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로그 지인이 영암 모식당에 가셔서 산낙지를 먹었는데..그 맛이 얼마나 다른지...직접 글을 옮겨보면..
"(낙지를) 간신히 떼어서 입안에 넣으니 씹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빨판의 힘이 장난 아니다. 입안에 쩍하니 달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입안 점막의 실핏줄이 터질 것 같은 느낌..그런데 억지로 씹어보니 고소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중략...그동안 내가 서울에서 먹은 낙지는 병든 낙지였나보다..."
이렇듯 그동안 많이 즐겼던 낙지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낙지 본연의 맛을 경험하고는 매우 놀라워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체로 음식물들이 현장에서 채취하여 먹는 것 하고, 가공하거나 원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로 인하여 본연과는 다른 맛을 제공하기도 하죠.
제가 겪어본 것 중에는 호두와 고등어가 그랬습니다. 흔히 마트 등에서 사먹었던 호두는(기타 견과류도 동일) 껍질이 말라있어 원래 그 맛인줄 알았는데 공주 이모댁에서 직접 따서, 까서 껍질을 살살 발라내고 먹었을때의 호두는 마트 호두와는 유전인자가 같을뿐 식감이나 고소함등이 전혀 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어는 직접 낚시로 잡아 조림을 했더니...집에서 그동안 먹었던 고등어는 다른 어류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음식만 그런줄 알았는데..요즘 음악이 제게 이런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예전에 더러 기기 바꿈질도 하였지만..그렇게 깊이있는 음악생활을 하지 않은것을 전제로,
최근 괘짝이 좀 더 큰걸로 스피커를 들이고, 지인의 무상 장기 양도 받은 앰프에다(쿼드), 얼마전 안양까지 가서 입양해온 턴 테이블(LP 1000)이 그 주인공 입니다.
기존에 있던 소니 턴은 걍 소리를 전달하는 매체였는데..턴 테이블과 바늘을 좀 업그레이드 하니 기존에 들었던 것들은 "다 뭥미??" 할 정도로 전혀 다른 음악이 나옵니다.
칭구넘이 "뭐 그 지지직 하는 소리가 좋냐?"하는 힐난도 있었지만..
예전에 관리 안하고 굴러다녔던 LP들을 들어보면 예전에 들었던 사운드가 아닌 새로운 소리라고 할 정도로 좋은 음감을 들려 줍니다.
바꿈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참 가소롭게(또는 부럽게) 보았는데...(본질을 놓치고 허상에 시달리는...뭐 그런..농담입니다..^^) 이젠 아 .. 그 양반들이 궁극의 소리를 찾기위해서 발버둥을 쳤던 거구나...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뭐 여전히 허상에 시달리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지난 일요일에는 굴러다니다 내치지 않고 어떻게 있었는지 송골매 판이 있길레 돌려보니...ㅋㅋㅋ 소리가 날 정도로 신기한 음질을 선사하네요.. 그동안 들었던 소리는 가짜같은...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살아 있는 듯한 음질이 나네요...
또 예전에 참 좋아라 했던 배따라기 판도 스크래치도 많고 관리상태가 좋지 않던데..비오는 날 돌려보니...애간장이 녹습니다..
안 버리고 갖고 있었더니..드디어 제 세상을 만난 듯 합니다...LP 입장에서..
우리가 진짜라고 알고 있는 허다한 것들중에는 아마도 이러한 것에 구속되는 것들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나주라 얼쉰이 나주라..나주라 하지만..실은 퍼 주시는게 더 많은 것 처럼 말입니다....(다소 정치적인 발언입니다만.. ^^)
어째든 ..앞으로 비오는 날이 많아질텐데..얼마되지 않는 LP들이 턴테이블로 나들이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즐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