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일시적으로 몸을 숨겼다는 설이 있는 파리의 생 줄리앙 르포브르(St. Julien le Pauvre)라는 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 건너편에 옛날 감옥을 샹송바로 만든 곳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바가 나오는데, 그 건물은 고딕 이전의 로마네스크 풍 석조건축이라 쇠창살을 친 창 하나 뿐이고, 그곳에서 보면 돌벽의 두께가 1미터나 되어 도저히 도망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그곳이 감옥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샹송을 듣고 있었는데, 그곳은 한때 감방접수처였고 실제 감방은 그보다 더 아래 있다고 했습니다. 구경해보라는 말에 좁디좁은 계단을 내려가니 창도 없는 좁은 지하감옥에 감방이 몇 개 있었고, 서 있을 수도 없는 낮은 천장에 쇠창살이 둘러쳐 있었습니다. 그 아래도 감방이 있었습니다. 내가 그런 곳에 갇혔다는 상상을 하자,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을 쉬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 곳에 갇히는 건 사형과 마찬가지이고, 아니 사형보다 더하여 나라면 미쳐서 혀를 깨물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을 본지 어느덧 30여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만, 어쩌다가 그 생각이 떠오르는 밤이면 미칠 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단테신곡강의>>(이마미치 도모노루) . 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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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느낀 건 그걸 훨씬 뛰어넘는 지옥도였죠. 저 정도로 30년이 지난 날에도 고통을 느낀다면 우리는 10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어야 합니다.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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