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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와 민물장어, 여인들... 그리고 특별한 휴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8-11 00:22:58
추천수 23
조회수   1,995

제목

충주호와 민물장어, 여인들... 그리고 특별한 휴가.

글쓴이

최대선 [가입일자 : ]
내용
그 녀석은 나에겐 각별한 존재였다.



벼라별 못된 짓은 전부 그 녀석과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학교때 담배도 그렇게 시작했고 잘 마시지 못하던 술을 입에 대게한 원흉이기도 했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던 그때 그 여름 어느 날

충주호로 낚시휴가를 떠나자는 녀석의 전화가 걸려 왔다.



너무 더워 안 가겠다는 나의 대답에도 꼭 가야 한다는 녀석의 채근에

나는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친구의 주문은 단순했다.

커다란 텐트 하나와 박스 가득 술을 챙겨 오라는 것이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 휴가제의에 심드렁하게 차에 오른 나는 영등포역 부근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번 휴가가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휴가가 될거라는 기대에 찬 예감에 사로잡혔다.



거기엔 친구녀석과 두 명의 여인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는데

한 여자는 녀석과 사귀는 듯 했고 다른 한 여자는 그녀와 가까운 사이로 보였으며

얼핏 보기에도 평범한 스타일은 아닌 듯 했다.





차에 짐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두 여자는 쉴새 없이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친구의 애인은 갸름한 얼굴과 갸냘픈 몸매에 산만하게 튿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친구는 얼핏 두드러지지 않는 외모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부드럽고 탐스러운 골반 라인을 가진

쾌활하고 싹싹한 타입이었다.





차를 몰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에도 그녀들의 수다는 계속 되었는데 낯선 어색함과 함께

오붓한 우리들만의 휴가에 살짝 들떠있는 듯 보였다.



목적지에 한번 가 본적 있던 친구는 포인트 주변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대낚시는 불가능하고 릴낚시만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이동 중간에 릴 지렁이 채비에 특효약이라는

산 지렁이를 구해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충주호 상류쯤의 목적지에 정오 무렵 도착했다.





친구의 지인이었던 낚시터 쥔장이 태워주는 보트로 이십분 쯤 달려 본류에서 벗어난

지류의 맨 끄트머리 포인트에 이르렀는데

녀석의 말처럼 수심이 완만하게 이어지고 십여미터 앞의 물속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아서 대낚시는 불가능하고 릴만 던질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뒷편으론 완만한 산비탈이 이어져 있었고 이십여미터 오른 쪽 물이 끝나는 지점에

텐트를 차릴만 한 평지가 있었으며 그 바로 옆으론

약한 물줄기가 흘러 드는 조그만 계곡이 있었다.



삼면이 산이었고 운영자의 보트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데다 깨끗한 계곡물과 맑은 충주호가 어우러지는

호젓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휴가지였다.









서둘러 텐트를 펴고 자리를 잡은 우리는 보기만해도 징그럽고 손으로 만지기도 껄끄러운

산지렁이를 릴채비에 꿰어 대여섯 대 캐스팅을 한 후 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있었는데

한 시간여 동안 잠잠하던 릴에서 요란한 방울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분명 붕어나 잉어는 아닌듯 한 초릿대 끝이 미친듯 상하로 휘청대는 요란한 입질이었다.



재빨리 낚시대를 집어 들고 라인을 회수한 나는 원줄 끝에 달려 나오는 물고기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물 위로 나타난 놈은 작정하고 잡기도 어려운 흔치 않은 커다란 민물장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다른 대에서도 똑같은 어신이 이어져 녀석과 나는 연신 낚시대를 붙잡고 씨름하며

불과 두 세시간만에 여섯마리의 킬로그램급 장어를 낚아 올렸다.





손으로 잡기조차 버거운 장어들을 바늘째로 목줄을 끊어 살림망에 넣어 뒀는데

문제는 그 놈들을 처리할 방법이었다.



