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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교수 131명 시국선언문 발표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5-14 15:02:01
추천수 28
조회수   1,389

제목

연세대 교수 131명 시국선언문 발표

글쓴이

uesgi [가입일자 : ]
내용
 
1986년 4월, 최루탄 날리는 교정에서 큼직하게 붙은 김용옥교수님의 양심선언문을 읽고 많은 학생들이 민주항쟁에 동참했었죠.


 









연세대교수진의 시국선언문 전문은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옛 감동이 되살아나는 김용옥교수님의 양심선언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557




한국의 오늘을 사는 한 지성인의 양심선언 


고 려 대 학 교 철 학과 교 수 김 용 옥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 이 글을 쓰게 되기까지 실존적 번민과 방황의 시련 속에서 도달한 이 결단이 여러분 앞에있는 이 교단을 마지막으로 오르게 하리라는 서글픈 감정이 나의 가슴을 벅차게 짓누르는 이시각, 나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향해 무엇을 외칠 수있으며 무엇을 외쳐야만 하는가에 대한 어느때 보다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여러분 앞에 섰읍니다. 내가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말하려고하는 것은 영웅이 되기를 거부하는 지극히 소박한 한 인간의 양심의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오늘의 한국을 사는 누구의 가슴에서든지 울려나오지 않을 수 없는 소리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귀국하여 모교인 고려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이후로 누구보다도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 중의 한사람입니다. 그것은 내가 소신껏 온갓 열정을 바쳐 여러분을 사랑한 交感의 마당이 이루어 놓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치에 관심을 갖기에 앞서 순수한 문화에 대한 열정을 토로했고, 정치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은 누군가가 소리없이 이끌어 가야할 우리 민족의 문화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살았읍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외침은 진실이 있었던 한에 있어서는 많은 학생의 공감을 얻었읍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어느 상황에 있어서도 순수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을 사는 지성인이라면 오늘이라는 현실을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할 수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현실을 표현하는 길은 매우 다양할 수 밖에 없으며 성급한 정치상황의 변화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와 동일한 논리에 의하여 나의 생각과 다른 견해들도 동일한 타당성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氣라는 개념에 의하여 이 세계를 해석하는 "漢文 解釋學" 이라는 체계를 제시하였읍니다. 그리고 이 체계의 최종적인 결론은 절대적인 하나의 진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진리에 대한 해석의 지평이 열릴 때만이 진리는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었읍니다. 나는 大學(큰 배움)은 小學(작은 배움)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그 해석의 지평이 열리는 마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림 에 바로 그큼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해석의 지평의 개방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그 구체적인 표현은 언론의 자유입니다. 

