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세 경영체제를 완성할 이재용 부회장이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삼성전자의 주요 프로젝트가 ‘사업보국’으로 대표되는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e삼성’의 실패가 이 부회장 경영 능력에 마이너스 지표가 됐다면
최근 삼성전자의 ‘나홀로 성장’ 프로젝트는 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가치인 사회적 책임마저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선 2010년대 들어 추진된 주요 프로젝트가 국익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무시한 채 삼성 중심의 일방통행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마저 주춤하면서 자칫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산업 생태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지난 1970년대 ‘인류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강조했던 기업가 정신과 배치되는 양상이다.
http://www.etnews.com/20140519000232?mc=ns_002_00002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 세계 최고층 3차원(D) 적층 기술을 도입키로 하고 최근 또 다시 정부 신고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삼성그룹 경영 승계가 빨라지는 분위기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시안 프로젝트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 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평가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행보 속에 최첨단 반도체 기술이 연이어 중국으로 나가면서 자칫 우리 산업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8일 삼성전자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준공식을 가진 시안 반도체 팹(FAB)의 3D 공정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하고 지난 3월 정부에 기술 수출 신고 절차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기술 유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시안 공장을 채 준공하기도 전에 이미 차기 공정 도입 준비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신고한 기술은 지난해 8월 세계 처음 양산에 성공한 적층형 구조 낸드 플래시 메모리 ‘브이(V)낸드’의 차기 버전이다. V낸드는 원통형 CTF(Charge Trap Flash) 셀을 수직으로 쌓아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양산 단계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V낸드 양산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시안 팹을 V낸드 주력 생산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미 시안 팹에는 24층 구조 V낸드 양산 라인이 구축됐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안 생산라인을 24층에서 32층 이상의 V낸드 양산이 가능하도록 전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후속 작업이 연내에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한국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 투자가 중국에서 먼저 이뤄지는 ‘역전 현상’이 빚어질 공산도 커졌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최초 시안 프로젝트 추진 당시 국내와는 기술 시차를 두겠다고 정부에 약속했지만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비판했다. 중국이라는 거센 추격자의 안방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는 반도체 산업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걱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