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즐겨찾기추가
로그인 회원가입 | 아이디찾기 | 비밀번호찾기 | 장바구니 모바일모드
홈으로 와싸다닷컴 일반 상세보기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이상화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2-12 10:21:12
추천수 1
조회수   959

제목

이상화

글쓴이

이태봉 [가입일자 : 2004-10-30]
내용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주명철 2014-02-12 10:52:10
답글

스케이트 얘기인줄 알고 들어와 좋은 시 읽었습니다. 허를 찔렸지만, 평소의 허기까지 채우고 갑니다. 허허~

정정훈 2014-02-12 10:56:32
답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br />
오랫만에 읽어 봤네요!<br />
스피드스케이팅 얘긴줄 알았습니다^^<br />
예전에는 이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저리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br />
이제는 감성이 메말라서리~~<br />
아픈 가슴보다는 시를 처음 접했던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네요!<br />
감사합니다~~

김길권 2014-02-12 11:42:03
답글

오랜만의 읽어 봤네요. <br />
예전에는 시낭송 테입도 참 많았었는데... <br />
박인희씨 목소리로 목마와 숙녀 들으면서 술잔 기울이던 때도 있었고. ㅎㅎ <br />
어려웠지만 따듯한 감성이 많았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이종철 2014-02-12 11:43:32
답글

이상화가 시도 쓰나요? 스케이트만 잘 타는 줄 아랐다능...*&&

  • 광고문의 결제관련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