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둘째인 딸아이의 며칠전 얘기입니다. 이제 15개월이 되었죠.
김연아 얘기가 나오니 이 일이 생각이 나네요.
위로는 40개월된 오빠가 있습니다.
오빠 이름은 김이안...웃는 얼굴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그런지 웃음이 많습니다.
신나면 소리를 지르는데 소리가 아주 커서 창문을 닫아도 30미터 정도 떨어진 건너편 건물까지 애 소리가 크게 들린답니다.
같은 방안에 옆에 있는 사람 귀에는 삐~ 소리가 나면서 잠시 귀가 먹기도 하지요.
다행히 주변 이웃이 저희 큰애 팬클럽이라 항의는 없습니다.
하여간 상당히 액티브해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많이 놀라게 하는 아이입니다.
둘째는 스타워즈 공주 이름을 따서 래아라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온 우주가 다 자기 아랫것들입니다.
성격도 아주 급하고 인내심이 없죠.
만 9개월 되는 날 걷기 시작해서 10개월 때는 뛰어 다녔습니다.
뭔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울어버리는데 울다가 숨이 멎습니다.
빨리 등을 두들겨서 숨을 쉬게 해주지 않으면 큰일나죠.
간략한 아이들 소개를 해봤습니다.
며칠전 큰 애가 토마스 기차길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원목 기차길 제품인데 제가 만들어 주는 기차길은 스케일이 큰편입니다.
슈어트랙과 스파이럴 익스팬션 등을 동원하기 때문에
길 만드는데 시간은 좀 걸려도 만들고 나면 참 멋집니다.
토마스 기차길과 슈어트랙은 나중에 자료실에 소개해 드리고....
둘째도 기차길을 좋아합니다.
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둘째가 맘이 급해서 만드는 도중에
기차놀이를 시작하시네요.
길은 만드는 족족 다 파괴되고 옆에서 지켜보는 오빠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몇차례 기다리라고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고 길은 계속 망가지고
저도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옵니다.
그래서 결국 얘기했죠.
"래아가 안 기다리고 자꾸 길을 부셔서 아빠가 길을 만들수가 없다.
아무래도 오늘은 기차 놀이 못하겠다."
그러나 표정이 굳은 둘째 아이....
벌려 놓은 원목 기차길을 한조각씩 뜯어서 기차길을 담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기 시작합니다.
아무 말도 없고 눈도 안 마주칩니다.
그런데 한조각 한조각을 통에 넣으며 블록을 강하게 던지고
던져진 블록은 통안에 떨어지며 크게 딱! 딱! 소리를 냅니다.
손목의 스냅에서는 아이의 분노가 느껴지고....
늘 시끄러운 오빠도 침묵이 흐르고, 방안에는 냉기가....
가족 모두 찍 소리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 블록이 다 통에 담길때까지 딱! 소리만 지속되었죠.
아직 말은 못하지만 아마도 속으로는 이런 얘기를 했을겁니다.
"애기들 노는게 원래 다 그런거지, 애비가 되서 쪼잔하게 그렇게 얘길하나....
내 치사해서 안 놀고만다!"
결국 나중엔 아이가 아래층에 놀러간 사이, 저는 다시 기차길을 만들었고
다시 올라온 아이는 기분을 풀고 잘 놀았습니다.
김연아의 일을 보면.....
김연아는 좋은 연기로 은퇴 무대를 마쳤고
이미 금메달 하나 더해져도 티도 안 날만큼의 명예를 얻었고 레전드의 자격을 갖췄습니다.
본인도 쿨하게 넘어가는데, 그깟 쇠붙이 하나 놓고 쪼잔하게 굴지맙시다.
여왕의 격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15개월 아가도 치사함 앞에서 자존심을 버리지 않습니다.
같이 안 놀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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