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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아침이지만.. 일어나야했다.. 몸이 무겁다.. 잠을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다..
아마 3주째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 해서 피로가 누적되어 있으리라.. 본다..
와이프는 내옆에 새근 새근 자고 있다.. 깨지 않게 최대한 부시럭 되지 않으며 일어나야 한다..
간단한 세면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해본다.. 나에게 아침은 사치이다..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해야되는 나에게는 아침 시간이 그렇게 힘들수가 없다.
결혼 초반에는 곧잘 밥도 해주고 같이.일어나거나 먼저 깨워줬지만.. 어디까지나 초창기일 뿐이다.. 이젠 내가 미안해서 혼자 일어나 혼자 출근 한다..
출근길에 24시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1개와 우유 600원짜리를 골라든다.. 줄김밥이나.. 비피더스 가 먹고싶다.
하지만 얼마전 와이프에게 사준 명품가방의 금액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정확히 210만원.. 내 용돈 20만원중
10만원씩 2년이상을 모아서 사준 가방이다..
다시 모아야 된다.. 남자가 돈이 없으면 그것만큼 초라해 보일수 없기 때문이다..
해도 트지 않은 골목길을 나서... 삼각김밥을 부랴부랴 뜯어서 입에 넣어본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목이 매인다..
우유를 뜯어 급하게 마셔야된다.. 통근버스가 정확히 6시에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5분도 되지않은 시간에 모든 음식물을 섭취함과 동시에 통근 버스에 오른다...
일명 닭장차라고 불리우는 통근버스에 올라 잠깐 눈을 감는다.. 눈을뜬다.. 어느덧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나의 일과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변함없다.. 늘상 내가 할일과 남이 할일.. 그리고 상사의 갈굼과
직장에.대한 회의.. 사람이 무섭고 싫어진다..
초년생때만해도 뭐든 할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넘쳤지만..
이제 신입티 벚은 사회인이 되다보니 사람이 무섭다.
와이프가 무섭다. 처댁. 본가. 다 무섭다.
아침 7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5시에 일을 마무리 해본다.. 오후 5시 이후에 상사의 1대1 갈굼이나. 회식. 다 부서 선배들의 비위맞추는건 후식으로 생각해야된다..
술을 좋아하지 않고 담배를 안피우는 나에게 회식이란 업무의 연장선 중에 최악이라 말할수밖에.없다.. 거기에 가면
누구누구 안주거리로 씹어댄다.. 만약 내가 빠져있다면..
내가 안주거리가 되었으리라.. 이런 생활의 연속이다보니
회식또한 빠질수 없는것 같다..
집에 빨리 들어가 와이프와 손잡고 운동 하고 베드민턴 치고 할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2. 3번.. 그외에는 잔업과 야근.. 회식이 정해져있다..
내 삶은 내것이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일하면 보너스에 성과 까지 해서.. 약 6500만원 정도 언저리의 연봉을 받아간다.. 6500. 참 크다면 큰돈이다..
근데 막상 내가 쓰는돈은 1년에 200만원정도가 전부다.
어쩔땐 비참하기도 하다.. 7000만원 가량 버는데 새벽에
일어나 삼각김밥에 우유로 끼니를 때우고 통근버스에 몸을 싣는 꼴이라니..
와이프는 이런다. 여보 돈쓸곳이.어딨냐며.. 담배 안피고 술잘 안먹고.. 끽해야 아침 사먹는게 전부라며. 서운하다.
얼마전.. 장모님 생신때 돈봉투 50 찔러줬던게 생각이 난다.
50.. 나에겐 정말 큰돈이다.. 삼각김밥 3년분이다..
가족들에게.. 쓰는돈은 아깝지.않다.. 다만 내가 이렇게 모아서 힘들게 모아서 주는거란건 알아줬음 좋겠다. 내가 돈을 괜찮게 벌어서.. 돈도 잘쓰는구나 싶겠지만.. 실상 쓰는사람은 내와이프다.. 난 개처럼 벌어서 개처럼 쓰고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요근래 회사가 바뻐.. 근 1달 휴일없이.일하고 있지만..
이게 응당 당연한거라 생각하는 와이프가.서운해진다.. 신혼초만 해도.. 너무 고생하는거 아니냐며 눈시울까지 적셨던 그 모습이 가끔 생각난다.. 나도 .. 나도 정말 쉬고 싶다..
몸이 예전 갖지 않다.. 한번쯤은 일이고 집이고 다 때려치고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자연을 벗삼아.. 1달만 살아보고 싶을때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돈벌어다 주는 기계가 아닌가 싶다.. 와이프와 아직 어린 자식은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걸 알까?
겉으론 괜찮다며 웃고 있지만.. 내 속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지 않나 싶다.
결혼전.. 난 내자신에게 가장의 무게를 견딜만한 그릇인지 몇천번도 더 물어보았다.. 물론 답은 모른다 였다..
지금도 솔직히 모르겠다.. 이 인생이 내인생인지.. 아니면
와이프와 자식을 위한 인생인지.. 내 모든걸 희생하여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간다는게 너무나 힘들다..
가장의 무게... 여기 미즈 회원분들은 생각이나 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에게 좀 잘해주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남자들만큼.. 불쌍한 가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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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댓글보고 오늘 화장실에 앉아 많이.울었습니다.
와이프에게.섭섭하긴 하지만 밉거나 원망스럽진.않습니다.
그냥 내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란 생각에 하염없는.눈물 흘렸네요. 아침밥. 가족에게 쓰는돈은 중요치.않습니다.
충분히.감내할수 있습니다..
다만 요세.. 밤바다에 나혼자 떠있는 기분이 드네요.
한없이 외롭다가도 어느세 그외로움마저 잊을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가.. 이 바쁨이.지나가면.. 쓰린.공허함이 찾아오곤 합니다..
내 가족.. 내 와이프.. 내 자식.. 위해 희생하고 올인할 마음은 진작에 먹었다 생각했지만.. 실상 섭섭하게 했을때 서운함이 사무치는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계신 모든 가장여러분..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가족에 평안이 깃들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