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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子時]고정희 시인의 호박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2-05 23:37:23
추천수 7
조회수   650

제목

[시가 있는 子時]고정희 시인의 호박

글쓴이

이민재 [가입일자 : ]
내용
Related Link: http://www.youtube.com/watch

호박





호박이 익었다

우리나라 땅에서만 자라온

토종호박들이

불볕 더위 아래 이리 딩굴 저리 딩굴

누릿누릿 호박이 익었다

조선땅 어디서나 흙에 심기만 하면

토담이고 울타리고 쑥쑥 뻗어올라

못생긴 꽃타래를 피워내고

하대받는 풋호박을 주렁주렁 달아

놀고먹는 건달들이 쿡쿡 찔러보는

토종호박

흉년 들면 서민들의 밥이 되고

난세에는 마적떼들의 죽밥이 되는

조선 토종호박이 익었다



호박은 호박인 탓으로, 그러나

손톱에 할퀸 데는 할퀸 자죽을 내고

도리깨질 당한 데는 당한 자죽을 내고

군화발에 밟힌 데는 밟힌 자죽을 내고

철사줄에 묶인 데는 묶인 자죽을 그대로



지난 아픔 그대로

또렷이 익어버린 조선호박,

삼천리의 밥인 호박

케이농장에서 호박이 익었다

노릿노릿 뭉실뭉실

호박이 익었다

엿 해먹기 좋은 호박이 익었다

에잇, 엿먹어라



※출전: 뱀사골에서 쓴 편지, 고정희, 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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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enteur@hotmail.com 2014-02-05 23:42:21
답글

올해 설 연휴 동안 비교적 담담하게 읽었던 몇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노무현 평전(노무현 평전 - 지울 수 없는 얼굴, 꿈을 남기고 간 대통령, 김삼웅, 책으로보는세상, 2012)입니다. 오랜만에 고정희 시인의 시도 접하고 다시 한 번 시집을 들쳐보게 됩니다. <br />
<br />
참다운 지도자는 온갖 역경을 뚫고 나오고 이를 지지해 주는 대중이 서로 만나는 지난한 과정이더군요. 아! '사람 사는 세상.' 이 시대의 화

이성위 2014-02-06 00:43:22
답글

노무현 전대통령님을 생각할때면 떠올리는 시한구절이 있습니다<br />
<br />
가슴(소리없는북)<br />
<br />
답답하면 주먹으로 두다려봐요.<br />
그래봐도<br />
후---<br />
가아는 한숨보다 못하오...<br />
<br />
김윤희 1936.3.25.평양에서...<br />
<br />
<br />
이 시한구절 들여다볼때면..<br />
.........제 마음도 다시금 먹먹해져 오네요..

염일진 2014-02-06 11:38:54
답글

늘근 호박이 우리 몸에 참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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