최근 고려대학교 교수들이 합심하여 시국성명을 한 것은 매우 정당하고 자랑스러운 행동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이 현실을 해석하는 하나의 지평이며 그러한 해석이 보장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이룩될 수 없으며, 도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이냐를 말하기 앞서서라도 역사의 방향이 몇 사람의 의지에 의하여 규정되는 오류는 누가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의 자유룰 허용할 수 있는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발버둥치어도 자신의 모순애의하여 궤멸될 수 밖에 없는 것이 歷史의 定理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정당하고 자랑스러운 성명에 나는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나는 보통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각적으로 주체적으로 내가 그러한 해석에 참여할 수 있기에는 머리가 나쁜 보통사람으로서의 판단의 시간이 필요했고, 또 내가 바라보고 있는 우리 역사의 비젼의 촟점이 내 머리속에서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읍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침묵을 지키면서 현실을 앞서가지도 않고 뒤따라가지도 않는 나와같은 보통사람의 진실을 끝까지 대변해야할 사명이 있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지난 토요일 내가 마련한 우리민족예술 수천년의 결정이라고 여겨지는 가야금 산조의 특강공연무대에 올라섰을때 그러한 긴박한 시국의 상황 속에서도 전통예술에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모여든 수백명의 제자들의 감격스러운 얼굴을 바라보았읍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말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을 발견 했읍니다. 왜냐하면 그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진리에 대한 신념이 강하게 비쳤기 때문에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신념을 배반할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읍니다. 그리고 당연히 밀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그것을 초월하는 진리가 있다 하더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읍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적 해결이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문제에 대해서 더 큰 열정을 가지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정이 순수할 수 있게 되기 조차를 현 정치 질서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즉 보통사람이 보통사람 되는 것 조차를 허락하지 않는 체제속에서 어찌 보통사람인 내가 여러분들이 보통사람이 되기(中庸之道)를 가르칠 수 있겠읍니까 ? 지금의 현실은 보통사람의 평범성을 극단으로만 휘몰아가고 있읍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위정자들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우주와 인간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형이상학적 독단들)에 대해서 침묵을 지킬때 정직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말할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지 않을 때만이 정직할 수 있읍니다. 나는 여러분들께 정직하기를 가르쳤고, 존재를 가리고있는 언어의 파괴를 주장했읍니다. 언어속에 도사리고 있는 神까지 거부했읍니다.그리고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외쳤읍니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 들어서서는 나는 나의 외침의 한계를 느꼈읍니다. 현 체재하에서라는 조건부의 진리가 나의 해석학의 논리와 어느 시점보다도 강력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을 절감했읍니다. 내 가슴이 아프다는 단순한 느낌조차도 말할 수없는 사회가 어찌 우리가 다 같이 만들어 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일 수있겠읍니까 ?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없고, 고칠 것을 고쳐야 한다고 말할 수 없고,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는 여러분들의 존경을 받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더 이상 교단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서명교수와 비서먕교수를 이원적 논리도 바라보게 만드는 이 상황이 나는 단순한 한 인간으로서 원망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비서명교수도 여러분들이 생각하듯이 비겁하고 나약하기만한 나쁜 사람들이 아니며 바로 우리가 저주하는 죄악이 바로 나의 실존에 내재한다는 반성을 끝까지 버려서는 아니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죄악에는 너와 나의 이분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제자여러분 ! 여러분들을 끝까지 꿋꿋하게 지키려는 결심을 허물고 강단을 떠날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애통하게 생각 하면서도 그저 허약 하게 밖에는 나 자신의 나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없는 보통사람의모습을 다시한번 저주합니다. 선현의 말씀에 不 以 兵 强 天 下 라는 말씀이 있읍니다. "무력으로 인간사회를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라는 말인데 이 논리는 2500 년동안 우리의 삶의 시간 속에서 실증되어 왔읍니다. 大學을 무력으로써만 억누르려고하는 어리석은 몸부림은 너와 나의 눈속에 최류가스만 집어넣을 뿐이며,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하는 것은 연산군의 폭정에 분연히 일어선 성균관유생들의 모습 속에서도 우리는 역역히 바라볼 수 있읍니다.

나는 나의 사퇴의 깊은 의미가 여러분께 전달되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지성인다운 행동을 포기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분연히 일어선 교수들에게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명을 다 할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폭력은 폭력에의하여 해결될 수는 없읍니다. 더 큰 폭력만이 남을 것입니다. 폭력은 폭력 자체가 가진 힘에의하여 멸망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미래의 담당자로서의 자질을 기르는 차원 높은 문화의 수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절망의 나머지 미래에 대한 확신마져 저버려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곧 七情에 대한 四端의 독자성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노력했던 退溪선생의 이상주의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의 참뜻일 것입니다.우리 한민족은 古朝鮮시대부터 黃河의 문명에 대하여 대등한 독자적 문명을 성립시켰으며, 그러한 문명의 독자성이야 말로 우리가 거대한 중국문명의 압박속에서도 독립된 자아의식을 지닌 민족으로서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해올수 있었던 이유가 될 것 입니다. 이 거대한 문화의 흐름은 일시적 외세의 간섭이나 지배욕에 어두운 총칼에 의하여 난도질 당할 수 없는 인류보편사의 법칙입니다. 그리고 이 문화의 흐름은 정직할 줄 아는 인간들의 노력의 장구한 축적에 의하여 이룩된 것입니다. 나의 생명이 허락하는 한 나는 나의 청춘을 불살라온 동양고전의 연구에 계속 정진하고 싶습니다. 나는 중국사람 콩쯔(孔子)가 죽음에 직면하여 斯文에 대하여 외친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합니다. "오 ~ 하늘이시여 ! 그대가 이문화를 아직 버리시지 않으시려 한다면, 이 나를 둘러싼 적인들 나를 어찌하겠나이까 !"

교단을 떠나는 나를 애석하게 바라보지 말고 교단을 지키시는 모든 선생님을 존경해 주십시요. 4년동안 한 인간으로서 맛볼수 있었던 최상의 기쁨을 안겨주었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가 학자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환경을 조성해주신 모든 先學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언젠가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가 이데올로기나 허세의 너울들을 다 벗어버리고 한마음이 되어 만날수 있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1 9 8 6 년 4 월 8 일

나 의 동 양 사 상 입 문

마 지 막 강 의 속 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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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2014-05-14 15:15:23
답글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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