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고통의 대물림은 끝나지 않았다!
"애완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 책이다.
전작 『대한민국 부모』에서 "교육"을 통해 한국사회를 분석한 저자들이,
이번에는 "세대간 대물림"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예상 혹은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하는 세대들이 서로 상처받고 원망했던 지난 대선을 계기로,
‘우리’라고 불리지만 차마 우리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 한국 사회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집요한 추적 끝에 세대 간 대물림의 기록과,
이제껏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흘려보냈던 대한민국의 속 깊은 연대기를 정리했다.
제목인 "애완의 시대"는 우리 모두를 일컫는다.
물리적 전쟁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IMF로 정신적 내상을 겪은 자식 세대 모두
국가와 권력, 혹은 돈과 외적 성공에 길들여져 있으며
안정을 희구하는 "애완"의 세대인 것이다.
책에는 "외적 성공과 돈"이 유일한 안전장치이자 가치인 20, 30대의 삶과
철저하게 국가 권력에 길들여졌으나 청춘을 나라에 다 바치고도
여전히 하우스 푸어 신세를 면치 못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야기가 절절하게 그려져 있다.
이 두 세대는 다른 시대를 경험했고 다른 삶의 목표를 가진 듯 보이지만,
모두 정신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무언가에 "길들여진 어른"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는 같은 존재다.
그리고 저자들은 애완의 대물림이 지난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했다고 말한다.
산업화 세대의 주역들은 "익숙한 과거"로 퇴행하는 것을 선택했고,
이는 곧 한 세대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책은 여전히 피난민과 도시 이주민의 후예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기록을 추적한다.
그리고 발목 잡혀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일로 한발 내딛을 것을 권한다.
모두 ‘희망 없음’을 이야기하는 지금, "애완견은 보살핌은 받지만 존엄의 대상은 아니다"는 지적은
애완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목차
프롤로그 이 책은 대물림의 기록입니다.
1부 애완의 자식들
01 시뮬레이션에 갇힌 그들
02 ‘유리멘탈’의 그녀들
03 육아를 책으로 배웠어요
04 그들은 왜 아직 ‘미생’인가
에필로그 대리인의 삶
2부 어떤 대물림의 역사
01 마음이 궁핍한 부모의 자식
02 모래의 가족
03 아들의 아버지들
04 50대는 ‘잉여’가 아니다
에필로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일은 왜 슬픈가?
3부 애환의 역사 : 과거를 착취당하는 사람들
01 짧은 역사의 기록
02 정애씨의 상처
03 명호씨의 11월 27일
04 박정희 애도하기
05 마음속으로 사라진 고향
에필로그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4부 애완의 시대를 넘어
01 ‘한국적 민주주의’의 완성? ‘민주화’된 한국?
02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03 우리가 가지 않은 길
04 품위 있는 어른을 기리며
에필로그 여우가 사라진 후 남은 것
본문 발췌
공부만 잘하면 다 된다고 해서 한눈팔지 않고 외길을 걷듯 열심히 좇아왔는데,
이제 와 기성세대는 이 길이 아니라며, 왜 그동안 새로운 길을 찾지 않았느냐고 비난만 한다며 항변한다.
다른 길을 막은 것은 기성세대면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는,
젊은이가 패기가 없다느니 의지도 없고 나약하다느니
자신들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고 잘못했으니 반성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p.25「시뮬레이션에 갇힌 그들」
삶이라는 것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씨름하는 것,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리인’의 삶이란 이런 질문을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삶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리인의 삶은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주인의 의도를 이뤄내는 것이니 말이다.
대리인의 삶은 주인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주인의 의지대로 고분 고분하게 말 잘 듣는 애완견과 다르지 않다.
애완견은 나이는 먹지만 성장하지 않는다.
애완견은 보살핌은 받지만 존엄의 대상은 아니다.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길러졌으며 그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서적인 지체와 정신적인 미숙함의 문제를 제대로 성찰해보지 못한 채
미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들의 부모처럼. ---p.72「대리인의 삶」
명자씨나 명자씨의 오빠는 이 모든 일을 먹고살기 위해, 잘살아보기 위해 견디고 참으며 겪어냈다.
‘빈곤의 시대’를 살아낸 1950년대생에게 ‘민주주의’나 ‘인권’ ‘자유’ 같은 단어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것은 명자씨에게는 ‘중학교’, 그녀의 오빠에게는 ‘대학교’와 같은,
애증을 넘어 혐오와 갈망이 합쳐진 그 무엇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한 요구는 ‘배부른 자의 노래’였을 테고,
쌍용자동차 투쟁처럼 부당한 해고에 대항하는 정당한 파업이나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
그리고 인권을 위한 시위도 모두 ‘먹고 할 일 없는 놈들의 철딱서니 없는 짓’에 불과했다. ---p.84「마음이 궁핍한 부모의 자식」
이 사회의 부모가 살아온 방식은 후대에 물려줄 정신적,
문화적인 유산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의 단면이다.
적응이냐 부적응이냐, 생존이냐 낙오냐를 판단해 후대를 평가하려는 어른들은
그만큼 자신의 정신적인 빈곤함과 마주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것이 다시 후대에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장하길 거부하는 사람,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는 사회, 개인의 성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의 민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p.122「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일은 왜 슬픈가?」
2012년의 베이비부머는 왜 퇴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어떤 "과잉"이, 아니 어떤 "결핍"이 그 시절로 퇴행하게 만든 것일가?
그 시절에 넘치던 것은 "잘살아보세"였고, 씨가 마른 것은 민주주의였다.
가장 센 놈이던 박정희, 그 센 놈이 다시 21세기의 기아를 경험하는 우리를
다시 잘살아볼 수 있게 해주리라고 믿었으리라.
"센 놈한테 붙어야 살아남을 수 있지, 민주주의는 개나 줘버려!"
그래서 50대 이상의 박정희 신봉자는 "20대 새끼들이 뭘 알아, 어린 새끼들한테 투표권 주면 안 되지"하고 핏대를 세웠다.
---p 178 [2012년 그들은 왜 퇴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우리는 항상 더 나은 삶을 원한다고 했지만, 사실 우리가 원한 것은 더 많이 가진 삶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풍요로운 재산이었지 풍요로운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더 많이 갖고 싶은 것은 배려심이나 삶의 기품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더 힘센 사람이 되고 싶어하며, 그런 사람을 숭배하고
그와 동일시함으로써 자신이 보호받는다고 믿는다. ---p.222「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두려워 떠는 민초들은 독재자가 옳아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그가 옳다고 믿기로 한다.
그리고 나면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를 부정하면 나를 부정하는 것이 되니까 그가 옳다고 믿어야 하고, 나를 지키려면 그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독재자의 국민으로 살아남는 법이며, 자기를 보전하는 비겁한 전략이다.
그리고 우린 삶의 야생성과 자연성을 죽여 없애고, 서서히 산업화의 역군이라는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국민"이 되어 애완의 시대로 들어섰다.
---p.252.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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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져 있는 사람은, 자신이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이 책은 길들여짐을 지적합니다. 애완상태가 되어 저항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만약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길들여짐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어떻게 탈피하는가? 에 대한 언급은 부족한데,
자각이 바로 탈피의 첫걸음입니다. 자각부터 해야 탈피가 가능해지니까요.
그런 자각을 위한 책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각은 자기 객관화를 가능케 합니다.
자존감의 회복이 길들여짐을 탈피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인데,
자기 객관화는 자존감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대게 수꼴들이 절대 자기를 부정하지 못하고, 길들여짐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도, 낮은 자존감 탓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