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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2-11 10:34:19
추천수 3
조회수   1,547

제목

고마운 사람..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
내용


사람이 살면서 부딪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 형제도 갈등으로 인해, 차라리 이웃사촌보다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하지요.

그것은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책임 일 수도 있고,

그 자식의 비뚤어진 성장과정이 요인 일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인과관계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뜻과 상관없이 그 누군가의 아들 딸로 태어난다는 것이죠.



저는 지금도 제 어릴적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섯 여섯 살 무렵 쯤인가, 어느 겨울날 제 부모님이 심하게 다투신적이 있습니다.

1960 년 대 기차도 전기도 볼수 없던 두메산골 오지마을에서는, 밤을 밝히기 위해 호롱불을 켜고 지내던 시절인데,

혹시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예비로 쓰기위해 집집마다 석유를 소주 대 병 짜리 유리병에 담아, 방 벽에 매달아 놓곤 했지요.

부모님께서 무슨 일로 싸웠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나신 술취한 아버지께서 집안 살림살이를 집어던지고, 어머니께선 죽여라! 죽여라! 하며 악을 써대시고,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어린 저에게는, 그 광경이 공포 그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급기야 화를 이기지 못하신 아버지께서, 불 싸질러 다죽어버리자며 벽에 매달린 석유병의 석유를 바닥에 끼얹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석유가 제 아랫도리를 흥건히 적시게 되었는데,

여린살이라서 그런지 기름독으로 사타구니 피부가 부풀어 올라, 이 날 이 후 어머니께서 몆날 몆일을 고약을 발라줬던 생각이 납니다.



이후로도 부모님의 잡다한 다툼은 수도 없이 많이 보았지만,

그때의 석유사건은 제 삶을 통틀어 가장 잊혀지지 않는 아픈 기억 입니다.

어쨋거나 저는 무럭무럭 자라나 성인이 되었습니다.

성인으로 자라나며 다짐하게 된 것이,

"나는 절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



세월이 흘러 저도 결혼을 하였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고단한 생활고로 인해, 그토록 다짐했던 맹세는 언제 그랬느냥,

예전 아버지께서 하셨던 행동 그대로가 내 모습에서 재현되는걸 보고,

저 자신조차 충격을 먹었습니다.



참으로 무던한 사람...

온갖 폭언과 폭행에도, 너는 짖어라 나는 내 갈길 가겠다는듯이 대꾸 한번 안하던 당신...

이리 살바엔 차라리 이혼을 하자는 내말에,

"내가 당신하고 살려고 했을때,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했던건 아니지만, 헤어질려고 마음을 먹었었으면 진작 헤어졌지...

이만큼 고생하고, 이제와서 헤어지자고? 이혼할려면 혼자나 해! 나는 절대 이혼안해!!"



네.....

당신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요.. 당신의 그 우직함이 나를 살렸습니다.

그때 당신이 내 말을 따랐다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아마도 십중팔구는 가랑닢 나뒹구는 쓸쓸한 벤취에 퍼질러 앉아,

대낮부터 술에 쩔어 허우적거리는 알콜중독 노숙자신세로 전락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당신이 해준 밥을 먹고, 당신이 세탁해준 옷을 입고 출근을 합니다.

밖에 나가면 저의 번듯한 외모를 보고 사람들은 다 내가 잘난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압니다.

그나마 이만큼이나 사람행세 하고 다니게 된 그 뒷편에는,



당신의 눈물이 있었고 당신의 노고가 있었다는걸...































P.S

엊그제 막내 아들놈이 부모님께 할말이 있다며, 여친을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이 달에 양가 상견례자리를 가졌으면 한다더군요.

예비며느리에게,

밥은 먹었니? 하고 물으니, 아직 안먹었답니다.

가자! 내가 닭도리탕 사줄께~

식사를 하며,

두사람을 앞에 두고 한마디 했습니다.

"사랑! 그거 2 년도 못간다~ 부부는 정으로 지내며 측은지심으로 살아가는 거다.

상대를 불쌍하게 보면, 애틋한 감정에 하나라도 자꾸 도와주고 싶어지는 거다.

나중에 가서 사네 마네 소리 나올것 같으면, 지금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라.

예비며느리가 그러더군요.

"네 아버님 명심할께요~ "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이승규 2014-02-11 11:14:13
답글

가슴 저런 글입니다..<br />
<br />
가끔씩 이런 심금을 울리는 게시물이 제가 와싸다에 매일 들어오는 이유인가 봅니다..<br />
<br />
어쩌면 올리신 글 속에서 제 모습을 엿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hugoalto@comcast.net 2014-02-11 11:20:55
답글

오늘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하나 주웠습니다. <br />
어르신. 감사합니다.

