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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돌아온 강쥐 보양식을 챙기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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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1 00:0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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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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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돌아온 강쥐 보양식을 챙기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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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석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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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집 강쥐가 숫놈이기는 해도 무쟈게 예쁘게 생겼습니다.
아, 이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그런다는 차원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울집 강쥐 데리고 산책 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누리" 나왔다고 몰려들어 아주 환장을 합니다. 진짭니다.
이름을 "누리"라고 지은 이유는 10여년 전 딸래미 주려고 부여까지 가서 마란츠 리시버와 바꾸어온 강쥐를 겨우 두어 달 키우고 나서 잃어버린 것을 시작으로
그 다음에는 한쪽 눈 언저리는 검고 한쪽 눈 언저리는 희어서 "윙키"라고 불렀던 순종 시추가 단독주택으로 이사온 뒤 집에 사람이 없으면 겁이 나서 깩깩 짖어대는 통에 옆집, 뒷집에서 개짖는 소리 시끄럽다고 항의가 들어와 잘 키워주실 분을 수소문해서 떠나보내야 했고
그 다음에는 막내처제에게서 얻어온 순둥이 갈색 시추를 누군가가 집 안으로까지 들어와 집어가버렸고,
또 그 다음에는 성깔 사나운 발바리(이름은 "곤조")를 키우다 전염병에 걸려서 속수무책으로 잃어야 했고....
(이하 잠시 옆길로 새서 그때 그 이야기 재탕)
이제 개는 다시 못 키울 것 같습니다.
달포쯤 전, 몇 달 동안 키우던 개 쪼꼬를 잃어버렸습니다.
갈색 시추로, 잡종이기는 해도 아주 귀엽고 재롱을 잘 떠는 놈이어서 집 근처 등산로로 산책을 갈 때마다 같이 데려가곤 했는데 누군가가 탐을 내고 있다가 마당에서 놀던 놈을 데려간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그렇게 속이 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잃어버렸어도 누군가가 데려가 예쁘게 키워주겠지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러다 한달쯤 전, 이번에는 잃어버려서 속상하지 않으려고 맹한 시추가 아니라 성깔 사나운 발바리를 한 마리 구했습니다. 처음 데려온 날부터 건드리면 앙앙거리고 대드는 통에 이름도 곤조라고 붙였지요.
갓 젖뗀 놈이 어찌나 영리한지 대소변 알아서 가리고 누가 저를 제일 예뻐하는지도 금세 알아차리고서 다른 식구들에게는 시큰둥하다가도 나만 보면 무릎으로 기어오르곤 했지요.
그러던 놈이 한 시간쯤 전 세상을 떳습니다.
엊그제부터 밥을 잘 안먹길래 과식해서 배탈이 났나보다 했다가 어제 저녁때 보니 아무것도 안 먹고 늘어져 있어서 오늘 아침에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더니 전염병에 걸렸고 살려낼 방법이 없다더군요.
그래서 다시 집으로 데려온 뒤 두 시간쯤 숨을 깔딱거리고 있다가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채 5분도 안 되어 내 손 안에서 숨을 거둡디다. 이 놈이 죽더라도 저를 제일 예뻐한 주인 손 안에서 죽으려고 내가 내려올 때까지 명줄을 놓지 못했나 싶어 마음이 참 뭐시기합니다.
앞으로 한동안 개는 다시 키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하던 얘기 계속)
그래서 지금 키우고 있는 강쥐는 오래오래 복을 누리라고 이름을 "누리"라고 지어준 것이지요.
"누리"는 일명 지랄견이라는 슈나우저미니어처와 요크셔테리어의 믹스견,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잡종견인데 교잡 F1이 대체로 그렇듯 머리가 기가 막히게 영리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애들 엄마나 아들놈이(왜냐면 저하고 딸래미는 언제나 이놈을 무지 예뻐하므로) 저를 기분 상하게 하면 안방이나 아들놈 방 문 앞에다 쉬를 해서 꼬박꼬박 보복을 하고 식구들을 대하는 태도도 식구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 꼭 그만큼만입니다.
이를테면 딸래미와 저에게는 반가워 죽네 죽어 소리가 나올 정도로 펄펄 뛰어오르며 달라붙고 개에게 무관심한 아들놈에게는 이놈 역시 완전히 쌩까고 심드럼하게 본척 만척, 애들 엄마에게는 산책 데리고 나갈 때만 죽자사자 따라붙었다가 수틀리면 대들고 보복하고 그러는 식이지요.
한 번은 애들 엄마가 저 기분 나쁘게 했다고 보복으로 현관홀 발판에 쉬를 하다가 애들 엄마에게 현행범(?)으로 들키자 잽싸게 제가 누었던 오줌을 싹싹 다 핥아먹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그런데 3년 넘게 키우다 보니 이놈도 생후 1년쯤 되어서부터는 "자연의 부름"에 응해야 했고 그래서 애들 엄마가 며칠에 한 번씩 밤중에(손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애인(?) 만나고오라고 내보내줍니다.
그러면 이 놈은 제 애인(?) 만나서 밤드리 노니다가 새벽녘에 돌아오곤 하는데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가 다 가도록 돌아오지를 않았고 그래서 오늘도 안 돌아오면 내일은 유실견 센터들을 돌아볼 작정이었는데 다행히도 얼마쯤 전에 무사히 귀환을 했습니다.
아마도 이틀 동안 누군가에게 붙잡혀 있었는지, 돌아왔을 당시에는 눈이 다 풀린 채 겁에 질려서 저를 보고도 그저 멀뚱히 바라보다 제 무릎에 머리를 얹고 스르르 눈을 감는데 어찌나 가엾고 안타깝던지...
붙잡혀 있던 동안 틀림없이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탈출에 성공해서 돌아온 게 참 너무도 대견합니다.
이놈 돌아온 것 보자마자 급히 서둘러서 이놈이 제일 좋아하는, 된장 살짝 풀어 끓인 돼지고기 국에 밥 말아주고 먹는 것 끝까지 다 지켜본 뒤 이층으로 올라와 일 좀 하다 내려가보니 기운을 차리고 반갑다 달려드는군요.
애완동물들도 키우다 정들면 그저 동물이 아니라 한 가족이 되는데 앞으로가 또 걱정입니다. 이놈이 앞으로도 계속 애인(?)을 만날 수 있도록 밤중에 내보내주어야 할지, 주인 맘 편하자고 붙들어 놓아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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