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람타이다
나는 정복자 ‘람’이었다. 나는 이제 ‘람’이자 신이다.
나는 야만인이었으되 삼라만상의 가장 단순하고도 근원적인 면을 깨달아
신이 되었다. 내가 당신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내가 배운 것이다.
나는 람타(역주 : 사람의 이름에 ‘타’를 붙이는 것은 인도의 전통이다.)이다. ‘람’이라는 말은 내가 살았던 시대의 고대어로 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힌두인의 위대한 람(역주 : 인도의 고대 서사시 문학으로 『라마야나』가 있으며 이 중에서 『발미키 라마야나』가 유명하다. 여기에 나오는 람은 왕자로 태어나 영웅적인 삶을 살고 나중에 신이 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보서의 람과는 다른 인물이다. 다만, 라마야나 중에서 과거에 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웅적인 인물이 실존했다는 기록이 있다.)이었다. 여자의 자궁에서 태어난 인간으로서 나는 맨 처음 이 지상에서부터 천상에 이른 인간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나는 초탈하는 법을 터득했다. 누구에게서도 배우지 않고, 하나님은 만물에 살아 있다는 그 심오한 진리를 이해함으로써 가능하였다. 나도 한 인간으로서 증오하고 멸시하고 죽이고 정복했으며 지배했다. 그리고 깨달음에 이르렀다.
나는 이 세상에 알려진 최초의 정복자였다. 처음 징벌을 시작한 이후 63년 동안 계속하였고 알려진 전세계의 4분의 3을 점령하였다. 그러나 나의 가장 큰 승리는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생명을 포용하는 것을 배우고 난 뒤에, 나는 바람처럼 영원으로 초탈하였다.
나는 인더스라 부르는 산의 동북쪽에서 내 백성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초탈하였다. 내 백성은 그때 200만 명을 넘었으며, 레무리아(역주 : 호주의 북쪽 동경 150°부근에서 서경 100°근처까지 걸쳐 태평양상에 있었다는 전설상의 고대 대륙)인과 이오니아인, 아틀라시아에서 망명해온 종족들이 혼합되어 있었다. 아틀라시아는 아틀란티스(역주 : 대서양상에 있었다는 고대의 대륙. 남쪽과 북쪽의 큰 두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자연의 힘을 잘못 사용하여 대양 속에 가라앉았다고 전해진다. 매우 발달된 문명이 있었으며, 멸망할 당시에 남아있던 문명의 일부가 이집트와 중남미에 전해져서 인류 고대문명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남미 브라질은 그때에 바다였으며 이곳을 통하여 레무리아와 아틀란티스 사이에 왕래가 있었다고 한다)를 말한다. 지금의 인도와 네팔, 티베트, 그리고 몽고 남부 사람들이 내 백성의 자손들이다.
이 지구상에서 나는 단 한 번의 생을 살았다. 지금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35,000년 전의 일이다. 내가 태어났던 곳은 남반 아틀라시아의 가장 큰 항구도시인 오나이의 빈민가였다. 레무리아에서 그곳으로 망명해 온 불행한 민족의 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대홍수가 아틀라시아 대륙을 삼켜 버리기 전인 "최후의 일백년"이라는 기간중에 나는 아틀라시아에서 태어났다. 그때에 아틀라시아는 지극히 발달된 문명국이었으며, 과학적인 이해력을 지닌 그들의 이지(理智)는 위대한 것이었다. 그들의 과학은 당신들이 지금껏 축적해 놓은 것보다도 더 위대한 것이었다. 아틀라시아인은 빛의 원리를 이해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빛을 순수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었고, 빛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이 있었다. 다른 항성계에 있는 실체와 상호통신을 하고 그들로부터 발전된 과학을 받아들였다. 아틀라시아인은 기술에 너무 몰입했기 때문에, 그들의 이지를 숭배하였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아틀라시아인의 종교가 되었다.
레무리아인들은 아틀라시아인과 많이 달랐다. 그들의 사회체계는 생각으로 통하는 교신에 근거를 두고 세워져 있었다. 기술이 많이 발전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영적으로는 대단히 진보해 있었다. 내 선조들은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달의 저편에 있는, 별들의 저편에 있는 것을 숭배했다. 그들은 확실하게 인지할 수 없는 근본, 즉 미지의 하나님이라고 하는 힘을 사랑하였다. 레무리아인들이 이러한 하나님만 섬겼기 때문에, 아틀라시아인들은 그들을 멸시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무엇이든지 "과학적인 것"이 아니면 하찮게 여겼으므로.
내가 조그만 소년이었을 때 삶은 매우 힘들고 궁핍했다. 한 순간에 아틀라시아인들은 그들의 기술을 모두 잃어버렸던 것이다. 북 아틀라시아에 있던 과학센터가 오래 전에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빛으로 이동하는 실험을 하던 중에, 지금 금성의 대기처럼 지구를 두껍게 감싸고 있는 구름막을 뚫어 버리게 되었다. 구름막을 뚫었을 때 많은 물이 쏟아졌고, 얼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해서 레무리아의 대부분과 아틀라시아의 북쪽 지역이 깊은 대양 밑으로 가라앉게 되었다. 그리하여 레무리아인과 북쪽 아틀라시아인이 아틀라시아의 남쪽으로 모여들게 된 것이다.