박호성 2014-02-11 11:20:59
답글

크하 - !!! 참 , 무한 공감이 가는 , 다 맞는 말씀입니다 - <br />
저는 아예 고분고분맨으로 전락된지 오랩니다 - <br />
가해자라는 오명은 벗어나기로요 . . <br />
암튼 님의 가정과,자제분의 미래에도 푸근한 안정과 행복이 깃들기바람니다 -<br />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리면서 . . . 창연님 파잇팅 !!

김준기 2014-02-11 11:24:20
답글

대단한 고백입니다<br />
그런데 사모님께는 이런 말씀하셨나요?<br />
안하셨다면 빨리 하세요 힘드시다면 그냥 이 글 보여드리면 될것 같아요

이길종 2014-02-11 11:27:30
답글

짝! 짝! 짝!

uesgi2003@hanmail.net 2014-02-11 11:27:53
답글

좋은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에 가지고 있는 아픔과 고마움일 겁니다.

염일진 2014-02-11 11:28:56
답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안준국 2014-02-11 11:31:40
답글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이기영 2014-02-11 11:35:30
답글

뭉클합니다~~^^

이종철 2014-02-11 11:39:23
답글

반성해야 겠습니다.

전성일 2014-02-11 11:39:56
답글

쉽지않은 고백이셨을텐데...잘 보았습니다..<br />
<br />
그런데 "사랑! 그거 2 년도 못간다" 이 말씀 하셨을때 사모님께 등짝 안 맞으셨나요? ^^

장윤성 2014-02-11 11:41:37
답글

Barvo your life~!

이헌규 2014-02-11 11:46:31
답글

가슴이 짠~ 해지네요...<br />
좋은글 감사합니다

harleycho8855@nate.com 2014-02-11 11:51:12
답글

글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br />
저의 근황은 속죄하는 죄인의 마음으로, 마눌님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고 삽니다.<br />
그런다고 지은 죄가 소멸되는건 아니겠지만,<br />
그 작은 짓 하나에도 마눌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br />
왜 진작에 잘해주지 못했을까.... <br />
뉘우치고 있습니다.

최재권 2014-02-11 12:36:20
답글

노략한다고 말합니다.하지만 항상 부족 합니다......이게 제 모습입니다.........

이종호 2014-02-11 12:44:21
답글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저려오는 글입니다....ㅠ,.ㅠ^<br />
울 엄니도 울 아부지 한테 참 무척 많이 맞으셨는데......ㅡ,.ㅜ^ 불쌍한 울 엄니....ㅠ,.ㅠ^

이영근 2014-02-11 12:52:38
답글

눈시울이 촉촉해 지네요.<br />
용기내신 글 잘 읽었습니다~

이병일 2014-02-11 13:31:06
답글

부부가 같이 손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아름다운 뒷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br />
<br />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느끼고, 행동을 고치고, 그리고 고백하는 용기를 지니신 조창연님도 훌륭하시고,<br />
이때까지 참고 견뎌주신 사모님도 참 훌륭하십니다.<br />
<br />
참좋은 인생의 반려자로서 오래도록 아름다운 동행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형곤 2014-02-11 13:41:17
답글

이런글은 추천올려서 톱으로 보내야함 .. 잘 읽었습니다.

이승규 2014-02-11 14:02:21
답글

사실 저도 격하게 공감하는 글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다른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br />
<br />
예전에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삶의 환경이나 격동기의 세상의 각박함을 짐작하게 되는 것이죠.. <br />
<br />
제 부모님만 하더라도 어릴때 피난오셔서 전쟁통속에서 긴장되고 힘든 환경이 바로 생활이 되었으니 <br />
지금 기준으로 그 분들의 생활 형태를 비난할 일은 아닌 것이라 생각되네요.. <br />
<br />
영광스

이재호 2014-02-11 14:11:39
답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상범 2014-02-11 14:28:43
답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가슴에 잘 새겨둘 좋은 글이네요....

박병주 2014-02-11 14:37:56
답글

옛모습이 아련히 떠오름뉘돠<br />
이럴때 1000안 호도빵이 땡김뉘돠<br />
ㅠ ㅠ

박용갑 2014-02-11 15:34:13
답글

감사히 잘 읽었읍니다.

김일웅 2014-02-11 15:50:22
답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멋지네요<br />

장정훈 2014-02-11 15:52:39
답글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끝에는 눈물이 흐르네요...<br />
<br />
사랑이 아니라 정으로, 측은지심으로 산다는 말씀요...<br />
결혼한 지 18년 된 46세 회사원입니다만 근래들어 집사람이 참 안되보이고 고맙기만 한 지라<br />
이 글이 울컥하네요..<br />
감사합니다...

강지성 2014-02-11 17:19:39
답글

훌륭하신 사모님 덕에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br />
<br />
처참히 반성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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