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안 읽는게 더 나은 분들이 더 많을겁니다.
수꼴등신들을 말하는게 아니라, 괜한 짜증이나 답답함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변방의 사색 : 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간간히 끼워넣을려고 발췌해뒀던 내용인데,
이걸로 그냥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어차피 이제 안볼 인간들은 충분히 안 볼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읽어볼 분들만 보겠죠.
이 책은, 저자가 신문이나, 잡지등에 투고했던 글을 모은 것입니다.
일선 교사인만큼 학교 교육이나, 그외 여러가지 사회현상들을 돌아보는 글들입니다.
그 중 교육부분에 관한 내용(자존감과 연결된)만 일부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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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할까?
언어를 다루는 국어교사로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돌아가며 모둠일기를 쓰면서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나누는 글이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는 일이건,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진실, 기억, 욕망 따위를 드러내는 글이건, 삶을 언어로 드러내는 일은 천금처럼 소중하다고 믿어왔다.
이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자평하는 내가 최근 들어 실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하고, 그 글을 읽는 작업이 갈수록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성스러운 글, 절실한 글, 사고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글을 만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중략....
아이들의 글쓰기에서 갈수록 짙어지는 특징은 한마디로
글쓰기 자체를 귀찮아 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글을 쓴다고 한 들, 그럴듯한 이야기, 하나마나한 이야기들로 시종 하는 글들이 그렇지 않은 글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굉장히 복잡한 인과관계가 작용하는 것이지만,
뚜렷한 것은 아이들이 지적 사고로부터 퇴화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 내면의 진실이건 사회적 진실이건, "현실"과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다른 표현으로
아이들이 내면적인 고립 상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도취"와 "자기혐오"의 쳇바퀴를 돌아가는 미성숙한 자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뚜렷한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조금 더 넓혀보자.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는데, 내가 관찰하기에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해 두려움을 먼저 갖는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친하지 않은 아이"를 경계하며, 자기들의 동아리 바깥 세계에 대한 적의와 공포를 갖고 있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교우관계는 수없는 오해 속에서 왜곡되며, 작은 일그러짐에도 예민하게 폭발하거나 무너져 내린다.
내친김에 한 가지만 더 짚어보자. 아이들에게 청소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나 힘들다. 집에서든 어디서든 일손을 돕거나 몸을 써서 무슨 일을 해본 경험 자체가 전무한 아이들이 적지 않다.
.....중략.....
학교는 의미 없는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의견을 묻는 글쓰기 과제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해 버리고 마는 것, 판단에 대한 이유를 물으면 "그냥"이라거나, "그런 것 같다" 라고 얼버무리는 것에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 엎드려 자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때워버리거나 흘려버리는 것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무의미함을 잊어버리려는 것과 비슷한 동기로 엎드려 있는 것이다.
요컨대
아이들의 이러한 무기력과 권태의 뒤편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대하고 복잡하고 짜증 나는 어떤 세계"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무기력하지만 또한 이 세계와의 대면을 주체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p132~134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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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이야기 6~7을 이해했다면, 위 내용도 이해가 될겁니다.
위 발췌문에서 굵게 표시한 내용 모두 자존감에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극심한 통제 속에 자란 아이들은,
자아및 자아가치를 상실했고, 그만큼 무기력증이 늘어났으며,
모든걸 귀찮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교하게 발달하는 육아책들이 그닥 반갑지 않은 이유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어 놓고,
그 무기력한 애들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요령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요럴땐 요렇게]류의 책들이...그런 성향을 많이 보이는데...
정말 멀찍히 물러나서 보면,
자아를 상실하게 만들고, 그렇게 무기력하게 된 아이들을....
다시 억지로 움직이게 하는 요령을 알려줍니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저 멀리 내던지고,
강아지 길들이듯 길들이기를 하는거죠.
가정을 포함한 우리사회 전체가 이렇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안그러냐? ....하면서 따질텐데..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심하죠.
이렇게 자아를 상실하게 만들고,
그런 아이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게 되니...
그런 아이를 잡아다가 또다시 적성검사를 시킵니다.
그리고 넌 이런 부분을 잘하니 그쪽으로 가라....라는 식으로 떠 밀죠.
권해준다....라고 좋은 말로 표현하지만,
자아를 상실한 사람에게는 강압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그쪽으로 가야하나? 안가면 안되나? 그게 내 길이 맞나?
또 안가면, 부모에게 욕먹죠. 하라는거 안한다고....
그렇게 하라는거 다 했는데도...
(행복해진다. 널 위한 일이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전혀 행복하지 않고, 여전히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가득 안고 살아갑니다.
즉,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키워놓고,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며 다그치는 모양새죠.
같은 맥락으로 최근에 나온 다큐.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를 보면(저도 1부와 5부만 봤는데)
1부에서 대학생들의 절망적인 느낌이 잘 보여줍니다.
5부에서는 말문을 터라며 비판적 관점으로 접근하는데
약간 다른 관점으로 보면, 말하지 못하도록 키워놓고,
말해라고 다그치는 모양새 밖에 안되죠.
어릴때부터, 모든걸 통제하고 길들여져 왔는데,
그렇게 입닥치고 시키는대로 따라왔건만,
이제 입닥치고 있다고 또 비판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 입장에선...
C8 어쩌라고?.... 라고 반응할 수밖에 없죠.
멘토가 난립한다는 댓글도 나왔는데,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그걸 팍팍 알려주는 사람에게 기댈수 밖에 없죠.
어릴때 엄마의 역할을
지금의 멘토들이 대신하는겁니다.
이거해라 저거해라...알려주는....
아마 이렇게 자라난 존재들은 평생 그런 사람 없으면 못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면.....
