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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관찰 일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5-02 01:39:23
추천수 14
조회수   828

제목

제비 관찰 일기

글쓴이

최대선 [가입일자 : ]
내용
현장 출입문을 밀고 나서는데 앞마당에 꿩 한마리가

바닥에서 퍼덕이는 게 눈에 띈다.





기까이 다가가 보니 날아 가질 못하고 자꾸 날개짓만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한쪽 구석으로 도망간다.





꼼짝 않고 있길래

조심스럽게 두손으로 들어 올려 2층 빈 사무실에 올려다 놓고

마실 물을 가져다 주고 내려 왔다.







몇 시간 후 올라가 보니

벌써 죽어 있다.





어쩔 수 없어 근처 밥집에 가져다 주었다.

















벌써 계절이 봄으로 변해 있다.



언제나 계절은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다닌다.

어떻게 가게 될진 모르지만...







오늘 예쁜 제비 한쌍이 현장 출입문 위 비가림 천막 안으로 찾아 들었다.



근 몇년만에 보는 제비다.

코 앞에서 들락날락거리며 떠날 생각을 않는다.









아침에 현장에 들어 서려는데 어제 봤던 제비들이 출입문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혹시 저기에 집을 지으려는 걸까...







벌써 기초공사에 들어간 녀석들.

부지런히 끈끈한 점액을 발라 가며 천막 코너 부분에 집 지을 터를 잡는다.



그런데 저건 바람불면 출렁이는 조그만 비 가리개 비닐 천막인데...









두 놈이서 하나의 둥지를 짓는게 아니라

각자 나란히 하나씩 터를 잡는다.



한나절을 들락거리더니 둘 중 하나의 터는 포기하고 한 곳에 집중한다.



아! 이놈들도 좀 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예비 터를 두개 잡는구나.



새끼를 낳아 키우기 위한 집짓기가 치밀하고 정교하다.





마치 태어나기 전부터 익혔던 것처럼...









근 이틀동안 부산하더니 드디어 둥지가 완성됬다.

아담하고도 완벽한 제비집!









퇴근하려 문을 여는데 제비집이 너무 가깝다.

완전히 열면 반원을 그리는 출입문 상단 모서리가 두뼘 정도 간격으로 둥지를

스쳐 지나간다.



조심스레 열어 보는데 순간 집위에 앉아 있던 녀석들이 몸을 흠칫

추스린다.



천천히 문을 개방하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만히 앉아 잇다.









손을 높이 들면 닿을 듯한 거리

녀석들은 사람과의 이런 간격을 선호하나 보다.











제비들이 잠시 집을 비운 틈에 손거울로 들여다 본 둥지엔

예쁜 두개의 제비알이 자릴 잡고 있다.

보통 네 다섯개쯤 낳는다던데 도시에선 그리 낳는게 힘든가 보다.















오늘 드디어 알을 깨고 새끼가 햇빛을 본다.

새끼를 먹이려 쉴틈없이 움직이는 제비들. 부모노릇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









일주일째 비가 멈추질 않는다.

답답한 습도 햇빛 못본 우울함이극에 달하는 오늘밤.



둥지에 새끼를 두고 온몸이 젖은채로 혼자 가장자리에 걸터 앉은 녀석의 모습이

너무 처량하다.



조용히 문을 닫고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











갑자기 어미제비가 불쑥 현장안으로 날아든다.

비는 철철오고 먹이 찾기도 힘들어서 저러는 걸까.



현장위 어지러운 전선들 사이로 제비처럼 곡예비행하더니 내앞 3미터 거리

동력선 위에 내려 앉는다.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녀석.

그러더니 뒤쪽 사무실로 통하는 좁은 문틈 사이로 곧장 날아간다.



거긴 자재가 쌓여있고 좁은 통로인데...



따라 가볼까 하다가 나 때문에 못 나올까 싶어 잠시 기다리니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빠져나와 밖으로 향한다.















강원 인제 졸병시절 저 새가 얼마나 부러웠던가. 보초서며 바라보던 새들은

자유 그 자체였다.















새끼도 이제 제법 컸다.그나마 두개의 알 중에서 한개는 부화 실패하고

달랑 한마리만 살아 남아

연신 입을 벌리며 먹이를 재촉한다.













