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묵을 먹다가... |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 |
2014-02-16 13:48:56 |
|
|
|
|
제목 |
|
|
어묵을 먹다가... |
글쓴이 |
|
|
조창연 [가입일자 : ] |
내용
|
|
원래 어묵이 맞는 표현이겠지만,
연식이 좀 된 사람이라,
어릴적부터 들어온 오뎅이란 말이 더 익숙해, 오뎅이란 말을 사용하니 그럴수도 있으려니 양지했으면 합니다.
아는분은 알고 모르는 분은 모르겠지만,
제가 태어나 자란곳은 문명의 혜택이 거의 없던 두메산골 입니다.
앞을 봐도 산이고 뒤를 봐도 산이라, 하루종일 듣는 소리라곤 소쩍새 뻐꾸기 우는 고즈녁한 마을이었습니다.
지금와서는 이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아름다운 한폭의 한국화를 보듯 소중한 것이 되었지만,
당시 호기심 많던 어린 저에게 있어서 도시란 환상과 동경의 대상 이었습니다.
국민학교시절 겨울방학이 되어, 도시에 사는 사촌형이 놀러 왔습니다.
추수끝난 논바닥에 물을 대어 얼린 얼음판에서, 같이 팽이를 치고 앉은뱅이썰매를 타고 노는것 까진 좋았지만,
저희집보다 잘살던 사촌형은 용돈을 넉넉히 가지고 있어서,
눈깔사탕하나조차 사먹을수 없던 저에 비해, 돈을 풍족히 쓰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사촌형이, 저 바로 위 형과 제 고향 근처 풍기라는 곳의 친척집으로 놀러 간다는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둘이 가자 속삭이는 소릴 듣게되자, 호기심 많던 저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저 없을때 몰래 갈것만 같아,
마을을 벗어나기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낭대이,(큰소나무 세그루가 서 있는곳)까지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형과 사촌형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제가 나타나자 둘이 깜짝 놀라더군요.
제가, "형 나두 델고가!" 하자,
형이,
"이노무 시키 니 빨리 집에 안갈래?" 하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형 나두 가구싶어~ "
울며 졸랐지만,
형은 돌멩이를 줏어 집어 던지며 저를 쫒아냈습니다.
울며 집에 돌아온 며칠후, 형과 사촌형이 돌아와 자기네끼리 수군대는 얘길 들으니,
오뎅과 띠기를 사먹었는데 오뎅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등...
아! 오뎅이 대체 어떤 맛일까?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그 맛을 알리가 없었지요.
그후 수 년이 지나 부모님을 따라 경기도 평택이란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오뎅이란 것을 맛볼수 있었습니다.
먹을게 귀하던 시절... 처음 맛본 오뎅의 맛은 뭐라 표현할수 없을만큼 환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어려운건 마찬가지여서,
이게 오뎅이란 거구나 하며, 맛만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지요.
어제 퇴근하려는데 마눌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나 안보구싶었어?"
"보구싶었지~ "
"그럼 보구싶은 사람이 먹구싶은게 있는데, 사다줄겨?"
"당근 사드려야지~ 뭐가 먹구싶은데?"
"오다가 시장에 가면, 도나쓰 7 개 3 천 원 파는게 있는데... 그거 좀 사와~ "
"네~ "
시장에 갔습니다.
북적북적한 통로 한켠에 도나스 파는 곳이 있더군요.
이것 저것 섞어 7 개 를 담아달라고 했습니다.
안에선 남자분이 부지런히 도나스를 만들어 튀겨내고 있고,
제 앞엔 대나무에 꽃인 오뎅들이, 꽂게가 담긴 따뜻한 국물에 잠긴 채, 무럭무럭 김이 피어나고 있더군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 오뎅꼬치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하나에 5 백 원 이라는데,
한 입 베어 물으니, 옛날 맛보던 그 느낌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게 참 맛이 좋았습니다.
예정에 없었지만,
이 맛에 푹 잠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10 개를 포장해 달라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마눌님이 도나스를 먹고 있는 사이,
오뎅국물을 데우고, 그 국물에 오뎅을 담아 소주 한 잔을 곁들여 마시는데...
어릴적 그렇게 먹고싶고 궁금했던 오뎅이었으니,
예순이 멀지않은 나이지만, 배터지게 실컷 먹을수 있게 되었으면 분명 기쁜일이 아닌가...
이 울컥해지는 기분은 뭔가?
오뎅이 먹고싶어서 오뎅을 먹을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게 아닌지?
지금 주제 넘게, 어린 그 시절까지 돌려놓고 싶어지는건가......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