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정말 따분해하면서 욕만 날리는 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꼬박꼬박 극장에 들어앉아 보고있을까..하는 자괴감을 느끼면서 또 이걸 보기로 하고 있는데..
이 자괴감을 그간 애정을 느끼던 블록버스터영화들을 되짚어보며 달래볼까 합니다.
.스파이더맨 1.2
샘레이미의 유머감각과 사람보기의 바름.대니 앨프먼 사운드트랙 스코어의 또다른 아름다움.스파이더맨 활공씬의 찬란함..
그리고...피터의 슬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 영화의 교훈..
이 영화들을 생각할때 떠오르는 내마음속 애정의 근원들..
.괴물
한국사회에서 나올수 있는 '블록버스터무비'라는 종류의 모범.
소시민들이 정부(와 미군의) 통제를 뚫고 괴물을 퇴치한다.그들이 직면해야할 한국내의 우스꽝스런 관료주의체계는 이미 시민들의 피해를 낳는다. 그들이 결국 괴물을 처리했으나...
그러나 그들은 크나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는 단지 영화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실..
웨타스튜디오의 괴물CG가 우리나라의 기술이 아니라 하여 봉준호와 한국의 영화가 아니라고 할 사람은 설마 없겠지.
영화는 기술이 아니다.영화는 인문환경이자 인간이니까.
.퍼시픽 림
생각하는것만으로 극한의 우울함에 빠져들게하는 그 영화.[판의 미로]의 감독이 만든영화가 너무나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의 플롯을 따르고 있다.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그는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그야말로 로봇로망의 공식과같은걸 따라가는 자세로 영화를 만든걸지도 모른다.
거대로봇이 나오는 마이클베이의 트랜스포머와는 완전히 반대지점에 있는것같다.
퍼시픽림의 예거는 곡예와같은 자세를 취하지 않으며.닌자를 연상케하는 잽싼 무공을 보이지 않는다.
극장에서 들리는 사운드에는 거체의 에너지로 날리는 금속제 주먹의 펀치음의 강렬한 초저음이 어마어마한 울림을 들려준다.걸어갈때마다 거체가 움직이는데 따르는 공기흐르는 소리가 도심지에 울려퍼지고,움직일때마다 그 덩치의 에너지로 주변에 파괴적 손괴를 입힌다.
마천루들을 무너뜨리고 조종사의 투혼은 이른바 '열혈'이라는 지칭으로 불리는 그 어떤 형용어를 떠올리게 한다. 최후의 임무를 수행하는 집시데인저는 최악의 피해상에 처한 상황에서도 마지막 에너지를 쥐어짜내어 적들을 소탕한다.
예거의 등장배경은 적당한 합리화가 가해진다.트랜스포머가 완구화의 이유를 별로 숨기지않고 노골적으로 영화의 내러티브에 노출하는것과는 약간 다르게..예거라는 비싼 병기는 몬스터들을 기존의 병기로 상대하는 일의 자연피해를 줄이고..또한 더더욱 효과적인 퇴치법을 도모하며 만들어진다.(그런데 사실 다 억지고..그냥 거대전투로봇을 등장시키고 싶었던것뿐이긴 하다.)
아뭏든...이 퍼시픽 림은 그 등장자체로..거대로봇에 열광한 소년들의 판타지의 실현이고 또 로망이다.
마이클 베이가 이런 로망을 알아주길 바랬던 수많은 소년들의 기대를.. 뜻밖에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길예르모 델 토로가 실현시킨 역사는 은근한 반전이었다.
마이클베이는 트랜스포머시리즈에서 단지 거대로봇들의 폭죽쇼를 잘 만들면 되는줄 안다.
애니매이션 비디오시리즈 자이언트로보 시리즈를 그에게 권하고 싶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영화들.
핍박받는 영웅들..을 그리는 이 시리즈는 처음 출판만화로서 등장했을땐 전형적인 히어로시리즈라고 했다.
그런 그들이 비밀의 결사집단으로서의 안티히어로로 중간변경한건 아마도 그 출생국인 미국이란 나라의 환경때문이었을것이다.
동성애자라는 브라이언싱어(최근에 고소당했다던데..험...)는 그런 차별받는 자들의 심정을 알았던건지..아뭏든 이 시리즈의 감성을 확실하게 못박아주었고.유주얼서스팩트에서 입증된 그의 영화적 감각이 이 감각적인 블록버스터 시리즈에 훌륭히 투영되었던것같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파워풀하거나 단순히 웅장하지 않다.
인간이 집단과 사회에 대해 갖는 투쟁과 합의들이 어떻게해서 인간의 드라마를 자아내고 또 역사를 만드는지를 돌연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곡선으로 그려낸 영화들인것이다.
