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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 함부로 두르지 마라, 사그리 조지는 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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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3 03:1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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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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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 함부로 두르지 마라, 사그리 조지는 수가 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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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석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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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믄옵하~의 취미이자 장끼가 주로 술안주용 요리 맹글기고
그 중에서도 특히 육전과 빈대떡 부치는 솜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ㅡ 아, 진짜라니깐?!
보름쯤 전 마눌 따라 모 마트에 갔더니 빠다를 1+1 행사로 쎄일하고 있더만.
그래서 공짜(왜냐믄 두 개 중 한 개는 공짜니깨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가난뱅이 근성이 발동한 데다 어렸을 적 빠다에 밥 비벼먹던 추억도 있고 해서
마눌의 반대를 무릅쓰고 냉큼 1+1 행사 빠다 두 묶음을 사들고 오기는 했는데...
손 큰 마눌이 통크게 해놓은 요리들 썩혀 내버리게 될까봐 그것들 처리하느라
빠다에 밥 비벼먹을 겨를도 없었고 또 딱히 빠다를 써야 할 일도 없어서
보름이 넘도록 빠다는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냉장고에 그대로 처박혀 있었지만
드디어 엊그제 날씨도 우중충허니 날궂이 빈대떡 부치기 딱 좋은 찬스가 오더란 말씀.
그래서 부침가루를 빈대떡 쫄깃쫄깃 얄팍하게 부치기 딱 좋을 정도로 개어놓고
잘게 썬 호박 부추 고추 양파 깻잎에 시큼한 김치와 비계 붙은 돼지고기도 잘게 다져넣고
마지막으로 고추장과 양념장 고루 버무려 풀어서 기름질할 준비를 완료한 다음,
늘 그랬던 대로 후라이판 살짝 달구어 들기름 두르고 반죽을 고루 얇게 퍼뜨리면서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했는데... 그러다 하필이면 그때 문득 들기름 대신
빠다를 두르고 부치면 더 고소하고 맛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건 또 뭐냔 말이지.
뭐 일단 떠오른 생각이니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생각을 당장 실행에 옮겨서
빠다를 두르기로 했는데, 이 염병할 놈의 빠다가 어찌나 딱딱한지 영 떠내지지가 않아서
케이스에 든 것을 3분의 1쯤 뚝 잘라내어 통째로 후라이판에 넣는 뻘짓을 허고 말았으니...
그 바람에 빠다 두른 빈대떡을 한두 장이 아니라 무려 여섯 장씩이나 부쳐야 했고
부칠 때는 퓨전 빈대떡이다 뭐다 하며 개폼을 잡았지만 다 부치고 나서 맛을 보았더니
산뜻한 맛은 간데 없이 느끼하기만 한 게 퓨전은 무슨... 개 풀뜯어먹는 소리?
마눌도 딱 한 입 먹어보더니 "무슨 맛이 이래?" 하면서 다시는 먹으려 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애써 부쳐놓은 거 버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내 입을 쓰레기통 삼아
연 사흘에 걸쳐 어거지로 다 먹어치우기는 했는데... 내 다시는 빠다 두르고 기름질 하나 봐라.
그니까 결론은
지름질에는 역시 들지름이 최고인 거시여... 빠다 둘렀다가는 사그리 다 조지는 거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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