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절의 여왕답게 날씨도 쾌청하고 녹음이 짙푸릅니다.
이때를 놓치면 언제 또 맑은 공기를 쐴수있나 싶어,
시간 나는데로 근교에 있는 산을 찾아 등산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산에 가던중 차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엘 갔습니다.
가득 채워달라고 한후 차키를 달라고 하여 키를 건네준후,
카드로 계산하고 영수증까지 받았는데,
기름을 넣으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더군요.
영문을 모르던 저는 왜 그런가하고 기다리는데, 그 어르신이 제 차 주변를 분주히 살피더군요.
그러더니 이번엔 차를 앞으로 좀 빼보라 하시더군요.
제가 차를 앞으로 빼자, 바닥을 보시던 어르신이 저에게 갑자기 주유캡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이게 뭔소린지... 참 황당하더군요.
제가,
"아저씨가 열었잖아요?" 하니,
"그게 보통 캡을 열면 캡을 차 지붕위에 놓거나, 주유기의 홈에 놓곤하는데,
사방을 찾아봐도 안보여요.."
그러면서 기름을 넣기전에 제차에 주유캡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생각이 안난답니다..ㅠ.ㅠ
제가,
"아니 제가 키를 드렸는데,
주유캡을 막았는지 안막았는지를 제가 확인하며 기름을 넣으러 다녀야 하나요?" 하자,
그건 아니지만 아무리 찾아도 여기에 없는걸 보니,
전에 기름 넣을때 그 곳에서 캡을 안막고 보낸듯 하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제가,
"아저씨 지난번 주유도 여기서 했거든요~" 하자,
언제 넣었냐고 묻더군요.
20 일 쯤 지났다고 하자,
그때 여기서 넣었으면 주유캡을 자기들이 보관했을텐데,
여기 없는걸로봐서는 다른데서 넣은걸 여기서 넣은걸로 착각하고 있는거 아니냐?
ㅠ.ㅜ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요ㅋ
둘이 이러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종업원이 저에게,
"지금 누구의 잘못인지를 확인할수가 없으니,
페차장에 가면 그거 2,000 원 정도면 사니 사서 끼우세요~"
그러더군요.
그러는 와중에 사장님으로 보이는 젊은 분이 안에서 나오시더니,
자초지종을 듣고 CCTV로 확인해보겠답니다.
그러면 지금 세차도 해야하니, 세차할동안 우선 주유구나 막아주세요 하니,
목장갑을 말아뭉치더니 주유구를 막아 임시변통을 하시더군요.
세차를 하고 나오자,
사장님이 제 차로 다가오셨습니다.
근데 압이 차서인지 주유구에서 기름이 줄줄 새더군요.
뚜껑을 열자, 목장갑이 흥건히 젖은채 그사이로 기름이 울컥 쏟아져 나왔습니다..ㅠ.ㅜ
그걸 보신 사장님이 검정비닐봉지를 펴서 막고, 고무밴드를 감아 임시조치를 하시더군요.
그런후 사무실안으로 저를 데려가 CCTV를 보여주시는데,
제 차 주유구 반대편에서 촬영된거라 결정적 장면은 확인불가였습니다.
사장님 왈,
"저희가 잘못한거는 없고, 다만 기름넣기전에 캡이 없었다는걸 미리 알려드리지 못한건 미안합니다~ "
이러시네요.
그래서 저는,
"제가,무슨 피해보상을 해달라고 이러는거 아니잖아요.
원인이 뭔지 그걸 알고 싶었던것 뿐입니다.
이리 된거 이제 뭘어쩌겠어요.. 화재위험이 있을수 있으니 얼른 캡을 사서 막아야지요..
한가지 부탁 좀 드릴께요... 가까운 폐차장에서 캡을 구할수 있는지 그거 좀 알아봐줘요."
사장님이 인터넷검색을 통하여 근처에 있는 페차장을 찾아내 전화를 하시더니,
"있다네요~ 2,000 원 이랍니다...
