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파트 경비원들이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층간 소음이라든지 또는 주차 갈등과 같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애꿎은 경비원들이 시달리는 겁니다. 하지만 경비원들 어쩌겠습니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상우 기자입니다.
< 기자>
한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을 향해 주먹을 날립니다.
평소 인사를 하지 않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주차 문제로 다투다가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관리 사무소 집기를 부수기도 하고, 아파트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관리실 직원의 뺨을 때립니다.
[아파트 경비원 : 모욕을 당해도 '나이 먹은 사람이 참자' 이래서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거든요.]
1·2년마다 주민 단체와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폭언·폭행을 당해도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주민들한테는 '무조건 순종해라'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게 억누르고 있으니까. 그게 드러나지 않는 거예요.]
LH가 지은 아파트의 경비원을 상대로 전수 조사를 한 결과 폭언·폭행 사례는 2010년 46건에서 올해는 상반기에만 276건으로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업무 부담은 점점 늘어납니다.
서울 강남의 이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주민의 차량을 일일이 주차해줍니다.
[아파트 경비원 : (그 차를 다 직접 주차해주시는 거예요? 사고 나면 어떻게 해요?) 사고 나면 우리가 물어내야 하죠.]
사정이 이런데도 폭행에 대한 대책도, 경비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습니다.
[김태원/새누리당 의원 : 경비원 등 직원에 대한 폭행은 대다수 입주민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됩니다. 상습 폭행을 일삼는 악성 민원인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법원은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심리적 고통을 받아 자살한 경비원에 대해 입주민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폭언과 폭행을 방지하자는 규약을 마련한 아파트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아파트의 경비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 영상편집 : 김병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