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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김치의 지존. 열무 겉절이배추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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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4 02:2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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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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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김치의 지존. 열무 겉절이배추김치...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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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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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김치냉장고의 성능이 좋다지만 요즘의 김치는 이미 푹 쉬어버려서
입에 넣을 때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게 되죠.
신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신김치 거들떠도 안 보더군요.
이렇게 김치가 먹기 싫어질 때면 김치지짐을 주로 많이 해 먹는데요.
넉넉한 냄비에 큼지막한 멸치를 골라 바닥에 흩뿌려 깔고 그 위에 길다란 김치포기를 얹어
들기름과 약간의 설탕을 가미한 후 약한 불에 은근히 지져 낸 김치는 입맛없는 한여름에
밥 한 두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하는 특유의 감칠맛이 있습니다.
앞접시 바짝 당겨 놓고 통통한 멸치를 골라 세밀하게 뜯고 있는 저를 식구들이 바라보며
아니 웬 저런 걸 저리 맛있게?.....
밥 먹을 때 꼭 국을 찾는 저도 김치지짐을 특별주문하면 국 없이도 왕성한 식욕을 찾곤 하는데요.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마눌표 지짐은 제가 살짝 인정하는 편이죠.
물론 마눌의 솜씨보단 감칠맛 나는 김장을 해 주신 오마니의 덕이 더 크지만요.
암튼 이맘때의 김치는 거의 찌게와 지짐이 갑이죠.
지금은 김치냉장고 덕에 오뉴월까지 비교적 싱싱한 김치를 저장할 수 있지만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 우물에 수박을 띄워 놓던 시절엔 한 여름에 김장김치를 먹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죠.
그래서 이맘때 쯤엔 열무겉절이배추김치를 엄니가 해주곤 하셨습니다.
빨갛게 익어 가는 고추와 식은 보리밥을 세숫대야만 한 돌 그릇에 넣고 손바닥만한 돌멩이로
북북 갈아낸 후 갖은 양념과 열무와 겉절이배추를 더해서 설설 버무린 생김치는
입맛없는 여름 최고의 별미였는데요.
고만고만한 우리 삼남매가 우물가 엄니곁에 둘러 앉아 양푼 가득한 식은밥 위에 척척 걸쳐 주시는
김치를 받아 먹다 보면 어느 새 가득했던 밥 그릇이 비워지고 마지막 남은 식은 밥 한 덩이를
차지하기 위해 아웅다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별한 군것질거리가 없던 그때는 이런 우물 가 성찬이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더없이 고마운 음식이었죠.
지금도 그런 추억의 김치를 먹어보고 싶지만 노쇠하신 엄니께서 그런 맛을 다시 재현해 주실 수는
없겠구요.
더군다나 마눌한텐 그런 김치는 전설일 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김치는 온전히 울엄니나 장모님의 공급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형편이고
아직까지 한 번도 마눌자작표 김치를 읃어 먹어본 적이.....
한 번 좀 담궈보라 하면 미래에 어르신들이 안 계시면 하게 되겠지 뭐 하는 태평한 대답이.....
그래서 어느 땐 차라리 어머니의 솜씨를 제법 물려받은 제가 레시피를 전수받아 자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맛있는 김치는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다시 해주신다 해도 그 때의 그 맛과 똑같을 순 없겠지만 젊고 고왔던 그 시절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꿀맛같던 겉절이 김치와 나란한 두살터울의 우리 삼남매가 주고 받던 우물 가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맛있는 음식을 동생들에게 넉넉히 양보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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