(물론 스톰이나 레이븐.이들 여성돌연변이들의 아름다움을 보는건 덤이다.ㅎㅎ)
현재까지 개봉된 '더 데이 퓨처패스트'까지 이런 이 영화의 몰입포인트는 일관되어있다.
이 시리즈들은 정말 아름답다. 대사들에 잠간잠간 우러나오는뮤턴트들의 인간적 고뇌들도 마치 마이클만의 그것과같은 인상을 준다.
이런 고뇌가 가득한 블록버스터가 이시리즈들전에 일찌기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글래디에이터.
영화속에서 상당한 장력을 항상 보여주지만 막상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나 틀림없는 거장인 리들리스콧.그가 스필버그의 영화사에서 만든 블록버스터.이 영화는 아시아권에서 큰 흥행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더라..
현제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그의아들이자 후임 코모두스시대의 로마가 배경이라...
물론 이 영화에서 나오는 코모두스의 아우렐리우스 살해는 어디까지나 야담야사이상의 의미는 없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냥 영화적 선택일뿐이다.
이 영화는 처음에 로마군 편제의 장관을 보여주는것부터 시작하고 그것은 이영화가 갖는 꽤 중요한 영상미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로마보병이 움직이는 그 3대열 편제의 강력한 전투력과..기병대의 돌아치기 전술이 영화초반의 스펙터클을 맡는다. 물론 영화는 꽤 세심하게 로마제국내의 각 부족에서 모은 궁병들을 비추기도 하는데..궁수들의 불화살뿌리기는 언제봐도 장관이다.
당시의 야만시절의 게르만들이 이 지중해제국에 탈탈 털리는 꼴을 보며 그 2000년쯤 후에 그들의 후예가(나치독일) 전세계를 쥐락펴락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당시에 없던 갑옷을 입고있다든가 하는 문제는 굳이 문제로 생각할필요없는일이다.이 초반의 로마군의 스펙터클 하나만으로..이 영화는 기념비적이라고 느낀다.
당대의 로마제국의 선진화가 그 장면들에 오롯이 담겨...고대제국문명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는데 성공한 영화인샘이다.
러셀크로우의 대사들은 은근 세심하다.당시 로마군내의 신앙관이라든가..그외 관습들 일부가 재현되어있는것 같다.
물론 헐리웃영화로서의 특유의 민주정치/가족관이데올로기같은게 그냥 날거 그대로 올라오는것도 뭐...그냥 영화라고 이해하면 될일이다.그외의 역사적 고증의 비일치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음..그건 그냥 몸젠이든 기번이든 로마사를 뒤져서 따로 정규적 역사인식을 교정하는걸 추천.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로마정치사의 유명한 이름들 몇이 등장하는걸 보는 재미도 있다.그라쿠스나 스키피오의 이름도 올라오는데 은근 이런게 재미인 영화였다.
아뭏든 이런저런 요소들을 상당히 솜씨좋게 버무려낸 블록버스터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서 서양 사극의 재미를 재인식한 관객층이 많았던것같다.
이후 비디오가게들에 예전의 서양사극들의 수요가 꽤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들중 상당수는 많이 실망했을것이다. ㅋㅋ 글래디에이터가 꽤 잘 빠진거지 다른 작품들도 다 그렇진 않으니까..
한스짐머의 거대 오케스트레이션 스코어는 꽤 회자가 되었는데..한스짐머 특유의 일렉트릭사운드 버무리기가 이 영화에서 서양고전음악과의 융합에 진정 성공적이거나..또는 일렉트릭사운드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소극성(?)이 있어...한스 짐머의 그런점을 좋아하던 팬층에선 그저 그랬다고도 한다.
고전음악팬들이 주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여기저기 뒤져보면 고전음악잡지등에서 이 사운드트랙스코어를 언급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한스짐머라는 작곡가의 등장 이후는 정말 재밌다.
모든 영화음악들이 다 한스짐머틱하게 변화한건 물론이고..클래식음악계의 공연에서..오케스트라들의 강렬한 스펙터클의 표출에 이 한스짐머의 영화음악들이 영향을 미친듯이 보인다.
지휘자들이 한스짐머를 좀 들었던거 아닐까?
고전음악들에서 어딘가 리드미컬하고 그 리듬감각대로의 튜티들이 터져나오는 부분에서 오케스트라들은 정말 한스짐머 뺨치는, 마치 거대한 분노라도 터뜨리듯 음을 쏟아내더라..
지휘자들이 원래 그런 음향감각을 가진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스짐머 이후 증가하는 대중들의 어떤 감각을 지휘자들이 반영할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심증도 가져본다.
아니면 오히려 거꾸로..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의 감각을 현장에서 한스짐머가 차용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뭏든 한스짐머..이젠 그냥 브랜드다.
나중에 블록버스터 영화 이야기를 또 풀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