이런 놈들을 낚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구나 식재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소금구이였던 터라 쥔장에게 SOS를 치기로 하고 통화를 시도했는데

그 당시는 휴대전화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초창기여서 어렵게 통화에는 성공했지만

내용이 점점이 끊겨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어 무작정 달려 온 쥔장의 모터보트 소리가 반갑게 들려 왔고

어렵사리 왕소금과 번개탄 커터칼등을 구할 수 있었다.





한 마리씩 끄집어 내 두 명이서 붙들고 대가리를 뎅강 잘라 살림망속에 다시 넣어

피를 빼는데도 여전히 살아서 왕성하게 꿈틀거리는 장어의 끈질긴 활력은

과연 힘과 정력의 화신다웠다.



예리한 커터칼로 조심스레 포를 떠낸 후 소금을 듬뿍 뿌려 본격적으로 구이를  시작한 우리는

장어 특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도시에서 사먹던 장어와는 완연히 다른 특별한 맛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 역시 감탄사를 연발하며 정신없이 소주와 함께 소금구이를 먹었는데

해거름 텐트 앞은 비워 낸 빈 술병이 수북했고 번개탄 피어오르는 열기와 기름진 장어구이 냄새로

가득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술을 마신 우리 일행 넷은 완전히 무장해제되었고

해가 진 후 그녀와 나는 처음의 서먹함은 온데 간데 없이 친숙하고 깊은 연인사이로 변해있었다.



녀석 커플이 먼저 텐트로 들어간 후 나와 그녀는 드넓은 호숫가에 오롯이 둘만 남아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모든 전제와 꾸밈과 경계를 훌훌 벗어 던진 채

손바닥만한 낚시의자를 둥지삼아 호숫물에 몸을 담그고 뜨거운 육체들이 주고 받는

비밀스런 이야기를 긴긴 시간 나누었다.



거기엔 아무런 방해도 거리낌도 없었다.



푸른 충주호와 그녀와   나   그리고 꼭꼭 닫혀진 하나의 텐트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 다음 날

녀석커플과 우리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서로가 약속이라도 한 듯 상대 커플을 비켜가며 번갈아 계곡 쪽 산속으로 향하는 일과가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그 곳은 아무도 찾지 않는 우리만의 짜릿하고 비밀스런 공간이었고

서로의 이름조차 물을 필요없는 완벽한 지상낙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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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or@hanafos.com 2014-08-11 04:27:44
답글

글 솜씨 죽~입니다, 죽이고요...
그란디 이거 워디까지가 논픽션이구 워디서버텀 픽션이우?


글고! 결혼한 뒤에 그랬다면 이거는 적발 즉시 사형감이겄는디??

김기범 2014-08-11 07:01:56
답글

아.. 이런... 재밌는데요.

최대선 2014-08-11 08:47:12
답글

백퍼 논픽션이구유. 결혼 한참 전 일이라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루다
큰 하자는 없네요... 쪼큼 신경은 쓰이구만유.. ㅜ

조창연 2014-08-11 08:49:31
답글

캬! 그곳은 에덴의 동산이었군요~
아~ 나는 헛살았어..ㅠㅜ

translator@hanafos.com 2014-08-11 09:19:50
답글

대강 위치추적을 해볼짝시면 단양 워드메것는디...
울 마눌 고향이 단양이니깨 요딴 요딴 데가 어디쯤이냐고 함 물어봐??

염일진 2014-08-11 09:24:37
답글

존경합니다...앵그리버드님...~!

이종철 2014-08-11 09:32:44
답글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데 왜 이렇게 부러운거지...*&&

주영준 2014-08-11 10:18:43
답글

헐~~~이거 처음에 읽고 당연히 소설이라 생각했는데...논픽션이라니...불업슴돠~~~^^

김주항 2014-08-11 10:22:18
답글

날지도 못하는 앵그리 버드가
올라타능 기술은 끝내 주네여.....^.^!! (글 솜씨 좃코)

lalenteur@hotmail.com 2014-08-11 10:31:47
답글

그곳이 무릉도원이고 태초의 낙원이었는데 이곳 현실이 꿈이겠지요. 그렇지요¡

최대선 2014-08-11 12:42:34
답글

현실이 꿈이길 바랄 때가 더 많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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