북쪽에서 기술을 잃어버리게 되자 남쪽의 삶은 점점 원시상태로 되어갔다. 아틀라시아 전체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 일백 년 동안에 아틀라시아 최남단은 폭군들의 지배하에 황폐해졌고, 그들은 무지막지한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 폭군들의 지긋지긋한 법에 의하면, 레무리아인들은 지구의 오물로 간주되었고 길가의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상상을 해보라. 그자들이 침을 뱉고 오줌을 누고 해도, 그것이 눈물로 씻기게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그 처지를, 길거리에 다니는 개보다도 더 굶주린 뱃속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무엇이든지 저지를 수 있는 그러한 삶이었다.
오나이 대로에서 아이들이 폭행을 당하고 여자들이 구타와 강간을 당하는 일은 예사였다. 아트라시아인이 길에서 굶주린 레무리아인을 지나칠 때면 자스민과 장미향이 묻은 수건으로 코를 잡고 지나갔다. 우리를 냄새나고 더러운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무가치하고 영혼도 없는 이지의 낭비"에 불과하다고 간주되었다. 가스나 빛과 같은 것들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지적인 소양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러한 삶을 안고 내가 이 지상에 태어났다. 그것이 나의 시대였다. 나에게 무슨 꿈이 있었겠는가? 인간의 이지가 오만하고 어리석은 때에 태어나서.
내가 내 생부를 모른다고 해서 모친을 욕하지 않았다. 우리의 생부가 서로 다르다고 해서 내 형제들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가난했어도 내 모친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어렸을 때 나는 모친이 길거리로 끌려나가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약탈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모친이 끌려갔다 오고 나서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다. 모친이 흐느끼는 것을 보았다. 이 "약소의 땅"에서 우리처럼 고통을 받은 아이가 또 있었겠는가?
모친은 혼자서 그 아이를 낳기에는 너무 허약했기 때문에, 누이를 낳는 것을 내가 도왔다. 나는 길거리에서 먹을 것을 구걸하고, 개를 죽이거나 야생 조수를 잡았으며, 늦은 저녁이면 지주의 집에서 쌀을 훔쳤다. 내 발이 매우 빨랐던 덕분이다. 모친의 배를 채워서 어리디 어린 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게 했다.
사랑하는 모친이 죽었어도 내 누이를 탓할 수는 없었다. 내 누이가 모친의 모든 힘을 빨아가 버렸고, 누이마저도 설사를 하면서, 몸에 생기가 모두 빠져나가 생명을 잃었다.
나무를 모아 놓고 모친과 누이의 시체를 그 위에 올려놓았다. 불을 지피기 위해 밤까지 기다렸다. 나는 사랑하는 모친과 누이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는 장작에 재빠르게 불을 붙였다. 시체타는 냄새가 아틀라시아인들을 방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비위를 거슬리면, 아틀라시아인들은 시체를 하이에나가 뜯어먹게 사막에 내다버리곤 했다.
모친과 누이가 타는 것을 보면서 아틀라시아인에 대한 증오가 내 존재 안에서 끓어올랐다. 그것은 독사의 맹독과 같은 것이었다. 비록 어린아이였지만.
화염에서 나는 냄새와 그을음이 계곡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을 때에 우리 민족이 믿는 미지의 하나님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이 위대한 하나님의 부당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민족을 괴롭히는 그 괴물들을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모친과 누이는 그토록 비참하게 죽어야 했는가?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미지의 하나님을 비난하지 않았다. 우리 민족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모친과 누이의 죽음 때문에 그를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 그를 증오했다!
나는 홀로 남았다. 내 다른 동생은 태수에 의해 끌려가 나중에 페르시아라 부르는 땅으로 보내어지고 그곳에서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동생은 태수의 즐거움과 아랫도리의 만족을 위해 학대받았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열네 살짜리 어린 소년으로서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내 조상들이 섬겨온 미지의 하나님과 싸우기로 작정하였다. 그것이 나에게는 죽을 값어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죽기로 작정하였다. 그러나 명예롭게 죽기로 했다. 사람 손에 죽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고 여겼다.
나는 먼 지평선까지 뻗쳐 있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산을 바라보았다. 하나님이 있다면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땅을 지배하는 자들이 우리 위에서 군림하는 것처럼 모든 것의 위인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내가 그곳에 올라갈 수만 있다면, 미지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민족을 부당하게 대우해 온 데 대해 내가 얼마나 그를 증오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두막집을 떠나 그 높은 산으로 향하였다. 수많은 날이 걸렸다. 그 동안에 메뚜기와 개미로 배를 채웠다. 그 산에 도착한 뒤에, 구름 위에까지 올라갔다. 미지의 하나님과 싸움을 벌이려고 하얀 산정에 올랐다. 그를 부르며 소리쳤다. "나는 인간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인가?" 나는 그에게 얼굴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무시했다.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가슴 깊이 울고 있었다. 눈물이 하얗게 얼어붙을 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이윽고 내가 위를 쳐다보았을 때, 한 경이로운 여성이 보검을 들고 내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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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누군가는, 사실로 믿고있을지라도,,
단순하게,, 서양판 무협지로서도 재밌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