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동네는
도시지만 한 귀퉁이.
봄이면 개나리 목련 진달래
한적한 교회 마당은
잡초들과 들고양이들의 천국이다
그러나 이곳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몇 안되는 원주민들도
대부분 떠나고.
끝까지 집을, 농토를 지키는 몇채에만
인기척이 느껴질 뿐이다.
그 중... 출근길에 항상 지나가는 고즈넉한,
오래된 듯한 마당 넓은 집...
집 주위론 잡초덤불이 무성하고
담벼락에 서 있는 오래된 밤나무는
길까지 덮칠 기세다.
듣기론 땅부자라던데...
그도 그럴것이 가끔 주말이면
그 집 마당엔 번쩍한 외제 승용차가
몇대씩 주차해 있는걸 보게된다
약간 생경스럽다.
지난 여름
가물디 가문 날씨에 삼복더위가 계속되던
어느 날
그집 아저씨가 내가 있는 곳을 찾아왔다
밀짚모자를 눌러 썼지만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뒷편에 있는 텃밭에 물을주고 싶으니
수도 좀 쓰게 해달라는...
그러시라고 했더니 다시 돌아가서 한참만에 족히 사오십미터쯤 돼 보이는 호스를
가져와선 뒷 담 너머로 땀을 뻘뻘흘리며
물을댄다
까치발을 하고 바라보니 마지기반 정도
밭에 고추며 깻잎이 촘촘히 자라고있었다
수압도 약한 지하수라 한참 걸릴거 같아
그냥 들어오고 말았다
아... 저렇게 까지 안해도 될텐데...
얼마 전 십몇년 째 변함없는 출근길,
그집 아주머니가 저만치 고갯길을
천천히 올라가는게 눈에 띈다
자동차 속도를 줄인다
그런데 왠지 불편해 보이는 뒷 모습..
가까이 다가가도 피할 기색이 없다
경적을 울릴수도 없어 좀 더 가까이
차를 붙여본다
그제서야 엔진음을 느끼고 돌아 보는데..
한쪽 손은 허리춤에 굽혀 붙어있고
얼굴은 간헐적으로 떨린다
아.... 아프시구나...
그 뒤로도 가끔 가끔 힘겹게 고갯길을
오르는 아주머니를 만난다
어딜 저렇게 불편한 몸으로 올라가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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