 가는것 같습니다 (어느 사이트에서던, 교육관련해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본인의
자식 혹은 주변에 스스로 해도 충분히 갈수있었다 는 케이스의 글이 올라오는데, 좀 많이 드문 경우입니다)
그래서 특목고를 목표로 한다면, 어려서부터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지거나, 아예 포기하고 다른
학부모들과 똑같이 미리(초등학교중반부터) 준비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특목고를 가도, 비용적인 측면이나, 결과에 있어서 꼭 좋으리라는 법은 없더군요. 수업료 외에도
거기서 역시 과외, 학원을 보내야 하고, 역시 부담되는 측면입니다(조카가 이름 자주 오르내리는 특목고에
입학했는데, 주변 아이들만큼 충분한 지원하기는 힘들었다 라고 하더군요 / 형님이 나름 대기업 부장임
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더구나 문과라서, 대학가기도 힘들었구요.
이제 자녀가 초등학생되는 회사 후배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아예 현 제도를 수긍하고, 남과 같은 길을
가던가 아님 스스로 하는 방법을 키워줘라, 대신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공부는 나중에 해도 궨찮아'라고
생각하다가 그때되어서 특목고, 좋은 대학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면 그때는 이미 늦었다.
강종윤님 자제분은 생각도 있고, 욕심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봐주시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새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생각있는' 학생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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