아무튼 죄송하구요.. 저희가 성의를 표할수 있는게 이것뿐이네요~ " 하시며,
생수 두 병을 건네주시더군요...
폐차장을 갔습니다.
날씨는 또 왜 이리 무더운지...
작업하시는 분께 이러이러한 일로 왔다고 하니,
캡이 쇠로 된건지 플라스틱으로 된건지를 물으시더군요.
잘모르겠다고 하자,
작업하던 차의 주유구에서 캡을 돌려빼더니, 가보자고 하시더군요.
제 차 주유구에서 고무 밴드를 풀고 비닐을 걷어내자,
기름이 또 울컥하고 쏟아져 내립니다.
기름 한방울 안나오는 우리나라인데...ㅠㅜ
다행히 캡은 잘맞아, 고맙습니다 인사드리고 2,000 원을 드리고 나왔습니다.
비록 시간을 많이 허비하긴 했지만,
이왕 나선거 산행을 포기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산을 향해 핸들을 돌렸습니다.
등산로 입구에 절이 하나 있는데,
보통 이 절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출발을 하곤 합니다.
차에서 내려 모자, 수건, 차키, 백, 스틱등을 챙겨 산 입구 풀밭에 내려놓고,
스틱길이를 조절한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한참을 오른것 같은데, 힘도 들고 땀도 흐르고 하여,
잠시 쉬었다 갈 요량으로, 숲옆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을 한 잔을 들이킨후,
바위에 앉아,
나뭇닢을 스치고 지나가는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백을 뒤져보니 차키가 없습니다.
아뿔싸!
이게 어디서 빠졌을까?
절입구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왔으니,
잃어버렸다면 주차장 이후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사이에서 빠졌다는건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차키가 없으면 당장 시동을 걸수도 없고,
더구나 차키에 집키까지 매달려있으니, 집에도 못들어 갑니다.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불현듯 한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맞다! 출발하기전 풀밭에서 스틱길이를 조절했었지...
거기가 틀림없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허겁지겁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찾는 사람이 나만 있는것도 아닌데, 누군가 지나가다 발견하고 주워가버리면?
다행히 주워서 절에 맡겨놓기라도 한다면?
만약에 그곳에 없다면 절에 찾아가, 혹시 누가 차키 맡겨논거 있는지를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거 없다고 한다면?
마음이 바빠지더군요.
누가 주워갈까봐 허둥지둥 내려오는데,
혹시라도 길에 떨어트린건 아닌가싶어 바닥을 쳐다보며 내려왔습니다.
안보이더군요.
그런데 일이 꼬일려고 그런지, 허둥지둥 내려와서 그런지,
내려와서 보니 출발했던 그곳이 아닙니다.
길을 잘못 들어섰더군요.
차도가 나오는겁니다.
아고!!
지열이 올라오는 차도를 걸어, 출발지로 올라가려니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립니다..ㅠ.ㅜ
간신히 출발지에 도착해 숨이 턱에 찼지만, 풀밭에 차키가 있나없나부터 확인했습니다.
오!
부처님 하나님 아미타불 할렐루야 아멘!!!
푸른 풀밭에 누워있는 키꾸러미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더군요ㅋ
어쨋거나 키를 찾아서 기쁘기는한데,
나무그늘아래 바위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으려니 어디던가 전화가 옵니다.
액정화면을 보니, 30 년지기 친구 이름이 뜨더군요.
사정을 알지 못하는 친구는 같은 통신사끼리의 통화는 무료라며, 무려 1 시간 이상을 통화를 합니다.
산행다운 산행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는데,
해는 뉘엿뉘엿 서쪽하늘로 향하고...
이상한 일들로 인해 산행은 다음날로 미루기로 했지만,
몸은 산을 탄 것 이상으로 노곤하더군요.
어쨋거나 빡센 하루였습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