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면 불 못 껐을 것, 시민들이 도와줘 가능했다”
ㆍ권순중 서울메트로 대리
ㆍ“서로 돕는 사회 되었으면”
28일 지하철 3호선 방화사건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은 서울메트로 매봉역 역무원 권순중 대리(46)는 “불을 끄면 사는 것이고 못 끄면 죽는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권 대리는 이날 오전 10시51분 도곡서비스센터에 볼일이 있어 지하철을 탔다. 노약자석 바로 옆 출입문에 서서 차창 밖을 내다보며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권 대리는 “불이야” 하는 소리와 타는 냄새에 놀라 황급히 몸을 돌렸다. 같은 객실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조모씨(71)가 지하철 바닥에 시너를 흘린 뒤 불을 붙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권 대리의 가슴 높이까지 불길이 치솟았다.
권 대리는 시민들에게 비상벨을 눌러 신고해달라고 전하고 객실 내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직접 진화에 나섰다. 권 대리는 조씨가 팔을 붙잡아 당기며 방해하는 것을 뿌리치며 불길을 진압했다. 불이 다 꺼지고나면 조씨가 또다시 불을 붙이고 권 대리가 다시 불을 끄는 상황이 두 차례 반복됐다. 대부분 승객은 옆 객실로 옮겨갔지만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과 몇몇 승객들이 소화기를 가져다주는 등 권 대리를 도왔다.
권 대리의 노력으로 열차가 도곡역에 도착했을 때 불은 거의 꺼져 있었다. 조씨는 부탄가스 4통도 준비해와 신속하게 불길을 막지 못했으면 또다시 큰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
권 대리는 “혼자였으면 절대로 불을 끄지 못했을 텐데 시민들이 많이 도와줘서 불을 끌 수 있었다”면서 “영웅 같은 게 아니라 누구든지 다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직원이라서 좀 더 사명감을 갖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 이후에 사람들이 조금씩만 도우면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우리 사회에 서로 돕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