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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박노자의 세월호 관련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4-26 13:30:11
추천수 18
조회수   1,895

제목

[펌] 박노자의 세월호 관련글

글쓴이

홍성철 [가입일자 : 2013-05-22]
내용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은,

가난뱅이에게는 독일사회학자 울리히 배크가 이야기하는 "위험사회" (Risikogesellschaft) 그 자체입니다.

돈이 없을수록, "위치"가 낮을 수록 당신 생명의 가치는 제로에 가까워집니다.



안산 노동자, 서민 자녀들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를 고물배를 타고 학교여행을 다녀야 하지만,

강남에 위치한 학교라면? 제주도에 가도 비행기를 타겠죠?

상당부분은 아예 제주도가 아닌 괌이나 하와이로 가겠지만 말입니다.

사고뭉치인 국적기를 타지 않고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전한 해외항공을 타고서 말입니다.



"세월"호로부터 탈출한 선원들을 보면 거의 선장을 위시한 간부들인데

하급선원들은 대개 승객들과 함께 그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천안함 침몰 때도 장교들은 구출되고 거의 병사들만이 죽지 않았습니까?



이건 대한민국에서는 우연이 아닌 필연입니다.

지구상의 그 어느 산업화된 사회보다도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국에서는

돈이 없고 위치가 낮은 사람은 돈벌이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계속해서 과적 운항하고, "비용절감"하기 위해 화물 결박도 제대로 안하는

고물배를 타야 하는 서민들도 기업으로서는 돈벌이의 "재료"에 불과하고,

계약직인 선장이나 선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선장이 보인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건 아닙니다.

한데 그가 아무리 살신성인했다 하더라도

과연 살인자본과 살인 정권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대세"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었을까요?



가장 치명적인 것은 그나마 생명을 구할 확률이 있었던 첫날에

수중구조작업을 3번밖에, 16명만이 했던 것인데,

과연 강남에 있는 학교의 아이들을 태운 배이었다면 이 정도 직무태만했을까 싶습니다.



선장은 아무리 영웅적으로 행동해도,

구조하기 위해 필수적인 자원들을 독점하는 정부가

가난한 사람을 인간취급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 한계가 뻔하기만 합니다.





아이들을 죽인 건 한국형 자본주의의 시스템입니다.

안전운항에 대한 감독권을 바로 이해당사자인

해운기업들의 이익조합인 해운조합/한국선급이 가지고 있고,

퇴직 이후에 바로 그런 이익단체로 아마쿠다리 (天下り)식으로 내려앉을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관리대상인 기업에게 "봉사"해주고 있고,

해양경찰청이 안전검사하는 척만하고,

기업의 가장 큰 해결사인 정부는 수입 선박의 수명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풀어주고,

아무리 적정량 이상 2-3배의 화물을 계속 실어 과적운항해도 그 누구도 막을 기관도 없고...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돌듯이,

한국적 시스템에서는 정부의 모든 기관들은

오로지 기업의 사적 이윤추구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서민들의 목숨을 대가로 하는 그 이윤에 그들도 한 몫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시스템은 그 자체로서는 살인적입니다.

구조적으로 살인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어느 자본주의 시스템이나 다 그렇지만,

한국만큼 그 살인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자본의 시스템은...정말 찾기가 힘듭니다.



이 시스템의 관리자들은

저들의 돈벌이 수단인 대한민국 인구의 대부분에 대한

저들의 소감을 아예 감추려 하지도 않습니다.



"국민 정서 미개" 따위의 망언들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저들의 착취 대상자들에 대한 저들의 기본관념이라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황제라면, 기념촬영, "불행한 일만이 아니었다"는 따위의 망언...

결국 저는 한 가지 질문만 하고 싶습니다.

저들이 이 시스템을 어떤 목적으로 운영하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리고 저들이 우리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이 어떤 건지 뻔히 다 알면서도 왜 계속 참고 있나요?



왜 한 번 크게 들고 일어날 수라도 없을까요?

왜 1987년 여름과 가을 같은 파업대투쟁과 백만 명 단위의 도심집회를 통해서

저들에게 타격을 가하고, 저 시스템의 부분적 수정이라도 쟁취해볼 수 없을까요?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있을 수록 죽어가는 사람의 수만 커져갈 것입니다.

결국 우리 무기력도 사회적 타살의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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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insung@gmail.com 2014-04-26 14:14:37
답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은, <br />
가난뱅이에게는 독일사회학자 울리히 배크가 이야기하는 "위험사회" (Risikogesellschaft) 그 자체입니다. <br />
돈이 없을수록, "위치"가 낮을 수록 당신 생명의 가치는 제로에 가까워집니다. <br />
<br />
안산 노동자, 서민 자녀들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를 고물배를 타고 학교여행을 다녀야 하지만, <br />
강남에 위치한 학교라면? 제주도에 가도 비행기를 타겠죠

유영록 2014-04-26 14:25:53
답글

언제나 그렇지만 박노자의 글은 참 야물딱 집니다.<br />
돈 없는자의 생명 가치는 제로다....참, 할말이 없네요. <br />

고용일 2014-04-26 14:39:19
답글

괌이라는 말이 나와서 생각나는건<br />
<br />
96년인가요? 괌 칼기추락할때 회장도 타고 있었지요.가족여행이었떤거 같은데<br />
거의 다 사망한걸로 알고 있고요<br />
국회의원부부와 두아들도 같이 있었다고 하는거 같았고요.<br />
요즘은 제주도 갈거 괌에 가는경우도 있지만..거의 20년전이니 그당시 해외여행은 지금보다 <br />
여유있는 사람들이 갔던거 같고요. <br />
<br />
얼마 안되서 그런지..

류정혜 2014-04-26 14:46:14
답글

맞는 말이지만.. 좀 나중에 말해도 좋을 것 같네요..<br />
수 십년 동안 비슷한 일들.. 똑같은 내용들이니까..<br />
당장은 급하지 않지요.. 구조도 끝나기전까지는.. ㅠㅜ

고용일 2014-04-26 14:46:21
답글

삼풍백화점의 경우도 생각해보면..당시에 거의 최고급 백화점이었고..삼풍아파트가 압구정동 현대보다 <br />
비쌌습니다. /무너진 성수대교도 남단도 그때도 잘사는 동네고요.. <br />
근거를 무시할려는 의도는 없는데 그닥 공감은 안갑니다

임병직 2014-04-26 17:01:42
답글

이 분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워딩은 아래말이 아닐까 합니다.<br />
<br />
"왜 한 번 크게 들고 일어날 수라도 없을까요?"<br />
"우리 무기력도 사회적 타살의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br />

문지욱 2014-04-26 17:06:45
답글

이제 80년대의 그런 민중봉기는 일어날수 없죠. 북한에서는 왜 인민들이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했는데 우리도 그렇게 되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다시 똥누리당의 압승으로 간다고 해도 놀랍지도 않을것 같네요.

박종열 2014-04-26 17:12:06
답글

얄미울 정도로 정확하게 썼네요ㅡㅡ....

novash@daum.net 2014-04-26 20:25:24
답글

삼풍백화점의 경우는 백화점이 있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삼풍백화점 경영진들은 건물붕괴 위험을 알고 미리 대피 하면서도 일반 직원들은 계속 근무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문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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