뙤약볓이 내리쬐는 초여름

둥지위 천막위로 계절따라 태양의 각도가 변하듯 어느새 따가운 햇살이 들어찬다.



이건 거의 재앙수준...

갈수록 뜨거워 질텐데 저기서 견딜 재간이 없을듯하다.두고 볼수 없어서

철물점에서 스티로폼 큰거 한장 사와 적당히 자른 뒤 2층 옥상에 올라가

네 귀퉁이에 나일론끈을 묶어서 천막위로 씌우듯 내린다.



끈 끝부분을 옥상 모서리에 고정시키고 내려오니 완벽한 썬바이저 완성!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

내 눈앞에서 더위에 죽어가는 걸 볼순 없다.















뜨거운 여름이 서서히 잦아들 무렵

새끼 한마리는 어느덧 날아갈 준비가 다된 놈으로 커있다.

둥지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퍼덕거리며 비행준비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둥지를 박차며 날아 오른다.



그 뒤를 행여 잘못될까 바짝 뒤따르는 어미.





그렇게 첫 비행은 무사히 끘났다.















요 며칠 부지런히 날기연습을 하며 한시도 둥지에 머물지 않더니

오늘은 온동네 제비들이 앞마당에 모여들었다.



얼추 큰놈 열댓마리 새끼들 이삼십마리 ...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소리가 온 마당을 가득 메운다.





건물 사이를 위태롭게 비행하고 처마밑을 스쳐 지나가며 비행실력을 뽐내는

신출내기들.



그 뒤를 부모새들이 쫓아가며 연신 소리지르는 모습이

우리네 사는 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보이지 않던 수컷들도 합세해서 자식교육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 먼길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겠지...



















오늘 갑자기 어미새가 현장에 날아들었다.





천장 가까이 공중을 선회하며 한바퀴 빙 돈다.





그리고는 곧장 출입문을 나서는 녀석.







잠깐뒤 따라 나갔더니 아무도 없다.



오늘이 떠나는 날. 가기 전 인사라도 하려 들른것일까.







문득 허전하다.

텅빈 제비집과 아무도 없는 마당.



















툭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제비집이 수명을 다한듯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져 있다.

녀석들이 가고난지 삼개월 동안 자리를 지키던 둥지가 붙어있을 힘이 없었나 보다.



















1년후...



온몸이 나른해지는 어느 봄날 제비 한쌍이 처마 밑으로 찾아들었다.



예전 집자리에 들락거리는 녀석들.



귀소본능이 강해 작년에 살았던 곳에 다시 찾아 온다는데

그놈들이 틀림없다.



반가워서 가만히 지켜보니 집이 없어져서 망설이는 듯하다.

예전 집을 보수해 쓰는 습성이라 어찌할까 고민하는 듯 몇십분을 서성거리더니



다시 허공으로 떠나간다.







아마 이젠 다시 오지 않을것이다.





차식들

이왕 오는 거 강남에서 박씨하나 좀 가져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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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2014-05-02 08:01:50
답글

대선님의 경험담인가요???<br />
마음이 차분해지는기분이드네요~~<br />
우리삶도 저렇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br />
탈이없을텐데 인간의욕심으로 지구전체가<br />
앓고있네요~~

이용수 2014-05-02 08:24:01
답글

맛있게 읽고 감돠,,,,,,,,,,,,,,

cds5904@hanmail.net 2014-05-02 09:00:35
답글

네 재작년 일이네요.<br />
13년 동안 딱 한번 이었습니다.

권민수 2014-05-02 09:24:35
답글

저는 제비집을 제주도에서 처음봤어요 <br />
민박운영하시는 와싸다 모회원분의 어머니댁에서.. <br />
우리 딸이 새끼 보고싶다고해서 어미가 집을 비운사이 새끼제비를 살짝 만져보기도 했죠<br />
데려가자고 하는걸 <br />
엄마가 슬퍼할거라고 하니까 포기하더군요.<br />

김준범 2014-05-02 10:38:46
답글

한편의 따뜻한 다큐를 보는듯한 글이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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