자아를 상실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낮으면 낮을수록.....
~ 해야 한다. ~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처럼 굴어야 한다.
라는 외부 규정에 더 집착합니다.
또 나를 규정하는 어떤 말에도 집착합니다.
왜 이렇게 둔하니?....라는 가벼운 말에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거죠.
그래서 우리나라는...인구대비 자기계발서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입니다.
~ 해야 한다....는 말에 따라가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니까요.
IMF 이후 많이 팔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때부터 자아의 상실로 인한 데미지가 더 커졌다고 보면 됩니다.
자아의 상실은 이전부터 계속 부추켜왔고..
그 상태에서 어려움(IMF)을 격게 되면 극심한 데미지를 입어 트라우마가 생기는거죠.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요구하는(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규정에 더 맞춰야 한다고 (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나를 상실한 만큼, 나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작용하고,
(= 나라는 존재를 만들고자 하는 무의식적 반응)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욕구에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다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결혼해서 키워낸 아이들이,
저 위에 뭘해야 할지, 뭘하고 살아야 할지,
왜 이런걸 해야 하는지 모르고 끌려가는 학생들입니다.
사회(지배층)의 입장에서는 편리하죠.
자기입맛에 맞는 피지배층을 만들어 내었으니까요.
대신 창의력은 다 죽였습니다.
세계 1등 기업이라는(지들이 주장하는) 샘순~ 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영역은 다 죽쑵니다.
"쟤들은 샘플 없으면 꼭 저모양이더라"라는 비아냥도 듣죠.
따라하기는 잘하는데, 창조는 못해내는겁니다.
모든걸 다 지배하고 통제하고 키웠으면서...
(생각하는 능력을 죽여버렸으면서) 다시 창의력이 없다고 갈구고...
덕분에 창의력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인 학습지가 또 잘팔립니다.
내용은? .....역시 엄마의 통제속에 기계적인 아이가 되는 것 뿐이죠.
창의력은 개뿔.....
저 아래 게시물에 사교육이야기도 있던데,
그래서 이부분도 함께 올립니다.
역시 저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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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밑바탕에 작용하고 있는 사회 경제적 변화
오늘날 사교육의 번성은 부모의 학력이나 사회의식,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먹고사는 일이 너무나 강파른 곡예가 되어 버린 현실과 그 개선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부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한 공포감에서 연유한 것이다.
p. 141
취업난
이미 IMF 구제금융기에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이 그 예민한 후각으로 학교라는 공간의 실질적인 무의미함을 선구적으로 자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먹고살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라난 세대들이, 그 중에서도 일찌감치 경쟁의 대열에서 자신은 가망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아이들이 일탈과 폭력으로 이 체제를 들이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145
아이들은 삶의 기술도 가르쳐 주지 않고, 성장의 경험도 제공해 주지 않으며, 노동시장으로의 진입도 보장해 주지 않는,
오직 자신들을 통제하려고만 하는 학교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교육 불가능은 이제 대세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보수적 흐름을 추동할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범죄와 약물 중독 등으로 공교육 학교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을 때, 보수적인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자신들 몫으로 배당된 교육비로 종교계 사립학교나 홈스쿨링으로 탈출하는 흐름이 생겨났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이 그랬듯이 학교 붕괴에 대한 책임을 교원노조(사실상 무기력했음에도) 같은 진보적 교육운동진영이나 개혁적인 교육 정책 탓으로 돌리려는 흐름도 가속화될 것이다. 최근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싼 보수세력의 신경증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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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왕따, 같은 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 생성되는거죠.
곧 지금보다 더 진입장벽이 높은 사립학교도 번성할 겁니다.
MB가 사교육 없애겠다고 공약해놓고,
정책은 사립학교 육성으로 돌아선 것처럼.....이렇게 흘러가겠죠.
수꼴콘크리트들이야, 교육이 어찌되던 말던, 빨갱이만 잡으면 되고,
자고로 내 자식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교육이 이렇게 망가진 나라의 미래가 과연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다 아는거 아니냐? 그래서 어떡하라고? 등등의 반응을 보일텐데...
정답주의에 입각한 가장 좋은 답은.. 애 안 낳고 안 키우는겁니다.
그래도 낳았고, 또 낳을 생각이라면,
우리가 자라왔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라는걸
제대로 인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삶이 철학이 곧 육아 철학이고,
삶의 철학에 정답이 없듯, 육아철학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철학을 만드느냐가 문제겠죠.
물론 대부분 엄마에게 양보(?)해 두셨을겁니다.
이 글은 조회수의 1/100에게만 의미가 있어도,
나름 의미있는 글이 될거라고 봅니다.
ps: 20년 뒤쯤엔 진정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할겁니다.
지금처럼 개훈련 시키듯 길러낸 아이들이,
그런 세계화 시대에 잘 적응할까요?
단순히 영어만 잘하고, 원정출산으로 시민권만 가졌다고 다가 아닙니다.
생각하는 능력 자체가 막혀 버렸고,
자기방어만 잔뜩 하는 사람이 과연 그런 시대에 얼마나 적응할런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겁니다.
자아를 상실하고, 자존감이 낮을수록,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그만큼 생각하는 범위도 축소됩니다.
(뇌과학에서 증명된 사실입니다.)
그러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옆집 누구, 요즘엔 어떤게 유행이다...이런 생각만 하고 사는데,
저 멀리 내다보려고 애쓰면, 좀 더 다른게 보일 수도 있을겁니다.
ps2: 정말 아파할 수 밖에 없도록 길러놓고(사회를 조성해 놓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위로하는건... 진정한 개소리입니다.
이건 실컷 두드려 패놓고, 옆에서 물파스 팔고 있는 짓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