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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김치의 지존. 열무 겉절이배추김치...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8-14 02:22:20
추천수 16
조회수   1,256

제목

여름김치의 지존. 열무 겉절이배추김치...

글쓴이

최대선 [가입일자 : ]
내용
아무리 김치냉장고의 성능이 좋다지만 요즘의 김치는 이미 푹 쉬어버려서

입에 넣을 때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게 되죠.



신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신김치 거들떠도 안 보더군요.

이렇게 김치가 먹기 싫어질 때면 김치지짐을 주로 많이 해 먹는데요.



넉넉한 냄비에 큼지막한 멸치를 골라 바닥에 흩뿌려 깔고 그 위에 길다란 김치포기를 얹어

들기름과 약간의 설탕을 가미한 후 약한 불에 은근히 지져 낸 김치는 입맛없는 한여름에

밥 한 두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하는 특유의 감칠맛이 있습니다.



앞접시 바짝 당겨 놓고 통통한 멸치를 골라 세밀하게 뜯고 있는 저를 식구들이 바라보며

아니 웬 저런 걸 저리 맛있게?.....



밥 먹을 때 꼭 국을 찾는 저도 김치지짐을 특별주문하면 국 없이도 왕성한 식욕을 찾곤 하는데요.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마눌표 지짐은 제가 살짝 인정하는 편이죠.

물론 마눌의 솜씨보단 감칠맛 나는 김장을 해 주신 오마니의 덕이 더 크지만요.



암튼 이맘때의 김치는 거의 찌게와 지짐이 갑이죠.



지금은 김치냉장고 덕에 오뉴월까지 비교적 싱싱한 김치를 저장할 수 있지만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 우물에 수박을 띄워 놓던 시절엔 한 여름에 김장김치를 먹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죠.



그래서 이맘때 쯤엔 열무겉절이배추김치를 엄니가 해주곤 하셨습니다.

빨갛게 익어 가는 고추와 식은 보리밥을 세숫대야만 한 돌 그릇에 넣고 손바닥만한 돌멩이로

북북 갈아낸 후 갖은 양념과 열무와 겉절이배추를 더해서 설설 버무린 생김치는

입맛없는 여름 최고의 별미였는데요.



고만고만한 우리 삼남매가 우물가 엄니곁에  둘러 앉아 양푼 가득한 식은밥 위에 척척 걸쳐 주시는

김치를 받아 먹다 보면 어느 새 가득했던 밥 그릇이 비워지고 마지막 남은 식은 밥 한 덩이를

차지하기 위해 아웅다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별한 군것질거리가 없던 그때는 이런 우물 가 성찬이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더없이 고마운 음식이었죠.



지금도 그런 추억의 김치를 먹어보고 싶지만 노쇠하신 엄니께서 그런 맛을 다시 재현해 주실 수는

없겠구요.

더군다나 마눌한텐 그런 김치는 전설일 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김치는 온전히 울엄니나 장모님의 공급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형편이고

아직까지 한 번도 마눌자작표 김치를 읃어 먹어본 적이.....

한 번 좀 담궈보라 하면 미래에 어르신들이 안 계시면 하게 되겠지 뭐 하는 태평한 대답이.....



그래서 어느 땐 차라리 어머니의 솜씨를 제법 물려받은 제가 레시피를 전수받아 자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맛있는 김치는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다시 해주신다 해도 그 때의 그 맛과 똑같을 순 없겠지만 젊고 고왔던 그 시절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꿀맛같던 겉절이 김치와 나란한 두살터울의 우리 삼남매가 주고 받던 우물 가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맛있는 음식을 동생들에게 넉넉히 양보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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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41.***.248 2014-08-14 07:25:18
답글

대선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어린시절속으로 쏙 빠져들어가게 되는군요.
시골생활을 해보지않은 사람에게서는 절대 나올수없는,
토속적이고 푸근한 정감이 어린 글입니다.
덕분에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
향수를 느낄수 있어 좋았습니다.

조창연 2014-08-14 07:39:14
답글

눈뜨고 처음쓴 첫댓글인데 아이콘이 안보이는요.. ㅎ ㅎ

이숭우 2014-08-14 07:50:11
답글

잘 버무린 배추겉절이 김치가 먹고 싶어요. ㅜㅜ

박현섭 2014-08-14 08:04:21
답글

저보다 연배가 있으실듯 하지만, 저도 어릴적 시골에서 자랐기에, 열무김치를 담궈서 동그란 통에 줄을 메달아 우물에 띄웠있던게 생각납니다. 우리집꺼는 아니었던것 같고, 아무튼, 동무들과 놀다가 우물에서 건저먹던 열무김치가 왜그리 맛있었던지, 그만큼 배가 고팠었겠지요?

임인식 2014-08-14 08:31:05
답글

잘 읽었습니다

lalenteur@hotmail.com 2014-08-14 08:50:24
답글

어머니표 음식은 맛이 있지요. 밥이면 밥, 냉면이면 냉면 다 받쳐 주는 열무김치. 상상만해도 군침이 돕니다.

translator@hanafos.com 2014-08-14 08:51:55
답글

대선님 덕분에 저도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겨듭니다.
우리 집에서는 김장 김치들과 동치미를 그냥 땅에 묻는 게 아니라
뒷곁에 땅을 대락 한 평 정도 1미터쯤 되는 깊이로 파고
그 위에 이엉을 엮어 지붕을 씌운 일종의 간이 지하실에 저장했더랬지요.

겨울에 그 지하실(?)로 내려가 김치를 꺼내오는 일은 춥고 힘들었어도
꺼내온 김치를 길게 쭉쭉 찢어서 밥에 척척 걸쳐 먹던 그 맛이란...

울 엄니는 김치에 젓갈을 넣으면 시원한 맛이 안 난다고 젓갈 대신
비들비들하게 말린 코다리 명태들을 썰어 포기 사잉사이에 끼워넣었는데
한 겨울에 사이다처럼 싸한 맛이 나는 김치와 숙성된 명태의 그 깊은 맛은
이제 수십 년 전 추억의 맛으로 머리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네요,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마눌이 엄니에게서 김치 담그는 비법을 일부 전수받아
김치와 물김치, 동치미를 사이다처럼 싸한 맛이 나게 담글 줄은 안답니다.
그래서 저나 애들이나 김치는 엄마표고 사온 김치는 그저 부침개용으로나 쓰이지요.

박병주 2014-08-14 09:11:18
답글

전 어머님이 해주시는
된장무침 생김치가
이 여름 생각납니다.
ㅠ.ㅠ

전성일 2014-08-14 09:35:46
답글

좋은 추억이네요...다만, 입맛없는 여름 최고의...........아..대선님 어릴때는 입맛이 없기도 했나보다...하는..저 어릴때는 입맛이란게 무슨 말인지 몰랐거든요...먹을게 읎어서리... ^^

김민관 2014-08-14 09:41:32
답글

이번 휴가기간에 괴산 산막이 옛길 갔다가 식당에서 밥먹었는데 음식이 맛은 별로 였지만 배추김치는 환상이더군요.진짜 오랜만에 김치가 이렇게 맛있는집은 처음 이었습니다.

최대선 2014-08-14 10:09:05
답글

창연님도 자주 그렇고 저두 잘 안떠요.. 열번 올리는데 한번 뜨네요
저야 뭐 버림받아서 그렇겠지만...
충청김치는 젓갈 안써서 그런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제수씨가 충남이거든요.
된장무침김치는 저두 귀신입니다...ㅎ
먹을 게 없으셨다니 저보단 천국갈 확률이 조금 높겠습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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