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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속에 살고 있는 프로크루스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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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6 18:54: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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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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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속에 살고 있는 프로크루스테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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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석 [가입일자 : 2005-08-19]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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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잘 아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의 프로크로스테스(procrustes-늘리는 자란 뜻)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도시국가 근교에서 강도 짓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참고로 프로크루스테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을 유인하여 집안에 들어오게 한 후 자신의 침대보다 키가 크면 큰 만큼 머리나 다리를 잘라 죽이고, 자신의 침대보다 작으면 작은 만큼 몸을 늘려 그 사람을 죽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어느 날 역시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아 그의 침대에 뉘었는데 이 나그네가 침대 크기에 딱 맞는게 아닙니까. 프로크루스테스는 급 당황합니다.
나그네는 벌떡 일어나 프로크루스테스를 죽이고 맙니다.
그 나그네가 바로 테세우스입니다.
테세우스는 아테네 왕자로 미노타우로스를 때려죽이고 백성들을 구하고 왕위에 오른 장본인이지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신의 기준으로만 모든 세상의 잣대를 들이대고 세상을 보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이었지요.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자신이 정한 기준, 잣대를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그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일단의 자기확신적 사람들 말이지요.
프로크로스테스의 침대와 비슷한 이야기가 동양의 장자에도 나옵니다.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다고 하더라도 늘려주면 걱정이 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다고 하더라도 자르면 아픔이 된다. 그러므로 본래 긴 것은 잘라서는 안 되며 본래 짧은 것은 늘려서도 안 된다. 그런다고 해서 걱정이 없어질 까닭이 없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봅시다.
혹시 우리가 거칠고도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살 수 있을까요?
그 세상은 하나의 프로크루스테스입니다.
이 세상에 맞는 사람은 그러저럭 살아 갈 수 있지만
맞지 않는 사람은 억지로라도 맞춰 살든지 아니면 도태되겠지요.
우리는 기존의 질서가 요구한대로 거기에 맞춰 살아 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니까요.
근데 슬픈 것은 신화에는 테세우스가 있지만 우리 시대에는 테세우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프로크루스테스 그러니까 부정과 부패, 불의와 부조리로 가득찬 기존 질서에 항거해 이를 바로 잡을 영웅이 없다는 점입니다.
혹시 워렌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정신이 약간 혼미해 가난한 사람을 위해 내가 영웅이 되겠다거나 100%로 그럴 일이 없는 이건희가 사재를 전부 털어 내가 없는 자의 대부가 되겠다고 하면 이런 세상이 바뀔까요?
이들이 프로크루스테스를 잡을 수 있을까요?
천만에요.
신화에서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한 괴물을 잡으면 사건이 종료될 수 있지만 우리 시대는 누구 한 사람을 잡아서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지요.
그러니까 한 사람의 잘못으로 세상이 부패하거나 부조리로 가득찬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부정, 부패, 불의, 부조리는 암묵적으로 제도화되어 이를 깰 방법이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이런 부정, 부패 등에 대한 유혹이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의에 타협하고 부조리한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니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니 지구상에 인류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영원할 수밖에요.
기실 우리 마음 속에 프로크루스테스 한 마리 키우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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