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 소싯적에 엄마는 장사 나가시고,
아버지는 논에 가시고,
누나와 단둘이 점심을 해결해야 할때가 많았었습니다.
7남매를 키우시느라 허덕이시던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용돈을 주실리가 만무하니,
우리 형제들은 늘 용돈이 궁하여 군것질 한번 제대로 해본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농사를 짓다보니,
쌀은 집안에 항시 있었습니다.
이무렵 누나와 저는 국수를 좋아하여, 김치국수와 비빔국수를 자주 만들어 먹곤 했는데,
부모님이 돈을 안주니,
국수 사먹을 돈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누나가 쌀독의 쌀을 봉지에 퍼담아 제게 주면서,
국수공장에 가서 국수와 바꿔 오라는 심부름을 자주 시키곤 했었지요.
국수공장 가는 길은,
집앞으로 길게 이어진 배과수원을 거치게 되는데,
과수원끝부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국수공장이 있었습니다.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배나무가지 사이로,
주인 할아버지가 갓만드신 국수가락들이,
거치대에 주렁주렁 걸쳐져 실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며,
바람과 햇볕에 고실고실 말려지는 모습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 정겨운 풍경입니다.
할아버지께 쌀봉지를 건네드리면,
접시저울에 올려 무게를 재신뒤 바닥에 내려 놓은후,
다시 접시저울 위에 밀가루 포대 누런 속지를 올려놓고,
쌀값에 상응하는만큼의 국수를 올린후,
속지를 둘둘 말아 끄네끼로 묶어주시곤 했죠.
그 양이 상당하여 보름정도는 배터지게 끓여 먹을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무슨 별다른 양념을 넣을수가 있었겠어요...
묵은지 숭숭 썰어넣고 물이 끓으면,
국수를 넣은후 면이 푹 익어갈즈음에, 마늘 다진거와 풋고추 조금 썰어넣고,
약간의 미원 소금과 고추가루 한숟가락을 흩뿌려 놓으면...
캬! 당시엔 세상의 그 어느 진미 부럽지 않았죠.
오늘 비도 부슬부슬 흩날리고,
불현듯 예전에 누나와 같이 끓여 먹던, 그 김치국수 생각이 간절히 떠오르더군요.
부랴부랴 만들어 봤습니다.
오이지무침과 함께 하니 더 감칠맛이 납니다.
ㅎ ㅎ ㅎ
모양은 저래보여도 역시나 맛있습니다.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눈물 한방울이 핑 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