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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통로에서 귀를 막게하는 두 청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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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0 09:5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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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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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통로에서 귀를 막게하는 두 청년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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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동 [가입일자 : 2012-10-04]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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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부산으로 가는 KTX 좌석 중 하나가 우연히 취소되기를 바라면서 서울역으로 뛰어 갔지만 역시나 그런 행운이 제게 올리가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 KTX 입석으로 올라탔는데 객실 안은 승객으로 가득했고 객차 사이의 비좁은 통로 조차도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할 정도로 가득하더군요. 조금 전 탔던 지하철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제 등 뒤에는 한 참 수다를 떠는 친구인 듯한 두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쉬지 않고 야구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그들이 야구 매니저 이거나 이적 담당자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선수 하나하나의 이력과 연봉 계약금, 출신학교와 배경, 구단과의 구체적인 갈등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했고, 선수들의 구단 선택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 서로 토론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구단에서부터 미국까지 오가는 그들의 엄청난 야구 정보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지나친 그들의 수다를 참지 못하고 다들 이어폰을 하나씩 끼고 음악 볼륨을 올리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서 그 친구들 얘기를 계속 듣게 되었는데, 그들의 야구 이야기 때문에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먼저 죽을 것 같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그들은 야구 선수도 아니고 매니저도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축구 이야기도 미친듯 했기 때문이지요.
그 긴 시간 동안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그 어떤 한마디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스포츠 이야기에 전율을 떨고 있는 끊임없는 그들의 수다에 저도 마침내 질식할 것 같아 음악으로 귀를 가로막아버렸습니다.
아키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일흔 살이 된 노작가 마루야마 겐지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에서 일갈한 내용 중에,
<부모는 자식을 평생 조종하고 싶어서 어른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국가는 교육, 미디어, 대중문화, 저명인사를 동원해 국가의 정체성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어리석음과 노동의 정신에 반하지 않을 만큼의 현명함을 가진 어중간한 국민을 만든다.
그런 끝에 당신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활약에 울고 웃으면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에 용기를 얻는 한편, 마치 자신이 시대의 첨단을 달리는 양 착각에 빠진 채 세상을 활보하는 어린아이가 되어간다> 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국가는 특정인이 소유하고, 그들이 국민을 조종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담부터 주말 KTX 부산행은 미리 예매하고, 예매하지 못하였다면 입석행을 타지 않을 것이며, 입석행을 타더라도 젊은 청년들 수다는 듣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가가 망쳐 놓은 젊은 친구들의 화석화된 뇌를 들여다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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